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정 Feb 08. 2022

자연의 미(美)와 힘을 찬양하다

Study for 빛 from TATE_ 02. 제이콥 모어


<빛: 영국 테이트 미술관 특별전> 관람을 위한 사전 학습 02/43. 제이콥 모어(1740-1793)

지난 편에 이어 거창한(?) 학습의 두 번째 주자는 스코틀랜드의 풍경화가 제이콥 모어(1740–1793)야. 

Self-portrait, 1783, Uffizi

난 스코틀랜드 하면 체크무늬 치마를 입고 백파이프를 부는 아저씨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고소하고 달콤했던 스카치 캔디가 떠오르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와 함께 '영국'이라는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4개의 공동체중 하나잖아.  영국의 정식 국호가 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이고 일반 명칭은 영국 연합왕국 UK(United Kingdom)인 것에서 알 수 있듯 말이야.


1707년에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통합되었지만 스코틀랜드 법은 잉글랜드 법과 분리되어 있었어. 당연히 잉글랜드와는 상당히 다른 문화적 특색을 가지고 있었겠지. 지금도 스코틀랜드는 영국인 듯 영국 아닌 영국 같은 스코틀랜드로 민족적 자긍심이 대단하다고 하네. 


오늘의 주인공 제이콥 모어가 태어난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로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고, 지금까지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기에 많은 관광객들에게 '북부의 파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어. 문화유산과 자연 풍광이 어우러진 에든버러와 스코틀랜드 각지에서 촬영한 영화가 해리포터, 브레이브 하트, 007 스카이폴, 왕좌의 게임 등이 있다니 얼른 한번 가보고 싶어 지네.

아! 오늘은 여행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림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지? 


에든버러에서 태어난 그는 금세공인의 도제였다가 당시 장식 풍경화가로 이름을 날리던 제임스 노리(James Norie, 1684- 1757)의 도제로 미술공부를 했어. 1769년부터는 에든버러 로열 극장에서 무대 세트화가로 일하다가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과 힘에 매료되어 풍경화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가 그린 클라이드강 폭포 연작은 스코틀랜드 풍경에 대한 최초의 진지한 예술적 해석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며 제이콥 모어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만들었어. 


 클라이드강 폭포 연작. 좌: 보닝턴 린  / 중: 스톤비어스린 1771~1773 / 우: 코라린 1771



1771년, 모어는 이탈리아 로마로 가서 그의 남은 여생을 보내는데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어떤 영국 화가보다도 뛰어났다고 해. 1784년엔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상 중 하나인 우피치 미술관에서 주는 상을 영국인이 수상했다고 하니 그의 풍경화가 주는 영향력이 얼마나 컸었는지 짐작할 수 있지.


그런 그의 작품 중 1787년작 <대홍수>라는 작품을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어. 그의 작품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힘을 찬양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하는데, <대홍수>라는 작품을 한번 감상해보자고.


대홍수 The Deluge, 1787, Tate Britain


전체적인 색상은 마치 세계의 종말이 온다면 이런 색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것 같은 온통 짙은 회색 빛으로 가득 차 있어. 홍수가 시작되고 있는 건지 이제 막 끝난 건지, 화면 하단엔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인간들이 절망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 홍수에 휩쓸려 죽은 사람들, 한 명이라도 살려보려 축 늘어진 사람을 끌어올리는 사람. 어떤 이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고. 대홍수라는 주제는 우리가 '노아의 방주'를 통해 알 수 있듯 수많은 종교와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신의 노여움을 은유하고 있잖아. 


그렇지만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99%의 어두운 화면이 아나라 이제 막 짙은 어둠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밝은 빛이야. 창세기의 하느님은 홍수를 통해 세상을 벌하셨지만 노아를 통해 한 줄기 희망을 보내셨듯 제이콥 모어 또한 작지만 강력할 빛으로 세상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 거야.


이렇게 보니 그의 그림 속 빛이야말로 인간을 향한 가장 희망적인 빛이 아닌가 생각되네. 제이콥 모어에 관련된 자료가 너무 없어서, 이번 편은 짤막하게 마무리할께. 그럼 다음 편에서 또 만나

매거진의 이전글 빛을 그리는데 진심이었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