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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영 May 15. 2017

이방인의 마음

참 신기한 날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빵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눈꼽만 떼고 빵집에 갔다. 그러고보니 내가 외국에 살고 있구나, 새삼스레 생경한 기분이 들었다. 옆에 앉은 할아버지가 영어로 말을 걸어 왔다. 독일어 할 수 있어요, 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하나 둘씩 찾아오기 시작한 할아버지의 친구들은 총 5명이었다. 자기도 "한"씨인 한국 친구가 있다고, 자기 손자가 태권도를 배운다고, 재키 찬이 한국인이던가, 하면서 저마다 자기가 아는 한국 얘기를 했다. 하하, 웃으면서 한글로 할아버지들 이름을 써주기도 했다. 우리는 매일 여기서 모이니 내일도 오렴, 친절한 할아버지들과 헤어져서 장을 봤다.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친구라고 하지만 반년이 넘게 연락이 없었다. 학생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너 여기 처음이니, 하고 말을 걸었던 친구였다. 오늘 밤에 당구 치러 갈래?

장을 보고 집에 와 우편함을 확인하니 광고지들만 있었다. 신문도 읽고, 라디오도 듣는데, 광고에 나오는 말은 가끔 어렵다.

그리고 친구를 만나 파란 눈을 보고 있다보니 문득 신기한 마음이 든다.

"너 눈이 파란색이야!"

나도 알아, 냉소적인 대답을 기대하면서도 불쑥 말하고 말았다. 

집에 와서 자려고 누웠는데 다신 그 빵집도 가지 말고, 그 친구도 만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내 발은 바닥에 닿지 못하고 둥둥 떠 있었다. 

저 밖의 외침들이 골을 울린다. 나는 정신을 놓으려 애 썼다.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 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알지 못할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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