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18
혼자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혼자 오랜 시간 있게 되면 밀려들 생각들에게 어김없이 지고 말 것 같아서.
책도 보지 않았다.
책을 보다가 비슷한 이야기들에 또 쏟아질 마음이 버거울 것 같아서.
괜찮다고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암시를 걸었다. 웃을 수 있는 단순한 것들을 찾아 웹서핑에 전념했다.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없도록 단순하고 나와 먼 것들만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사람 사는 일이 다 다르다고 하지만, 결국 사람 사는 일이기에
나는 내가 도망치려고 했던 주제들을 어김없이 만나야 했고 그때마다 애써 눈을 돌렸다.
조금도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원망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꽤나 괜찮고 ,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아.
나는 내가 잘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혼자 있을 때마다 그게 아니란 사실이 온몸에 닿아서 이내 숨 쉬기가 힘겹다.
모든 것들이 왜 다 내 탓인 것만 같을까.
내가 좀 더 참고 견디고 좀 더 희생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답답한 생각도 든다.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내 삶의 나열, 그 속에서 매일 피어났던 두려움과 원망. 그런 환경에서 자라난 내 모습에 대해서 끝없는 자책과 절규를 내보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쏟아내면서 모든 이들에게 생채기를 낼 것 같은 내 모습이 무서워서 꾹꾹 또 눌러 담는다.
다른 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고 , 더 이상 슬프거나 부정적인 모습을 내보이고 싶지도 않아서
예전처럼 입을 닫고 몸을 숨긴다.
겁이 난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 어렵고 버거운 사람이 될까 봐 겁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남아있으며 애정의 메시지를 보내주는 이들과
몇 번의 시도 후에도 결국 삶을 붙잡았던 나를 위해서 천천히 나아지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아 또 조바심이 난다.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까.
아마 나는 지금처럼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씩 다시 시작할 것이다.
다시 글을 쓰고 , 단순한 그림을 그리고 , 책을 읽고 , 세상 속에서 몇 시간을 내리 걷고 ,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 혼자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늦은 저녁 친구를 만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고
카페에 갈 때마다 샌드위치를 파는 곳을 가자고 말하는 그런 사사로웠던 내 소중한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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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