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꽃 묵상
[갈라디아서 6:15,17]
15 할례를 받거나 안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17 이제부터는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나는 내 몸에 예수의 상처 자국을 지고 다닙니다.
봄이 곧 올 것 같더니 다시 맹추위가 왔습니다.
봄꽃이 핀 후에 오는 추위를 ‘꽃샘추위’라고 하지요. 그러나 꽃샘추위가 아무리 시샘해도 한번 발걸음을 내딛은 봄은 결코 주춤하지 않고 올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피어난 꽃들은 저마다 견디며 햇살 따스한 봄날을 불러올 것입니다.
‘절제’라는 꽃말을 가진 처녀치마라는 꽃이 있습니다.
이름이 참 재미있죠?
한 겨울에도 치렁치렁 견디는 초록 이파리도 치마를 닮았고, 피어난 꽃도 짧은 치마를 닮았습니다.
보랏빛 꽃의 짧은 치마가 더 예뻐서, ‘처녀치마’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처녀치마를 통해서 지난겨울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짐작하는 방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꽃대의 길이, 다른 하나는 꽃의 빛깔입니다.
꽃대가 짧고, 보랏빛이 짙으면 혹독한 겨울이었다는 증거요, 꽃대가 길고, 보랏빛이 옅으면 조금은 덜 혹독한 겨울이었다는 표식입니다. 대체로 혹독한 겨울 뒤에 피어난 꽃들의 빛깔은 더 진하고, 향기도 더 진합니다.
그냥저냥 봄이 오면 피어나는 꽃 같지만, 그 몸에는 지난 계절의 흔적을 고스란히 새기고 품어 피어나는 것입니다. 지난 계절의 흔적, 그것은 고난이요, 아픔이지만 피어난 꽃들에게서는 모두가 빛날 뿐입니다. 꽃의 빛깔이 진해도, 연해도, 꽃대가 길어도 짧아도, 향기가 진해도 혹은 향기가 없어도 모두 아름답습니다.
‘상처’는 고대그리스어 ‘스티그마’입니다.
성서에서 ‘스티그마’는 ‘성흔’, 즉 ‘거룩한 흔적’으로 번역되며,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고난을 당할 때 옆구리와 손과 발에 입은 상처의 흔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 상처가 인류구원의 길을 열어주었으니 ‘거룩한 흔적’ 즉, 성흔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스티그마’는 새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통과제의 같은 것입니다. 누구도 새로운 사람으로 창조되려면 피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냥 마음만 먹는다고 새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오늘 ‘처녀치마’의 꽃말을 빌어 하나의 스티그마를 말씀드립니다.
‘절제하는 삶’입니다. ‘소비하는 인간’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버려야 우리에게 새로운 삶이 열릴 것입니다. 무엇이든 과하게 소비하지 마십시오. 물질이 되었든, 마음이 되었든 ‘절제’하며 살아가면, 좀 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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