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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아닌 조절: AI 시대 에이전시의 생존 법칙

by Ryan Son

지난주, AI 기반 마케팅 스타트업 Lyra가 350만 달러(약 47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Lyra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로, 기존 마케팅 에이전시들이 담당했던 업무를 AI가 대신 수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CEO 발표에 따르면, Lyra는 이미 2,500명 이상의 인플루언서와 매달 협업하며, Shopify 기반 브랜드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들이 고객으로 참여하고 있다.


Lyra와 같은 AI 기반 서비스는 기존 에이전시 모델에서의 중요한 업무들을 AI가 대신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AMT(Autonomous Marketing Team, 자율 마케팅 팀)을 구축하고 있으며, AI 에이전트가 비창의적인 마케팅 업무를 모두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Lyra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핵심 요소들을 자동화한다. 이는 고객의 브랜드와 최적의 인플루언서를 연결하는 매칭 업무, 콘텐츠 생성 및 게시 일정 조정과 성과 분석까지 통합하는 캠페인 관리, 인플루언서와의 계약 체결, 협상, 결제 프로세스 처리, 광고 예산 및 전략 조정까지를 포함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 실행 중심의 기존 에이전시의 비즈니스 모델에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 중심의 에이전시 모델은 지속 가능한가? 기술의 발전이 에이전시 시장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스위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장 피아제(Jean Piaget)는 ‘스키마(schema)’ 개념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기본 프레임에의 인식과 환기의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그는 인간은 새로운 정보를 마주했을 때 기존 스키마를 유지하면서 정보를 통합하는 ‘동화(assimilation)’와, 새로운 현실에 맞춰 기존 스키마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조절(accommodation)’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대응한다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에이전시 모델은 ‘사람이 비용과 인력 기반의 실행 가능성을 고려해 전략을 세우고 진행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스키마였다. 그러나 Lyra와 같은 AI의 등장은 이제 에이전시들이 단순히 기존 방식을 유지(동화)하는 것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스키마로의 전환(조절)을 요구한다. 즉, 기존의 사람 중심의 전략 기획과 실행 대신, AI가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새로운 운영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에이전시들은 전술적 결과물(실제 자산)을 제공함으로써 생존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살아남을 에이전시는 AI가 만들어내는 자산을 안내하고 통합하며, 고객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제공하는 기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가 모든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게시할 수 있다면, 고객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타기팅하고 리드 마그넷 등의 다음 단계로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을 제공하는 데 인간의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에이전시의 운영자라면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Lyra와 같은 AI 에이전트를 화이트 라벨링하여 자체 기술 개발 없이도 빠르게 AI 기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해 업계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자체 AI 에이전트를 개발하여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특정 시장/전문성/방식에 맞게 개선해 팀이 AI가 다음에 학습할 기능을 혁신하는 데 집중하도록 할 수 있다. 셋째, 기존의 역할에 머물며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본다.


앞으로 에이전시 비즈니스의 미래는 단지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누가 AI 에이전트를 소유하고 그 가치를 전략적으로 극대화할 것인가'의 경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제 핵심은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AI 에이전트 기반의 스키마를 받아들이고 이를 조직 내부에서 전략적으로 통합하는가이다. 더 이상 인간 중심 에이전시가 AI와 경쟁할 수 있는가라는 진부한 질문을 되풀이할 때가 아니다. 앞으로의 승자는 AI를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인간의 창의성과 전략적으로 통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에이전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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