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특별한 2022년의 봄맞이
그래 맞아. 이 글은 너를 위해 쓰는 거야. 너 만을 위해
요 며칠간 매서운 한파가 겨울을 실감케 하더니, 그새 일 년 중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이 지났네. 설 연휴가 끝나고 나면 입춘(入春). 바로 그 입춘 때문에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어.
입춘은 24개의 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 한 해의 새로운 시작임과 동시에 봄을 열어주는 절기니 우리도 봄 맞을 준비를 해야겠지? 봄맞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우림 김윤아의 '봄이 오면'이란 곡인데 나의 3월 플레이리스트엔 꼭 들어가는 노래.
봄이 오면- 김윤아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녘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 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 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둣빛 고운 숲 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묶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녘에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녘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노 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봄이 오면
김윤아는 봄이 오면 들녘으로, 숲 속으로, 연못으로 봄맞이 가자고 했지만, 나는 이번 봄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으로 가려고 해. 영국 테이트 미술관 소장품들로 구성된 전시회가 열리고 있거든. 이번 전시는 윌리엄 터너, 존 컨스터블로 대표되는 18세기 풍경화와 모네, 피사로, 시슬리 등 19세기 인상주의 회화작품, 20세기 사진, 21세기 설치미술까지 200년에 걸쳐 흩어져있는 43명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 이 작품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빛"이야. 꽤 괜찮은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어.
터너, 컨스터블,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빌헬름 함메르쇼이라니. 이 세 명의 화가만으로도 본전은 뽑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예술작품을 보면서 본전 생각하니까 좀 그런가? 아무튼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봄을 기다리는 설렘인지, 작품을 만나는 설렘인지. 아무튼 올봄을 맞이하는 이벤트는 완벽할 것 같다는 생각에 흥분 중인 건 사실이야.
그래서 이번 전시회 관람을 준비하는 차원으로 사전학습을 하려고 해. 이 글의 맨 처음 시작은 너만을 위한 글이라며 뭔가 로맨틱할 것 같았는데, 갑자기 학습이라니 김이 좀 새었으려나?
(이 문단은 그냥 눈으로 슈욱 훑고 지나가길 바라) 우리가 알아볼 총 43명의 작가는 기요르기 캐피쉬(1906-2001), 댄 플래빈(1933-1996), 데이비드 루카스(1802-1881, 데이비드 바첼러(1955-), 라슬로 모호이너지(1895-1946), 루이지 베로네지(1908-1998), 리즈 로즈(1942-), 릴리안 린(1939-),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 백남준(1932-2006), 브루스 나우먼(1941-), 브리짓 라일리(1931-), 비야 셀민스(1938-), 스테판 테메르손(1910-1988), 스티븐 윌라츠(1943-), 아니쉬 카푸어(1954-), 알프레드 시슬리(1839-1899), 야오이 쿠사마(1929-), 에드문트 콜라인(1906-1992), 올라퍼 엘리아슨(1967~), 요제프 알베르스(1888-1976),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 이와오 야마와키(1930-1932), 제이콥 모어(1740-1793), 제임스 터렐(1943-), 조셉 라이트(1734-1797), 조지 리치몬드(1809-1896),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1775-1851), 존 린넬(1792-1882), 존 마틴(1789-1854), 존 브렛(1830-1902), 존 컨스터블(1776-1837), 카미유 피사로(1830-1903), 캐서린 야스(1963-), 클로드 모네(1849-1926), 페이 화이트, 피터 세쥴리(1930-), 필립 파레노(1964-), 하나야 칸비(1903-1991), 윌리엄 로덴슈타인(1872-1945), 아르망 기요맹(1841-1927), 필립 윌슨스티어(1860-1942), 빌헬름 함메르쇼이(1880-1904).
위 문단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지지? 좀처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대부분이고, 모네나 백남준 정도가 익숙한 이름일텐데, 그래도 앞으로 소개할 작품을 보다 보면 익숙한 작품들도 있을 거고, 또 이렇게 한 번 듣고 나면 다음에 다시 그 작품을 만났을 때 조금은 생소함이 덜할 테니까. 언젠가 한 번은 '처음'이라는 생소함의 벽을 넘어야 예술이라는 세계로 진입이 가능한 법. 천천히, 최대한 재미있게 이야기해볼 테니 걱정 말고.
학습을 끝내면 전시회를 즐겁게 관람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야. 전시는 5월 8일까지니 적어도 5월 초 까지는 학습이 끝나야겠다. 내가 글을 언제 마치냐에 따라 우리 봄맞이는 여름맞이로 이름이 바뀌게 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 준비 학습은 나에게도 꽤 도움이 될 것 같아.
어떤 작품을 먼저 언급할까 고민하다 보니, 아무래도 시대순 나열 법이 좋을 것 같아. 예술이란 다분히 시대의 산물이므로 과거의 작품부터 찬찬히 알아보면 혼동되는 일 없이 지식과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겠지.
아! 여기서 시대순 나열 법이란 작품의 제작연도가 아닌 예술가가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순서를 정했다는 의미야. 맨 처음 소개할 화가는 1737년에 태어난 조셉 라이트, 맨 마지막에 소개할 작가는 1967년에 태어난 올라퍼 엘리아슨. 230년이라는 시간차 속에서 "빛"은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었는지, 그 커다란 흐름을 관조하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사뭇 기대가 되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