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청소는 같은 성(性)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합니다.
10년이 지나 다시 씁니다.
신입 때 처음 알게 된 후부터 오랜 시간 블로그를 했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 티스토리 > 텍스트큐브 > 워드프레스 > 다시 티스토리 등등' 이렇게 여러 번 이사를 하고 나니 포스팅의 소스들도 헝클어졌고 이미지도 유실되고 말았죠. 이제는 복구하려고 해도 잘 되지도 않지만, 어디에 짐을 풀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중 일부 10년 전쯤 ( 간혹 더 이전에 썼던 글 ) 들을 복원하면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하는 바뀐 생각들을 다시 써 봅니다. 날카롭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보이고자 오버하는 과거의 글을 보면서 느낄 부끄러움은 현재의 저의 몫이지만요^^
10년 전 과거,
요즘 세상이 미쳐서 매일 같이 성희롱/성도착/성폭력에 대한 기사로 넘쳐난다.
무조건 숨기기만 하는 우리나라 성교육도 문제고, 집창촌이다 뭐다 제대로 단속도 못하면서 없애겠다고 말만 하면서 불법 성매매 방식만 늘려가게 만든 정부도 문제고, 무엇보다 자기 자식이 있는 사람들이 남이라고 함부로 하는 못된 사람들의 인성교육도 문제고.. 문제를 말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다.
성(性)적으로는 문화가 참 갈길이 먼 것 같다.
개인적으론 이런 것들을 볼 때마다 쓰려고 생각했던 글이 하나 있는데.. 바로 화장실..'남자 화장실'에 대한 글이다.
직장 생활을 하고 이 건물 저 건물 다녀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남자화장실 청소는 대부분 여자가 한다.
화장실은 남자와 여자가 엄연히 분리된 공간이고 (물론 가끔 남/녀를 공용으로 쓰는 곳도 있지만)
분리된 공간이라고 생각했을 때, 각자의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공간이다.
그 신체의 일부를 노출하는 공간에 이성이 들어온다는 게 편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남자 화장실에도 여자 아줌마들이 불쑥불쑥 들어온다.
남자라면 다들 느끼지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들어오는 아줌마들 때문에 느끼는 어색함이란
반대로 생각해 보자.
여자 화장실에 남자가 들어간다면.. 최소 변태에서, 성추행범까지 몰릴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문화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건물의 화장실 청소부를 남자와 여자로 따로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작은 건물은.. 그렇겠다. 비용을 2배로 써야 할 테니.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일해본 회사들은 몇천 명이 일하는 회사의 빌딩이었다.
모 카드사 건물도 그랬고, 문화를 앞장선다는 대기업도, 쇼핑몰과 붙어있는 유명 아웃렛 건물도 그렇다.
어느 건물에도 남자 화장실 청소부가 있던걸 본 적이 없다.
그런 곳에서 청소 한 명을 남자로 바꾼다고 해서 큰 비용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남자들이 청소를 깨끗이 하겠냐고? 군대 화장실을 가본 적이 있는가? 청소 전문업체가 하는 것에 모자라지 않는다.
언제쯤 남자화장실을 청소하는 남자직원을 볼 수 있을까. 언제까지 아줌마들이 거리낌 없이 남자화장실 문을 여는 것을 보아야만 할까. 아마도 그것은 우리나라의 성문화가 개선되는 날에도 어려운 일일 거라 생각하지만 늘 겪을 때마다. 찝찝함을 지울 수가 없다.
10년 뒤 현재
10년이 지났지만, 이 글의 내용에 있던 남자 화장실에 대한 환경들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부 건물에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고, 해외에서도 같은 경험들을 하곤 했습니다.
여전히 남자화장실은 대부분 여자가 청소하고 있죠.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일부 건물에서 '여사님' ( 요즘은 이렇게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일을 하시는 분들을 이렇게 많이 불러드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최소한의 존중을 담기 위해서입니다. ) 들이 화장실에 들어오실 때,
'들어갑니다' 정도의 말씀을 해주시는 것과, 반대로 남자들도 여사님들이 있을 때는 이용하지 않고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 정도인 거 같습니다.
이것도 사람마다 다른 부분이라 그렇지 않은 상황의 민망한 광경을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 남자가 있었는데, 여사님이 들어와서 서로 다급하게 돌아선 모습.
어쩌면 이 글을 쓰는 게, 요즘 흔히 말하는 '프로불편러'처럼 비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것이 '분명하게' 2개의 성적 불쾌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에게는, 지극히 남녀가 분리된 공간에 여자 성을 가진 사람이 불쑥 들어와서 가져오는 불쾌함
반대로 여사님들에게도 불편하게 남자들이 용무를 처리하는 공간에 들어가야 하는 불쾌함
성희롱의 여부는 '불쾌함'에 있다고 합니다. 상대방이 불쾌함을 느낀다면 그것이 성희롱이라고 하죠
이것 역시 맞다 아니 다를 논리적으로 판단하기에 앞서,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느냐에 대한 생각으로 봐야 합니다.
대부분 나이 많은 여사님들이 하는 일이니 괜찮아,
나이도 많으신 여자분들인데 남자의 공간에 들어오면 어때 라는 생각들이 언제까지 맞는 생각일지요.
늘 그래왔기 때문에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그렇게라도 여사님들이 일을 할 수 있는데,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건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 할 논리일 것입니다.
남녀평등을 이야기하는 시대입니다.
뭐 그런 거 까지 신경 쓰냐고 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젠더 이슈는 늘 있어 왔지만, 이제 분명하게 평등의 길고 가야 합니다.
과거의 여가부 등은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반대로 역 성차별도 있는 법입니다.
입장을(그리고 성별을) 한번 바꿔서 생각해 봅니다 반대로 남자가 여자화장실을 청소할 수 있나요
화장실 청소는 같은 성(性) 이 해야 합니다
의외로 남자화장실을 남자가 청소하는 곳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인천국제공항' 이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번 그 이상을 남자분이 청소하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네요.
우연인지도 모르겠지만, 무언가의 문제의식이 기반이 된 결과였다면 하고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