'기획자의 탄생'을 읽으며 프로모션 기획자의 일 돌아보기
최근에 지인이 운영하는 트레바리의 데이터 마케팅 모임에 게스트로 초대받았습니다.
이번 모임의 주제 책은 '기획자의 탄생'이라는 기획 관련 책이어서 큰 망설이 없이 참여하게 되었어요. 굉장히 쉽게 읽히는 책이고 평소 업무에 적용하고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어젠다들을 던져주는 책 관련 모임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진행했던 최근 업무에 대한 인사이트를 비슷한 업무를 하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나눠드릴 수 있어서 뜻깊었던 시간이었어요.
책 관련 이야기와 실무에서 느꼈던 점들이 접목해 볼 부분이 있어서 몇 자 남겨 봅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779442
일상에서 가장 쉬운 기회를 포착하는 방법은 데이터 분석을 통한 트렌드 감지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뻔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 어려운 말일 수 있는데요. 실제로 마케팅 기획 실무에서는 매일 자사의 거래액 퍼널 데이터, 카테고리 별 판매량, 판매액의 순위를 줄 세워서 기본적인 데이터를 파악합니다. 더불어 검색 엔진에서의 떠오르는 카테고리 별 키워드 모니터링을 통해 어떤 상품을 우리 플랫폼에 더 노출해서 거래액을 부스팅 시킬지 기회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동으로 긁어올 수 없는 경쟁사 데이터의 경우에는 정성적으로 하나하나 수동 모니터링을 통해 아카이빙하고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을 짜게 되지요.
특히 여러 가지 사례들을 보면서 벤치마킹의 기회를 포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늘아래 완전히 새로운 방법은 없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경쟁사 및 우리와 비슷한 산업군의 케이스들을 가장 많이 일상적으로 레퍼런스 삼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산업군 사례만 보게 되면 그 안에 너무 갇혀버리게 되는 한계가 존재하게 됩니다. 이럴 때는 이종 산업에서 잘됐던 것들 예를 들면 엔터테인먼트 산업 또는 게임의 보상 스킴등을 참고합니다.
데이터와 레퍼런스 수집이 끝났다면 내가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에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기획해 봅니다. 단순하게는 유사 서비스의 화면 기획/개발 방식일 수도 있고 결제 혜택을 카테고리 단위로 쪼개서 기획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보통 이커머스에서의 목표는 전체 거래액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거래액을 얼마나 끌어올릴 것이냐가 중요한 부분이죠. 전사의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는 반기단위 대형 프로모션의 경우에는 전년도 대비 120%, 130% 이상의 거래액 성장을 기대합니다. 때때로 전년도에 세웠던 경영 계획 목표에서 +, - 의 조정이 있기도 합니다. 더불어 의지치 목표 거래액과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거래액으로 여러 목표 수치가 나뉘게 되는 경우도 있죠.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정성적인 목표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앱 전반에 프로모션 상품과 혜택으로 도배하기 와 같은 브랜딩 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겠죠. 이 부분은 서브 목표 정도로만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래액 목표 쪼개기: 거래액 = 주문 건수 * 주문 단가
앞에서 이야기했던 거래액 목표가 세워졌다면 이 목표를 쪼개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거래액은 주문 건수 X 주문 단가의 공식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요 여기서 전략 적으로 주문 단가를 건드릴 것인지, 주문 건수를 어떻게 더 증대시킬 것인지에 대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더불어 주문 단가를 높이고자 했을 때도 쿠폰으로 들어 올릴 것인지, UI/UX 적으로 고객 행동에 넛지를 줄 건인지 등...으로 쪼개면서 전략을 짜게 됩니다.
퍼널 쪼개기: 유입 → 상품노출 → 상품상세 진입 → 장바구니 → 주문서 → 결제
우리의 목표인 거래액을 높이기 위해서는 퍼널 단위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각 단계마다 어떻게 하면 이탈 수치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거죠.
