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새로운 인연을 찾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구이자 니즈라고 생각합니다. 짐작컨대 좋은 영화를 보려고 오는 이유만큼, 혹은 그 이상의 참여 동기가 아닐까요? 같이 모임을 운영하는 구오빠 역시 이를 중요한 니즈라고 파악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초반에는 남녀 성비 1대 1로 맞추려고 했어요. 그렇지만 공업도시라서 그런지, 혹은 남자가 집에서 운영하는 모임이라서 그런지 여자분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입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말이에요. 짝짓기 프로그램도 아니고 굳이 1대 1로 맞출 필요가 있나 의문도 생겼어요. 가끔 여자 한 분만 신청하시고 나머지는 전부 남자인 경우나 혹은 그 반대인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미리 언질을 드립니다. '여자(남자)가 본인 한 분 이신데 괜찮으세요?' 하고요. 대부분은 다음 기회에 참석하시겠다 말씀하세요. 충분히 이해할 만하죠. 그러니 보통은 동일한 성별 2명 이상인 경우 모임이 성사되어요. 남자 4 여자 2 혹은 남자 2 여자 4 이렇게 말이죠.
거기다 저희 모임은 매번 영화 혹은 기획에 따라 모임을 여는 일회성으로 운영하고 있고 신청은 DM 혹은 갠톡으로 받아 서로 누가 오는지 모르기에 좋은 사람을 발견해도 모임에서 또 만나는 건 어렵답니다. 누가 물어봐도 개인정보이니 당연히 알려주지 않고 실제로 물어보신 적도 없답니다. 모임이 끝나고 뒤풀이는 하지 않구요. 이렇게 보면 저는 어느 여자 기숙사의 B사감 같군요 ㅎㅎ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인연을 찾으려는 욕구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법, 모임 단골분들께서 간간히 제보해주시는 게 있답니다. 모임을 열게 되면 모임별로 단톡방을 파는데요, 오신 분들 중에 모임이 끝난 뒤 괜찮다고 생각하는 다른 이성에게 갠톡을 보내기도 한다네요. 처음에는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건가 싶어서 오픈 카톡방을 따로 열고 링크를 전달하는 식으로 할까 하다가 이게 운영하는 입장에서 꽤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고 단골분들께 의견을 물어보니 전화도 아니고 카톡 정도야 받는 쪽에서 싫으면 거부하면 되는 거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해서 그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는 모임 말고 번개모임을 통해서 썸이 생기기도 하나 봐요. 거실영화관에 관심 있으신 분들, 혹은 참여하신 분들이 소통할 수 있는 오픈카톡방을 만들었는데요, 거기서 다양한 분들이 술, 극장 영화 관람, 볼링, 등산 등으로 번개를 연답니다. 거실 영화모임에는 참석 안 하시고 번개만 참여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제 입장에서는 어찌 되었든 모임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권장하고한편으로 벙을 열어주시는 분들께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단, 저의 경우 극장 영화 관람 말고는 참석 안 하는 편이긴 해요. 거실 모임 여는 것만으로 시간이 빠듯한 데다가 모임장이지만 INFP 인지라 영화 정도의 공통 관심사가 없으면 할 말이 없어 오히려 구석에 남아 쭈구리가 되기 십상이거든요.
술은 없던 연애 감정도 생기게 할 수 있을 만큼 연애를 위한 좋은 발화점이 될 수 있기에 술 모임에서 다양한 썸이 생기곤 합니다. 물론 술로 모인 만큼좋지 않은 해프닝이 발생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조금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번개 모임에 관해서는 제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 이를 정확히 명시하고 모임 인원 대부분이 사회에서 일하는 성인인 만큼 책임은 개인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제가 관련되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으니 제가 열지 않은 번개모임이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 중입니다.
모임 내 연애에 관하여 정리하면 저는 권장도, 방해도 할 생각이 없습니다.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의 주목적 중 하나가 인연찾기일지라도 제가 운영하는 목적은 좋은 영화를 본 뒤 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뿐이니까요. 저 또한 모임 신청 관련해서 여성 분께서 신청 혹은 문의를 위해 연락을 하시면 사담은 자제하고 안내만 담백하게 하는 편입니다.다른 분들은 몰라도 모임을 운영하는 사람이 그런 목적을 가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거든요. 반면 남성 분께서 신청하실 때 영화 취향이 비슷하거나 자주 오셨던 분일 경우 반가움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하구요.
하지만 일종의 양가감정 같은 게 있어서 모임 내에 커플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혼자서 조용히 기뻐합니다.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좋은 인연을 만난다는 건 삶이 준 소중한 기회니까요. 현재까지 제가 들은 바로는 5쌍이 채 안 되는 데 실제로는 그 배는 되겠죠? ㅎ
저는 그저 혼자 거실에 조용히 앉아 거실영화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썸을 응원할 뿐이랍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