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루미악토버 Nov 27. 2021

어느 날의 기록 211018

211018

혼자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혼자 오랜 시간 있게 되면 밀려들 생각들에게 어김없이 지고 말 것 같아서.

책도 보지 않았다. 

책을 보다가 비슷한 이야기들에 또 쏟아질 마음이 버거울 것 같아서.


괜찮다고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암시를 걸었다. 웃을 수 있는 단순한 것들을 찾아 웹서핑에 전념했다.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없도록 단순하고 나와 먼 것들만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사람 사는 일이 다 다르다고 하지만, 결국 사람 사는 일이기에 

나는 내가 도망치려고 했던 주제들을 어김없이 만나야 했고 그때마다 애써 눈을 돌렸다.


조금도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원망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꽤나 괜찮고 ,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아.


나는 내가 잘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혼자 있을 때마다 그게 아니란 사실이 온몸에 닿아서 이내 숨 쉬기가 힘겹다.

모든 것들이 왜 다 내 탓인 것만 같을까.

내가 좀 더 참고 견디고 좀 더 희생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답답한 생각도 든다.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내 삶의 나열, 그 속에서 매일 피어났던 두려움과 원망. 그런 환경에서 자라난 내 모습에 대해서 끝없는 자책과 절규를 내보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쏟아내면서 모든 이들에게 생채기를 낼 것 같은 내 모습이 무서워서 꾹꾹 또 눌러 담는다.


다른 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고 , 더 이상 슬프거나 부정적인 모습을 내보이고 싶지도 않아서 

예전처럼 입을 닫고 몸을 숨긴다. 


겁이 난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 어렵고 버거운 사람이 될까 봐 겁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남아있으며 애정의 메시지를 보내주는 이들과 

몇 번의 시도 후에도 결국 삶을 붙잡았던 나를 위해서 천천히 나아지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아 또 조바심이 난다.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까.


아마 나는 지금처럼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씩 다시 시작할 것이다.


다시 글을 쓰고 , 단순한 그림을 그리고 , 책을 읽고 , 세상 속에서  몇 시간을 내리 걷고 ,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 혼자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늦은 저녁  친구를 만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고

카페에 갈 때마다 샌드위치를 파는 곳을 가자고 말하는 그런 사사로웠던 내 소중한 것들 말이다.


_

오늘도 나를 믿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날의 기록 20121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