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의 생명력을 묵상하다
지난 해 12월 초,
갑자스러운 추위로 인해 복도에 두었던 게발선인장을 방으로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냉해를 입은 상태였고 시간이 지나니 몇몇 선인장들은 물러터지기도 하고, 말라버리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
마디줄기가 말라서 제대로 물을 빨아들이지 못한 덕분에 얼지는 않았던 선인장 줄기가 있었습니다.
"나는 네가 다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어"
물에 사나흘 담가두었다가 다 쓴 잉크 공병에 물꽂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단지, 다시 힘을 얻어 살아나길 소망할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만일 다시 살아난다면,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화분에 심어 꽃을 피울 때까지 잘 키우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면 각별한 추억을 가진 꽃이 되겠지요.
그렇게 이십일이 지났습니다.
일부는 썩어 사라졌지만, 남아있는 것들은 싱싱함을 회복했고, 잔뿌리도 내렸습니다.
완연한 봄날, 그를 화분에 옮겨심으로 지난 겨울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는 그 많은 게발선인장 중에서도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게발선인장이겠지요.
게다가 꽃이라도 핀다면,
저는 거기서 생명의 신비를 보며 지금보다도 더 많은 감사를 하겠지요.
떨어진 것들을 몇 개 더 모아 작은 잉크병에 물꽂이를 했습니다.
오늘도 물을 갈아주면서 어제와 별반 차이도 없는 그를 바라봅니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그들은 생명에 생명을 더하고, 때론 죽음에 죽음을 더하며 사는 것이겠지요.
"다 끝난 것이 아니라면 좋겠어"라는 작은 소원을 들어준 게발 선인장을 바라보며,
삶에 대해,
생명에 대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깊은 묵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