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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an 04. 2024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


엊그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 다녀왔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개관 소식을 들을 때부터 가고 싶었고 한번 가야지,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은 것만도 수십 번이었다. 차 타고 한 시간이니 그리 멀지도 않은 거리인데. 뭐 그리 바빴을까 싶지만 이제라도 다녀오길 잘했다 싶기도 하다. 



특정한 지역에서 한 개인의 이름을 건 무언가를 한다는 건 꽤 어려운 시도다. 그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고 유명하다고 하여도, 인지도와 뛰어남을 넘어서 언제나 그렇듯 어떠한 단체든 모두가 동의하는 일은 희귀하다. 건강한 사회일수록 더 그렇다. 건강한 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다 똑같이 생각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공존하는 사회인 탓이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일을 시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하고 있는 남원시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18년에 개관할 때부터 아니 그보다 더 일찍 남원에 이러한 공간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5년 어느 봄날, 책공방 북쇼 행사 준비로 분주하던 때 삼례 책공방 옆집이었던 오스 카페 대표님과 함께 김병종 교수님이 방문하셨다. 조금 부끄럽게도 그때의 나는 김병종 교수님 아니 작가님을 알지 못했는데 이번에 미술관에 다녀오고 작가님을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춘향테마파크 거의 꼭대기에 위치한 미술관의 경관은 참 멋졌다. 미술관 건물은 사각형이 이리저리 연결되어 독특한 느낌으로 레고 같아 보이기도 했다. 입구로 걸어 들어가는 깊 양 옆엔 계단 형식으로 물이 채워져 있다. 마침 내가 방문한 날은 비가 내려 운치를 더해주었다. 미술관 건너편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와 미술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안해졌다. 


전시관은 크게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23년 12월 5일(화)부터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콩(교육동) 개관 기념전시 “생명 칸타타”가 1층에서 진행 중이었고, 23년 11월 7일(화)부터 기획 전시 <예술편력: 조영남 “에스터데이”>가 2층에서 진행 중이었다. 


사람들에게 김병종 작가는 『화첩기행』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내 마음속엔 꽃 그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작가님을 몰랐을 때도 어렴풋하게 꽃 그림은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이 꽃 그림의 작가님이 작가님인 줄 알고 탄식했다. 작품은 알아도 작가 이름을 모르면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다. 어쨌거나 그 유명한 작품을 보겠구나 싶었는데 꽃 그림보다 다른 그림들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제목이 ‘별빛의 노래’였던가?! 다양한 빛깔의 노란 점들을 마구 찍어 한 면을 채우고 가장 자리는 어둡고 가운데는 밝게 빛나는 느낌의 작품이 가장 처음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내가 기대했던 작품은 아니었으나 노랑을 좋아하는 나를 위한 선물 같았다. 이러한 우연을 마주할 때면 정말이지 삶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과거의 나는 사실, 전후 관계 등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이제는 그보다는 ‘의미’ 혹은 ‘울림’ 따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기울었다. 


평일에 비가 와서 그런지 때를 잘 맞추어 그런지 나랑 아빠 말고는 관람객이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아빠랑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작품을 감상했다. 첫 작품 포함해서 약 20여점 내외의 작품이 공간 구석구석 배치되어 있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차분함이었다. 벽면에 길게 늘어섰던 작품들이 있었는데 뭔가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듯한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누군가 무언가를 표현해낸 결과물 중 사람 마을을 움직이는 창작물을 예술이라고 부른다.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예술의 종류도 다양하다. 색이나 형태를 이용하면 미술, 글로 표현하면 시나 소설, 음률과 박자로 표현하면 음악, 몸짓으로 표현하면 무용인 셈이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을 여러 방법으로 표현해낼 줄 아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김환기, 천경자, 김병종 같은 화가들은 그림 못지않게 글도 잘 쓴다. 궁금하다. 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예술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 걸까? 남원시립미술관은 이 문제에 대한 접근법으로 2019년부터 “예술편력” 시리즈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_'예술편력 ‘기획의 글’ 중에서 


조영남이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1960년대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그의 작품과 생애를 마주하고 예술은 연결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작업한 작품들이 주제별로 나열되었는데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이 꽤 많았는데 이 말인 즉슨 그의 그림은 누가봐도 그의 그림으로 인식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몇몇 작품의 경우 너무 비슷해 A와 B의 차이가 무엇인지 비교해 보게 될 정도였다. 어느 시기에 무언가에 집중하게 되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시간 차이가 꽤 있어 그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또 그러한 시리즈의 작품을 연달아 배치하지 않고 서로 다른 주제로 떨어뜨려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싶었다. 무엇보다 2층에 <예술편력: 조영남 “에스터데이”> 전시를 보고는 2019년부터 진행된 예술편력 시리즈가 궁금해졌다. 




 예술은 ‘개의 뿔을 찾는 행위’라는 이야기엔 그다운 답이라 생각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는 선생님에게 너무 많이 들어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와 선생님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층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3부 전시 공간이다. 커다란 통창 앞에 의자가 마련되어 있고 ‘모란동백’ 음악이 흘러나와 바깥 풍경과 음악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는 지역도 있지만 이것 1, 2, 3, 4가 있는 지역도 있었으면 좋겠다. 다양성만큼이나 집중과 깊이도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덕목 중 하나다. 종합대학과 특성화 대학 혹은 전문대학은 쓰임이 다른 것이지 높고 낮음이 아닌 것처럼 지역이 전략도 그래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어디에, 어떻게 집중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주민의 몫이어야 한다. 부모님 집이 있는 익산에는 보석 박물관도 있고 왕궁포레스트도 있지만 왕궁포레스트나 보석박물관보다 김병종미술관이 훨씬 좋다. 어디까지나 내 취향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다름의 문제고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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