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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dom akin to feral Nov 19. 2023

얌체 포비아

이건 불치병이야

미국으로 이민 오기를 결정한

수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한국식 얌체들을 마주칠 환경에서

최대한 벗어나고 싶었다.


제목에 포비아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나는 그런 사람들을 극도로 혐오한다.


한국의 성적 줄 세우기 문화로

대학과 전공에 따라서

인생의 큰 줄기가 달라지는 경험들을 한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그 경쟁의 선두에 있는

내가 있었던 강남 8 학군에서는

한 명이라도 경쟁자들을 제쳐야 하기에

그 비극적인 상황에서

나는 수도 없이 많은 얌체들과 마주했다.


교묘한 술수를 쓰면서

사람의 선의를 체리피킹하듯 이용하고,

그러면서도 체면을 차리고 싶어 하는 아이러니는

당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완전히 꺾는다.

이런 경험들은 나이를 먹어감에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의 인생에서의 경험들은

평균치로 환산하기에 아주 미미하고 주관적이지만,

성적이 좋고 자원이 풍족한 학생들이 몰린 환경에서

이러한 얌체행위는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났다.


친구니까 설마 그렇겠어하는 나의 안일한 생각은

뒤늦게 뒤통수가 얼얼해지고야 마는 상황이 올 때까지

상황 파악이 매 번 늦었었다.


최소한의 양심과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은

얌체들의 머릿속에는 들어있지 않은 개념 같다.

그들에게 법적으로 문제만 없다면, 사회의 에티켓이나 도덕은

너무나 하찮은 가치가 되어버린다.


애석하게도 20대가 되어 사회에 나와서도

어릴 적부터 그렇게 자라온 사람들이

커서도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을 많이 보았다.


다행이었던 점은 청소년기 내가 살던 사회랑은 다르게,

내가 어른이 되어 속했던 집단들은

얌체족보다는 양심과 선의의 경쟁이 살아있던 그룹이었기에

그런 얌체들은 의도를 간파당하고 설자리를 잃어갔다.


그럼에도 어떤 모임에서건 얌체들을 완전히 

만나지 않을 수 있는 그룹은 또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어릴적 속했던 그룹 외에도

다른 지역의 비슷한 또래 집단에서는

얌체들이 자라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이 매거진에 연재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저 툭 털고 일어나면 될 수도 있겠지만,

사춘기 때 소심하고 순진했던 마음은

자책을 하며 나의 존엄성에 대해서도 부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점점 커져서

꽤 오랫동안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하찮고 시시하고 내놓기 부끄러운 것이라 여겼으며,

스스로 힘들게 이룬 것들에도 자격지심을 가졌다.


시간이 지나며 이제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30대가 되어서도 이렇게 마음 구석 슬픔을

글로 적으며 치유받으려 하는 이유는

어린 날의 상처로부터 완전히 낫지 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그래도 그때와 달라진 점은

이젠 내 행복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고,

나와 맞지 않는 것들은 피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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