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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워커 Nov 30. 2021

일터에서 성장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밥벌이는 고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하고 싶은 우리들의 이야기

Q. 어떻게 계속 성장할 수 있으셨어요?

Q. 동기 부여는 어떻게 받으세요?

Q.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요?


소비재 스타트업의 리쿠르터이자 이제 막 인턴 딱지를 뗀 사회 초년생과 커피챗을 하던 중 들었던 질문들이다.


연차가 쌓이다보니 링크드인, 리멤버, 원티드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헤드헌터나 리쿠르팅 담당자에게서 JD를 받게 된다. 간혹 가다가 매력적인 JD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관심 없는 분야이거나 단순 강연, 인터뷰 요청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웬만하면 대부분 답변을 안 한다.


그런데 어제 만났던 회사는 채용 쪽 헤드 분이 내 노션 페이지를 보고 전화를 주셨었고 그다음에 답변을 안 드렸더니 또 다른 직원분이 링크드인 메시지를 보내고, 또다시 문자를 보내는 집요함? 에 너무 미안해져서 가볍게 얘기라도 해보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렇게까지 끈질기다면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채용 담당자와의 커피 챗은 어떤 걸까.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얘기라도 해보자!


갑자기 한파가 몰아친 11월 말의 저녁 시간. 매서운 겨울바람을 코트 한 장으로 버티며 삼성역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들어가기 전 담당자분께 전화를 걸어서 카페에 들어가기 전부터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을 미리 확인했다. 딱 봐도 사회 초년생 티가 팍팍 나는 20대 중후반의 채용 담당자였다. 내가 얼마나 의미 있는 말들을 들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사실 내가 일하는 산업과 매우 다른 분야이기도 하고 다루는 프로덕트의 주 타겟층이 아니기 때문에 만나기 전부터 큰 흥미는 없었다. 그래서 만나자마자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할 거고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고 내가 어떻게 해결해줬으면 하는지에 대해서 두서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했다. 어떻게 보면 내가 너무 건방지고 일방적인 대화를 한 게 아닐까 라는 자기반성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그 리쿠르터는 회사가 최근에 어떤 시도들을 하고 있고 해당 산업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다만, 너무나 제너럴 하고 모호한 언어여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하는지가 그려지지는 않았다. 얘기를 하면서도 이 사람은 내 입장을 얼마나 생각하고 말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내가 왜 그 회사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그래서 연봉이 얼마나 뛸 거고, 보상은 얼마나 해줄 거고, 어떤 권한이 있고, 얼마나 스케일업이 가능한가 에 대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담당자는 계속 해당 산업에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의식을 바꾸고 그런 부분들이 의미 있을 거다 라는 주장만 하더라. 즉,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더라.


내가 계속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이 통했는지, 그분도 분위기를 이내 파악하고 나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조금은 이 전보다 직접적인 질문을 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내가 안 해본 일(새로운 일)을 하는 걸 좋아하고, 처우는 지금보다 잘해줬으면 좋겠고, 시스템은 어느 정도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고 등등등...


대화든, 글이든 양방향이든 한 방향이든 상대방이 기대하는 이야기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경험으로 느끼게 되었다. 물론 이 날의 경험이 시간 낭비했네 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 경험을 곱씹었을 때 그래도 내가 느끼는 교훈이 있었기에 그렇게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핵심만 말해주자.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지금 보다 더 좋은 대우와 더 좋은 성공 케이스를 경험할 수 있다. 딱 그 2개뿐이었는데.


왠지 분위기가 안 좋게 흘러간다는 걸 감지했을 때쯤 그분은 오히려 어떻게 하면 채용을 잘할 수 있을지 물어보더라.

처음 질문을 들었을 땐 '내가 잘못들은 게 아닌가?', '채용 담당자가 이런 걸 질문한다고?' 조금 어이가 없긴 했지만 오히려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잘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다.


Q. 어떻게 하면 채용(일)을 잘할 수 있을까요?


"마케터 입장에서 이직을 고려할 때는 얼마나 내가 이 분야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가로 지원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분야에 관심이 없다면 설득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방법론적으로는 나한테 끊임없이? 컨텍했던 것처럼,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설득하고 각 채널별로 예상 지원자들의 커피 챗 전환율을 보면 전환율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문자를 했을 때 전환율, 그리고 어떤 포인트를 짚어줬을 때 면접을 보게 되는지 등... 마케팅이랑 비슷한 것 같다.

마케팅할 때도 10개의 크리에이티브를 뿌리고 2-3가지가 반응이 오면 그 내용을 디벨롭해서 다시 또 유저들에게 뿌리고 모든 과정이 반복이다."


"그리고 경험치가 많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어떻게 했을 때 성공 케이스들이 있는지 그 방법을 그대로 가져와서도 해보고 나만의 요소들을 끼얹어서도 해보고 자기 복제도 해보고... 여러 가지 고민을 끊임없이 해봐야 한다."


막 쏟아내는데... 내가 왜 채용 담당자한테 이런 강의를 하고 있지? 싶기도 했지만 오히려 말하면서 내가 내 생각을 정리하고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뭔가를 이루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구나. 일터에서도 그렇다. 리더는 하기 싫은데 그냥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기꺼이 내 시간을 내서라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도와주고 싶다. 그게 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도움을 청하는 거니까.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까 나한테까지 질문을 하는 거겠지.


11월 초엔가 그때 한 창 바쁜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도 CRM 파트에 어떤 분이 나에게 비용 시뮬레이션 세션을 해주면 안 되겠냐고 DM으로 요청해주셨다. 같은 팀 소속이지만 그렇게 친하지 않았어서 조금 당황하긴 했는데, 나만의 프로젝션 및 시뮬레이션 방법이 궁금하다고 하는 의도를 파악하고 나니 바쁜 와중에서 스케줄을 쪼개서 퀵 세션을 진행했다.


처음엔 좀 부담스러웠는데 마치고 나니 오히려 그분한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 이렇게 열심히 하려는 사람이 내 동료구나 내가 좀 더 다양한 방법이나 노하우를 쌓아서 우리 팀 내에 알려주고 싶다 등등...


일의 성공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내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의 일의 완성도를 높여야겠다. 그리고 협업을 좀 더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공유를 잘해야겠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


계속 성장하고 성과를 내고 싶은 사람들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들

좋은 동료가 되고 싶은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과 같은 마음을 담아 계속 글을 써봐야겠다.


2019년 10월에 아마존 프라임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즐 영상을 보다가 찍어둔 사진.

" 정말로  일을 잘하고 싶어요."

여전히 저 대사를 곱씹는다. 내가 하는 일을 잘하고 싶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민폐 끼치고 싶지 않다. 성과를 내고 싶다. 더 일을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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