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China Morning Post Infographics
Malofiej25에서 만났던 Adolfo가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 행사 하나를 공유해줬다. Adolfo는 South China Morning Post Infographic (이하 SCMP)은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인포그래픽 '팀'에서 활동 중인데,
그 팀에서 그동안 제작했던 작품들을 전시하고 프로세스를 공유한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203 Infographics Lab 장성환 대표님과 홍콩행을 결정했다.
사실, 미국과 유럽에는 이런 데이터시각화와 인포그래픽 관련 멋진 행사는 많다. 서로의 작품과 프로세스를 공유하면서 서로가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 그런 행사의 목적과 소통이 너무 멋졌다. 올초에 스페인을 다녀왔지만 우리도 그들과 소통하고 우리의 것을 공유할 필요가 분명히 있었다. (국내 콘텐츠들 역시 분명히 잘하고 있다) 그들도 우리가 하는 일들을 알고 싶어 하지만 아시아권은 다양한 언어로 인한 '검색의 언어적 장벽'이 문제가 존재한다. 또한, 국내에서 인포그래픽에 대해 단지 '삽화 그림'으로 인식하는 그 시선에 대해 다시 한번 극복할 필요가 있었다. 해외 전문가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우린 우리가 만든 것들을 들고 홍콩으로 갔다.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었다.
사전에 미리 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행사의 취지에 공감하고 서로 작업들을 공유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맥락으로 203 Infographics Lab에서 제작해오고 있는 작품들을 전시회에서 나누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수락했다. (오히려, 한국에서 홍콩까지 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해줘서 완전 감동...) 1부 행사가 끝나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203 인포그래픽 포스터를 소개했다. 다행히 평가와 반응은 좋았다. 지난 스페인 Malofiej25에서도 이 포스터들은 한국 관련 주제로 인기가 많았었다. 세명은 추후에 따로 메시지로 길게 인포그래픽에 대한 멋진 평가를 장성환 대표께 메시지 했다고 한다. 그래픽 이면에 감춰진 프로세스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 모두 디자이너가 리서치, 데이터 정제, 시각화 등 일련의 과정을 내재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포그래픽 제작 프로세스 중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인포그래픽은 단순 그래픽이 아니니깐.
Adolfo Arranz, Marcelo Duhalde, Marco Hernandez는 SCMP 인포그래픽팀을 이끌고 있다.
발표에서 언급했던 기사(그래픽) 링크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7월 10일(월)에 팩토리에서 후기를 발표한 시간을 가졌다. 슬라이드를 넘겨가며 자세한 내용을 발표했던 자리인데 브런치에서는 느낀 점 들만 적어볼까 한다.
그들은 관찰하는 디자이너들이었다. 과거에는 그림을 그리는 디자이너였고, 코드를 짜는 개발자였다. 하지만 데이터와 정보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매우 훌륭하게 말이다. 특히 Marco의 경우 개발자이지만 스케치를 통해 디자이너와 소통하고 데이터와 정보를 보기 좋게 다루고 인포그래픽 분야를 이해하며 그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멋졌다. 아래 기사는 'The Tallest Statues In The World'란 주제의 인터랙티브 기사다. Marco가 기획까지 관여한 건데 정말 놀랐던 건 단순히 조각상들만 나열을 해준 게 아니라 붉은 인물 아이콘을 배치해줘서 실제로 사람이 느끼는 높이가 얼마큼 될는지 가늠하게끔 장치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이 개발자가 이런 멋진 센스를 가졌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난 그가 이 팀에서 엄청나게 성장했다고 느꼈다. (그의 과거 결과물과 비교해서)
그의 첫번째 직장인 La Nacion의 작업을 보고 SCMP에서 만든 결과물을 비교해보면 엄청난 성장이 있었다고 본다. 그저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는 관점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가 요즘은 보인다. 좋은 관찰력과 디자인적인 접근을 그는 내재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기획자가 기획을 넘겨주고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해서 개발자에게 넘겨주면 끝나는 그런 비효율적인 구조에서 벗어났다. 이 점이 부러웠다.
Adolfo의 경우 일상을 스케치하는 취미를 가진 디자이너였다. 언론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지면의 차트만 만들어내는 딱딱한 삶이 지겨웠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SCMP 인포그래픽팀은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Adolfo가 SCMP로 와서 만든 인포그래픽들을 살펴보면 재밌게도 홍콩인보다 훨씬 홍콩에 대한 정보를 잘 그려낸다. 정보의 특징을 잘 잡고 스토리를 입혀서 거기에 디자인을 입혔다. 그의 이런 관점, 작업의 끈기 그리고 디자인이 결국 'City Of Anarchy'란 걸작을 완성시킨 게 아닌가 싶었다.
그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은 참석자들이 각자 느낀 점 들이 있었겠지만 내가 그에게 느낀 감동은 '꾸준함'이었다. 매일매일 펜을 들고 노트에 홍콩을 그려내는 그의 꾸준함을 누가 따라 할 수 있을까? 그 열정을 누가 넘을 수 있을까 싶다. 평소 그러지 못한 나에겐 그 '꾸준함'이 충격이었고 배움이었다.
많은 배움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Adolfo의 꾸준함을 늘 새겨야겠다 싶어 액자를 주문했고 책상 옆에 뒀다. 여전히 스케치는 서툴고 어렵지만 그래도 수집하고 정제한 데이터와 정보를 디자이너, 개발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론 배워야겠다 싶어서 드로잉 수업을 요즘 알아보고 있다. 그리고 꾸준히가 중요하겠지!
어제 우리가 다녀온 경험이 궁금하신 분들 앞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공유했다.
몇 가지 함께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제안했고 함께 이 분들과 한 단계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가면 멋지지 않을까.
그리고 홍콩에서 가져온 질문들의 해답을 곧 찾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