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매이 Mar 22. 2021

난 도대체 뭐가 되고 싶은 걸까

MBTI가 유행이다. 나도 잘 모르는 상대와 어색할 때, 우선 MBTI를 물어본다. 그럼 얼추 상대의 성향을 파악하며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MBTI뿐만 아니라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스낵, 꽃까지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나도 나를 모르겠는 건, 나뿐 만이 아닌가 보다.


유치원  재롱잔치 센터를 차지하고, 초등학교  학교 대표로 말하기 대회에 나갔던 . 어린 나의 꿈은 아나운서였다. 그래서 다른 전공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언론정보학과(신문방송학과) 진학했다. 취업할 때가 다가오니 300만 원이 넘는 아나운서 아카데미 비용과 아나운서를 지원하기 위해선  필요한 프로필 사진 촬영, 메이크업할  드는 만만치 않은 비용에 지레 겁을 은 탓에 아나운서의 꿈을 과감히 접고 기자로 진로를 바꿨다. 대학교 4학년  1 동안 중국 교환학생을 다녀오니, 동기들은 모두 졸업을 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평일엔 대전에서 막 학기 수업을 듣고, 주말엔 서울에 올라가 방송 기자 수업을 듣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사실 방송 기자 수업을 듣고, 실제로 몇몇 방송국에 입사 지원을 하면서도 ‘내가 기자가  상인가 계속 자문했던  같다. 소심하고 미움받을 용기는  하나도 없는 내가 과연 송곳 같은 글로 사회의 폐부를 찌를  있을까. 하지만 다시 새로운 적성을 찾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다. 나에겐 어렸을 때부터 지켜온  ,  길밖에 없었다.


기자 준비를 하려면 서울에 올라가야 하는 것이 마땅한 진리였지만, 난 당장 서울에 집을 구할 돈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돈을 모으고 있던 어느 날, 내 또래 여자 연예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는 슈퍼스타였다. 매일 그녀의 이름이 달린 인터넷 기사가 포털에 도배되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이끌려 기사를 클릭해보면 뉴스 꽁무니에 선 넘는 댓글이 난잡하게 널려있었다. 난 그녀의 죽음에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꼈다. 나의 클릭 한 번이 마치 그녀의 죽음을 부추긴 것 같았다. 난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뉴스를 보고 싶지 않았다. 내 자신과 사람들과 세상이 미웠다. 나는 하나 남은 꿈을 포기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