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유행이다. 나도 잘 모르는 상대와 어색할 때, 우선 MBTI를 물어본다. 그럼 얼추 상대의 성향을 파악하며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MBTI뿐만 아니라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스낵, 꽃까지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나도 나를 모르겠는 건, 나뿐 만이 아닌가 보다.
유치원 때 재롱잔치 센터를 차지하고, 초등학교 때 학교 대표로 말하기 대회에 나갔던 나. 어린 나의 꿈은 아나운서였다. 그래서 다른 전공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언론정보학과(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취업할 때가 다가오니 300만 원이 넘는 아나운서 아카데미 비용과 아나운서를 지원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프로필 사진 촬영, 메이크업할 때 드는 만만치 않은 비용에 지레 겁을 먹은 탓에 아나운서의 꿈을 과감히 접고 기자로 진로를 바꿨다. 대학교 4학년 때 1년 동안 중국 교환학생을 다녀오니, 동기들은 모두 졸업을 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평일엔 대전에서 막 학기 수업을 듣고, 주말엔 서울에 올라가 방송 기자 수업을 듣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사실 방송 기자 수업을 듣고, 실제로 몇몇 방송국에 입사 지원을 하면서도 ‘내가 기자가 될 상인가’를 계속 자문했던 것 같다. 소심하고 미움받을 용기는 단 하나도 없는 내가 과연 송곳 같은 글로 사회의 폐부를 찌를 수 있을까. 하지만 다시 새로운 적성을 찾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다. 나에겐 어렸을 때부터 지켜온 이 꿈, 이 길밖에 없었다.
기자 준비를 하려면 서울에 올라가야 하는 것이 마땅한 진리였지만, 난 당장 서울에 집을 구할 돈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돈을 모으고 있던 어느 날, 내 또래 여자 연예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는 슈퍼스타였다. 매일 그녀의 이름이 달린 인터넷 기사가 포털에 도배되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이끌려 기사를 클릭해보면 뉴스 꽁무니에 선 넘는 댓글이 난잡하게 널려있었다. 난 그녀의 죽음에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꼈다. 나의 클릭 한 번이 마치 그녀의 죽음을 부추긴 것 같았다. 난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뉴스를 보고 싶지 않았다. 내 자신과 사람들과 세상이 미웠다. 나는 하나 남은 꿈을 포기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자연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