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인도, 조드푸르>
인도, 조드푸르에서 어느 거리를 헤맸습니다.
생전 처음 와 본 낯선 동네, 카메라를 든 동양인은 처음 본다는 듯한 눈길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나를 건드리지 말라고 쏘아보면서 발길 닿는 대로 휘적휘적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마당에 늘어놓은 색색의 천을 봤습니다.
어디에 쓰일지, 천에 물감을 들이고 있는 것인지, 왜 늘어놓았는지 등 궁금했지만, 애써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늘어놓은 천과 같은 보라 빛 천을 걸친 여인의 뒷모습과 저 멀리 지나가는 두 여인의 뒷모습을 보며 저는 그냥 막연하게 어느 여인을 보라 빛으로 떠올렸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그랬어요.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 잔망스러운 계집아이의 죽음을 암시했던 한 마디가 "나는 보라색이 참 좋아"였죠? 이 소설을 읽은 후에 마음 아픈 사랑은 '보라 빛'이라고 제 마음에 새겨진 모양입니다.
조드푸르에서 촬영했던 때는 2014년, 그러나 그때의 보라 빛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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