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 Feb 17.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하고 싶은 당신에게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 자그마한 내 가게 하나 하면서 살고 싶다.' 그리고 당신의 꿈은 이렇게 이어진다. 내 가게를 하면 아침 출근길 지옥철 따위는 없겠지, 지랄 같은 직장 상사나 기어오르는 후배를 보며 속 끓이지 않아도 되겠지?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이제 당신은 인터넷으로 가게 매물을 찾아보거나 요즘 잘나가는 아이템 검색을 시작한다.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머릿속 당신은 이미 햇살이 비치는 작은 가게에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다.  막연하게 창업을 꿈꾸는 당신에게 오랜 시간 장사를 해온 우리 엄마의 한 마디를 들려주고 싶다.     

 

"장사꾼 똥은 다 썩어서 개도 안 먹는다." 이것이 바로 장사의 현실이다.      


나는 창업이니 가게니 하는 말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엄마의 옆에서 '나만의 가게'라는 환상은 진작에 깨져 버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나 역시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창업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 나이들어서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쯤이면 어김없이 저 먼 곳에서 작은 상점이 톡 하고 솟아오른다. 머릿속에 등장한 깨끗한 가게를 보며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이제 나도 내 가게를 한 번 해봐? 장사 힘든 건 다 아니까 오히려 유리하지 않을까?      


나만의 가게를 가지는 창업. 그것은 말 그대로 멀리 보이는 사막 위의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 아닐까 싶다. 운이 좋으면 시원하게 목을 축일 수 있는 깨끗한 물과 쉴 그늘이 있지만, 그냥 허상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죽을힘을 다해 오아시스를 향해 걸어갔는데 정작 그곳에 있는 것이 마른 모래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멀리 보이는 또다른 오아시스. 저것도 허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바로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꼭 나만의 가게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가 오아시스를 조금 더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줄 것이다. 이 책은 콕 집어 주는 창업 아이템이나 장사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조언해 주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간 디자이너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김란 작가의 창업 공간에 관한 모든 것이다. 제목 그대로 내가 앞으로 일을 해야 할 창업 공간, 그 공간을 어떻게 준비하고 꾸며야 되는지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이다.      


단순하게 가게 안의 인테리어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가게를 기획합니다'라는 부제처럼 작가는 아무런 준비 없이 덜컥 가게를 계약해 버린 친구와 함께 차근차근 창업을 진행해 간다. 창업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가볍게 읽기에 좋다. 만약에 창업에 대해 작은 메모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저자의 진행 방식에 따라 자신이 생각해 온 창업을 꼼꼼하게 적어봐도 좋지 않을까.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는 '공간 창업'에 관한 설명이 대부분이다. 내가 일할 곳을 직접 만드는 사람을 공간 창업자라고 하듯, 이 책은 스스로 일하는 장소와 직업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책이다. 물론 다른 분야의 창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조언들이 많다. 창업 전부터 반드시 시작해야 할 SNS 홍보를 비롯해 공간 창업으로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지, 부동산 계약이나 인테리어 등 꼭 공간 창업이 아니라도 가게를 운영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내용들이다.     


오히려 퇴사 또는 부동산 방문보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하는 일은 브런치 또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SNS 계정 운영입니다. 저는 실제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 5,000명 이상 만들어서 오라고 고객을 돌려보는 적도 있습니다. 5,000명 중에 최소 50명은 오프라인 공간까지 찾아올 팬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때 공간 오픈 준비를 하자고 했습니다.     


이미 자신만의 공간을 꾸려나가는 공간 창업 선배들의 조언도 좋았고, 일반인이 미쳐 체크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꼼꼼하게 적어둔 체크리스트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바로 '돈'에 관한 설명이었다.      


작가는 묻는다. '취미 생활인가요, 창업인가요? 다 돈이에요.' 그렇다. 창업을 해볼까 마음먹는 순간부터 생각지도 못한 많은 돈이 든다. 만약에 당신이 권리금이 뭔지, 시설 비용이나 기타 세금이 뭔지 모른다면 다시 한번 창업을 고려해보길 권한다. 오랫동안 간직해 온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이라고 하기엔 참 많이 돈이 들어간다.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수입도 벌지 못한다면 행복의 파라다이스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곳은 수천 개의 가시가 솟아난 불구덩이 보다 더 괴로운 곳이 된다.      


무엇을 팔고, 어디에 점포를 구한 뒤에 어떤 인테리어를 하는 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공간 운영에 얼마만큼의 돈이 드는지 확실히 공부하길 바란다.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에서는 지출이나 수익에 관한 부분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 않았지만, 창업 초보라면 어려운 설명 보다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창업, 특히 음식점 운영을 하시는 엄마가 계셔서인지 음식점 창업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들 중의 대부분은 단지 지금 직장이 싫거나 단순히 가게를 하고 싶은데, 음식점이 그나마 돈을 번다고 해서라는 답을 한다. 긴 시간 가게를 꾸려오신 엄마를 보면 내 가게라는 것은 무척 큰 짐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 가게가 직장 생활과는 또 다른 굉장한 매력을 가진 일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대답을 한다. 그중에 하나는 바로 철저하게 준비하라는 것이다.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의 작가가 어쩌다 가게를 얻은 친구와 함께 철두철미하게 창업 준비를 하듯, 스스로 그런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책에서처럼 오픈함과 동시에 수익이 창출되기 힘든 공간 창업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나의 가게를 꿈꾸는 당신에게 말한다. '나는 기필코 창업을 하겠다' 마음먹었다면 일단 이 책에서 알려주는 방식으로 당신만의 창업 가이드를 만들어 보길 바란다. 마지막 페이지를 완성하는 그 순간, 창업에 대한 확신이 든다면 이제 당신의 작은 가게의 문을 열 때가 된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사진작가 천경우의 작품 그리고 그의 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