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3
자발적 고립.
그것이 근 몇 년간의 내 모습이었다. 정말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나로 인해 타인이 불편한 기분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많은 모임을 가지 않았다.
해야 하는 일들과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 그런 것들만 억지로 해왔으며 복잡한 것들은 그냥 외면해버리고 모른척했다. 나는 매일 도망치고 싶었고 그것은 곧 이 생생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
몇 달 동안은 길을 걷다가도 엉엉 울곤 했었다.
뭐, 요즘은 굳은살이 박였다. 아니 포기한 걸 수도 있고 체념한 걸 수도 있다.
사람에 대해 헛된 기대를 품는 일은 버린 지 오래되었다. 믿는 만큼 상처가 크고, 내 기대에 그들이 꼭 부응할 필요는 없기에.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안 이후로 나는 그들이 나라는 사람에게 왜 힘든지를 자주 생각했다.
그 과정 속에서 화살을 자주 내게 돌렸으며,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답을 찾아내려 했다.
-결국은 다 '나'때문이야.
-내가 너무 갇혀있기 때문이야. 나의 자기 연민, 그리고 편협한 사고.
-결국은 사람이기에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는 걸 알잖아.
타인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인정해야 한다는 걸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후,
내가 바뀌기 위해서 노력하기 시작한 게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어깨가 무겁고 너무 무거웠는데 조금씩 가벼워진다.
존재의 이유를 찾는 일을 멈췄다.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너무 겪은 것 같아서 자주 세상을 원망했는데 말이지. 과거가 아니라 지금을 보고 용서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용서해보려고 노력했다.
그건 그 몇몇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나를 위해서, 내가 과거를 붙잡고 우는 일을 줄이고 싶고 그 일들이 더 이상 내게 상처를 줄 수 없다고 믿기 위해서.
절로 버겁고, 미운 사람들이 줄어갔다. 스스로를 자주 다그치는 나로서는 이 과정 속에서도 끊임없이 ' 용서한다는 것은 나의 오만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 우선순위는 그게 아니라고 봤다.
여전히 어깨를 짓누르는 일이 너무 많아서 무겁지만,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다.
여전히 웃는 일은 힘들다.
타인에게 내 오랜 우울증이 지겹겠지만, 그만큼 나 역시 지겨운 이 우울증의 늪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래그래, 그래도 괜찮아. 어제보다 오늘 더 괜찮아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