일단 많이 들어와야 최종 목적지인 결제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유입 극대화를 1차 목표로 가져갑니다.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외부 광고 량을 늘리든지, 오가닉 유입이 많아질 수 있게 바이럴 소재를 제작한다든지, 기존에 가지고 있는 CRM 채널 리소스를 활용한다든지... 의 또다시 유입 쪼개기 작업이 진행됩니다. 상품 노출량 증대를 위해서는 특가 상품의 노출 영역을 추가하고 프로모션 배지 등을 붙여줍니다. 상품 상세페이지에서는 특히 가격 혜택을 강조하기 위해 현재 가격이 얼마나 더 저렴해졌는지 등의 넛지 장치를 마련하게 되죠.
부서별 R&R 쪼개기: 영업 / 프로덕트/ 디자인 / 마케팅 / CS 등…
앞에서 목표 별로 실행할 전략 쪼개기가 어느 정도 갖춰졌다면 이를 바탕으로 1차 기획안을 작성하고 업무 유관부서들과 Sync 미팅을 시작합니다. 1차 기획안을 가지고 어떻게 디벨롭하면 좋겠다 이런 건 좋고 이런 건 더 해보자 등의 정책을 마련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보통 2-3번 이상의 기획 미팅을 가지게 됩니다. 프로덕트의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기획대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지, 개발상의 어려움이 있을 경우에 타임 라인을 맞출 수 있는지 등... 의 주기적 싱크를 맞추게 되는 거죠.
유관 부서가 많기 때문에 매번 싱크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고 다음 액션 아이템이 무엇인지에 대해 철저하게 기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전 기획이 완료되고 각 부서별로 데드라인까지 업무를 완료하게 되면 드디어 기획한 행사가 시작되게 됩니다. 프로모션이 시작되면 기획은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LIVE 이후의 기획이 또다시 한번 시작돼요. 사전에 했던 기획이 의도대로 안 먹힐 수도 있고 갑자기 기온이 따뜻해져서 해비아우터가 안 팔릴 수도 있고 이벤트 CS가 넘쳐나서 제대로 된 운영이 안될 수도 있고.. 수많은 Risk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럴 때는 매일의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상품 진열에 문제가 없는지, 쿠폰이 제대로 안 쓰이고 있다면 쿠폰 스킴을 점검하고 수정해서 다시 적용해 본다든지... 등의 컨텐전시 플랜이 필요합니다.
물론 사전에 리스크 포인트들을 모두 예측하고 플랜 B, C.. 등이 마련되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예상치 못한 내용까지 상상하여 기획하기에는 리소스가 충분하지 않죠. 이럴 때는 최대한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어떻게 하면 수치를 개선시킬 수 있을지 제한된 리소스 안에서 판단하고 즉시 실행하게 됩니다.
*기획의 마지막 단계: 리뷰(성과 측정)와 개선점 도출
우리가 목표로 한 수치가 달성되었는지 최종적으로 검토해 봅니다.
단순 수치를 나열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도대로 작동하였는지 전략이 먹혀들었는지 확인합니다.
이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인지 말 것인지,
지속한다면 또 어떻게 개선해야 좀 더 효율적 활용 가능할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검토합니다.
리뷰는 리뷰를 위한 수치 나열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다음에 똑같은 기획을 한다고 했을 때 더 잘할 수 있는 방안에 포커스를 맞춰서 이뤄져야 합니다.
그동안 했던 일련의 업무들을 되돌아봤을 때 참 많은 단계들을 거쳐 오늘까지 왔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목표가 클수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도달 가능한 목표 수치를 설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최대로 해내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기획과 운영은 항상 같이 갑니다.
기획을 위한 기획이 아닌 실제로 운영을 했을 때까지 큰 그림을 보고 어떻게 구현할 건지, 운영이 잘못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어렵지만 최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량과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매번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그 어려운 걸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나 함께 목표를 향해 뛰었던 동료들에 있습니다. 나보다 더 나은 동료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감을 주고 그 영감을 통해 동기 부여를 받고 지치지만 조금이라도 버텨낼 수 있었던 2024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