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 오퍼스>
귀는 물론 눈도 마음도 평온해지는 영화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의 연주로 이어진다. 순간순간이 너무 멋져 사진으로 찍고 싶었다. 내 기억으로 대사는 ‘다시 합시다, 쉬었다 하지, 힘이 드네, 무지 애쓰고 있거든’ 이렇게 단 네 마디뿐이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1분도 채 되지 않아 내 머릿속엔 ‘숨결’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영화 보는 내내 함께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그의 연주가 숨결 같아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그의 피아노 선율에 따라 내 마음도 울렁울렁 흐르는 듯했다. 라이브 공연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그의 생애나 주변인의 인터뷰를 담지 않고 온전히 연주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더욱 좋았다. 어제 잠을 못 자 졸리면 어떡하지, 졸면 어떡하지 했는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공연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거장인 그가 무지 애쓰고 있다고 했고 나는 이에 마음이 울렸다. 어제와 오늘 나는 그동안 너무 애를 쓰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이제 그만 애쓰고 조금 대충대충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무명일 때도 아니고 생애 끝자락에서 거장도 저리 애를 쓴다고 하니 나 혼자 겸연쩍었다.
영화를 보고 생존과 좋은 삶에 대한 생각이 찾아왔다. 숨을 쉰다고 다 사는 게 아니고, 산다고 다 똑같이 사는 게 아니다. 삶에도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필요충분조건이 있고 그것은 제각각 다르다.
뉴스를 보아도 SNS를 보아도 온통 자본(돈)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마치 무엇이든 관심을 받아야 하고, 그 관심은 경제적 가치로 이어져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한 것들과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가는 나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처럼 여겨진다. 구슬이 있어도 꿰지 못하고 그저 구슬을 정돈하는 사람 같달까. 어느 날은 급류에 휩쓸려 가듯 세상의 흐름에 따라가 보자 싶다가도 어느 날은 독 짓는 늙은이처럼 고집불통이 되고 싶기도 하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내가 사랑하는 것들,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안다는 사실은 참 감사한 일이다. 지프떼끄 있어서 너무 좋다!
#류이치사카모토 #오퍼스 #영화추천 #전주 #지프떼끄 #문화생활 #영감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