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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an 09. 2024

워이워이- 이천이십삼 년 안녕이다 안녕


 워이워이- 이천이십삼 년 안녕이다 안녕


아아 님은 갔으나 님을 보내지 못한 것처럼 23년을 보내지 못하고 24년을 맞았다. 다른 해와 다르게 나름 한가한 연말을 보내서 그런가. 한 일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1년이 휘이익- 가버린 기분이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23년의 첫 시작은 22년 마감의 연장선이었다. 12월에 갑자기 떠안은 결과자료집과 22년에 골고루 진행되었어야 할 기록이 뭉텅이로 겹쳤다. 그 와중에 나의 두 번째 책이자 책공방의 회심작이기도 한 『책공방 탐사』도 완성되어 2월엔 텀블벅 주소를 정리하고 포장재를 주문해 파주로 출동했다. 그 결과 3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23년을 시작할 수 있었다. 마감이 끝나고 한숨 돌리자마자 감사하게도 대학 소식지 일이 들어왔다. 기한이 빠듯해 한 달 내동 꼼짝없이 그 일에 매달려야 했다. 중간중간 짬을 내어 제주 북페어 신청하고 짐 싸서 4월엔 그 최종 마감지를 들고 제주로 출동했다.

  

연초부터 진이 빠져 좀 쉬어 볼 요량으로 4월 제주 일정을 넉넉하게 잡았는데 생각지 못한 돌발 사건이 생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속이 상했고 많이 의지하고 좋아했던 만큼 아팠다. 왜 반갑지 않은 일은 한꺼번에 오는지 관계에 대해 크게 흔들렸던 건 그때부터였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몇몇 일들은 여전히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약이라 ‘그래, 나도 내가 이해 안 될 때도 있고, 지금에 와서 이해된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허나 또 하지만 웬만하면 똑같은 일은 물론 그 비스꾸무리한 일들은 없었으면 싶다.


4월 말부터 그러니까 제주에서 돌아오자마자 올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전주책쾌’ 일정이 시작됐다. 올림픽에 임하는 선수처럼 열심히 훈련하고 만전을 기해 경기에 임하듯 내 선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7월이 되었고 6월부터 10월까지는 ‘생활문화시설 인문프로그램’으로 ‘나의 기록학교’를 진행했다. 한 달에 다섯 번이었지만 책을 한 권 한 권을 충실히 읽고 모임을 준비하고 모임을 마치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해서 전후 과정에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쓰였지만 그 이상으로 충만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11월부터 12월까진 4월부터 시작했던 어느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백서 작업을 진행했고 2월부터 지금까지 공주 책공방 준비 작업과 책공방 SNS와 1년1책 자유출판을 위한 성냥 스캔 작업을 진행하고 선생님과 의사소통을 진행했다.


      

공식 일정은 이러했고 모든 일은 나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삶의 대전제를 잊지 않고 내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 건강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곤 했다. 1월엔 대학 친구들과 경주 여행, 2월엔 찐친 만나러 순천, 엄마빠랑 조카1호랑 통영 여행을 갔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처음으로 가 ‘모던 데자인’과 ‘다다익선:즐거운 협업’ 전시 봤다. 3월엔 엄마랑 큰언니가 해외여행 갔을 땐 아빠랑 단둘이 있으면서 시간을 보냈고, 아빠가 여행 갔을 땐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냈다. 4월엔 엄마 생신 기념으로 엄마빠랑 언니랑 다시 경주 여행을 갔고, 5월엔 서울인쇄센터 강의 갔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Visite Prive’e> 전시를 봤다.


많이 바빴던 6월에도 에라 모르겠다 주아님과 무주 산골영화제에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나의 기록학교에서 만난 영화쟁이 덕분에 잊고 있는 영화의 즐거움을 다시 찾아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대장님의 감사한 요청 덕분에 녹색당 전당대회 현장도 가볼 수 있었다. 7월에도 대장님 덕분에 지리산 연찬에 참여해 소중한 시간을 보냈고, 더운 여름의 한가운데 여름날엔 내가 애정하는 쪼꼬미들도 만났다. 8월 중순엔 몸과 마음의 쉼터 해남에 다녀왔고, 찐친을 만나러 순천에 다녀왔다. 9월엔 물결에서 진행하는 『커뮤니티 자본론』 북토크에 가서 진정환 작가님을 만났고, 난다 출판사 행사에 참여해 김민정 대표님과 고명재 시인님 등 일명 난다 사람들을 만났고, 주아님이랑 ‘책쾌’학자라 할 수 있는 이민희 교수님을 만나러 춘천에 다녀왔고, 몇 년 만에 전주세계소리축제에 가서 공연을 보았다.


10월 첫 주엔 다시 해남에 가서 나와 나의 이야기를 귀하게 여기는 귀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 다음주엔 ‘서울퍼블리셔스 테이블-대구’ 행사에 참여하느라 대구에 가서 ‘마르시안 스토리’ 출판사 대표님 집에 방문했고, 그 다음주엔 ‘서울퍼블리셔스 테이블-서울’ 본 행사에 참여하느라 서울로 출동해 완판 신화를 쓰며 만족스럽지만 짜증났던 시간을 보냈다. 다만 그다음 날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마주하고 마음의 갈피를 못 잡고 크게 흔들리고 얼마 안 있어 또 달갑지 않은 이야기를 마주했다. 당시 배려 없는 말과 행동에 아주 그냥 모든 게 다 넌덜머리가 나 지금 당장 행복해지자는 마음에 와인 모임에 들어가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즐거움에 빠졌다. 11월엔 지리산 정치학교에 가서 잊고 있던 ‘진정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나의 기록학교’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였던 사진집이 완성되어 나눔의 시간을 갔고, 또 해남에 가서 ‘해-남 기록 워크숍’ 작당 모의를 기획했고, 12월엔 와인 연말 모임으로 시작해, 아빠 생신 기념 가족 모임 갖고, 엄마랑 언니랑 여행 가서 아빠랑 단둘이 평소 내가 가고 싶었던 남원도 가고, 서울도 가서 전시를 보았다. 이 밖에도 연중 내내 시간이 날 때마다 황방산과 모악산, 대둔산에 올랐고, 엄마빠와 주말 나들이 가서 맛난 음식 먹고 좋은 풍경을 보았고, 또 어떻게든 짬을 내어 나의 사랑하는 술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이렇게 나열해 보니 23년도 어느 해 못지않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참 열심히 살았다 싶다. 그래도 23년은 내게 너무 힘들고 낯선 시간이 많아 부디 새해엔 좀더 신나고 재미난 일들과 마주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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