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에 두 개의 보름달이 떴습니다?!
탐사 시작 후 몇 주간 다양한 사업지들을 둘러봐 온 <달빛탐사대> 대원들. 이번 주 월요일 열린 탐사대원 주도의 첫 자치회의에서 그동안 사업가들을 많이 만나보았으니, 이곳 문경에 사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수요일, 카페 장춘도예의 도예가 장동수님이 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달맞이센터를 찾아오셨지요.
카페 장춘도예는 도예가 장동수님과 일러스트레이터 두나님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공방, 갤러리 겸 카페로. 음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도예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여러 문화 행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경시 산양면에 2018년 문을 열었는데, 두 분이서 천천히 지어 올린 예쁜 공간, 그리고 자연 가운데에서 살고 계시다네요.
아내인 두나님과 카페 운영하며 자주 티격태격한다는 말로 잔잔한 웃음을 주신 장동수님. 도자기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여러 이유로 카페를 겸하기로 했는데, 커피도 또 하나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하는 분야임을 깨닫고 힘이 들기도 했답니다. 그래도 요새는 도예에 집중할 여건이 되어 만족스러우시다고요.
문화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고민은 비슷한 결을 띄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만든 작품으로만 돈을 벌고 먹고살 수 있다면 정말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수입을 창출할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때로는 내 본업으로부터 멀어지거나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갖고 또 다른 출발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모두에게 같은 숙제가 있는 셈이지만 모범답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 대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도 없죠. <달빛탐사대>의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을 텐데, 앞으로 있을 로컬 예술가들과의 만남이 각자의 숙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달빛탐사대>가 출범한 지, 그리고 탐사대원들을 실제로 모신 지 한 달 여 정도 지나가면서 때때로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오거나 격려의 선물이 도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궁금해서, 때로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격려하고 싶어서 찾아오신 분들 사진을 통해 소개드리도록 할게요.
9월 23일부터 1주일 단위로 탐사대원들에게 주간 SNS 미션이 제공됩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나의 답'은 추후 작고 예쁜 책으로 엮일 예정입니다. 이번 주의 질문은 1) 내 인생은 시속 ___km? 얼마나 왜 빠르게 가고 있나? 2) 오늘처럼 맑은 문경 하늘, 구름 모양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면 하늘에 뭘 띄워보고 싶어? 였죠. 다음 주 수요일까지 #달빛탐사대 #문경 #탐사기록 이라는 태그를 붙여 업로드하시면 됩니다. 어떤 생각들이 올라올지 궁금하네요.
*라이브 영상에서는 조한철/노래가야금야금 팀 순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콘샐러드입니다. 이제는 지정 인터뷰 장소가 되어버린 카페 선일에서 사장님이 한가득 테이블에 올려두고 가신 전통 과자를 아작아작 씹어먹으며 노래가야금야금 팀을 이을 인터뷰 주자를 기다리고 있지요. 사실 버스킹 대원이 두 팀 더 남았습니다만, 약간 분위기를 바꿔볼까 해서 이 분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사진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지만 초록과 노랑 그 사이 어디쯤, 오묘한 머리 색을 가진 분이죠. 그러다 보니 꽤 눈에 띄는 편인데 별명도 흥미롭습니다. 탐사지기인 양갱님은 '교수님'이라고 부르고, 어떤 이는 EBS 채널에 나올만한 사람이라고도 합니다. 본인은 '미원'이라는 별명으로 불러달라고 하시네요.
콘샐러드(이하 콘) : 때때로 단톡 방에 올라온 미원님의 아름다운 문장이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 같습니다. 소설의 문장이나, 시구 등등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관심이 있어 보여요.
미원(이하 미) : 시기에 따라서 관심사가 달라져왔던 것 같아요. 가령 10대 후반에 만화 역사책을 보게 된 것을 계기로 열국지, 삼국지 같은 중국 고대사를 읽으며 공자, 맹자를 접했어요. 그들의 말씀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되지?' 하는 생각이 들어 철학과를 갔었죠.
전공을 하면서는 옳고 그름의 문제 이상을 생각해봐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서 음악과 예술 쪽으로 관심이 기울었어요. 특히 작곡가나 지휘자라는 직업에 감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마이크로 단위에서 템포나 세기를 조절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죠.
미원님은 다양한 관심사만큼 호기심도 왕성한 분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철학과 문예창작을 복수 전공하고 졸업한 후 연출을 배우셨다는대요. 외국의 연출 사례를 참고하고 싶은데 때때로 해외 자료에 접근이 제한적인 것이 아쉬울 때가 있어, 기회가 될 때마다 직접 해외 극장을 돌아다니며 오페라 공연을 보기도 했다는군요.
미 : 지금은 건축이나 공간에 흥미가 있어요. 어느 순간 공연은 어느 정도 일시적인 특성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공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에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글귀가 걸렸던 적이 있는데요. 그 문장의 원형이 윈스턴 처칠의 "사람은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사람을 만든다"예요. 마을이 됐든 건물이 됐든, 지금은 공간이 중요하다는 의식을 계속하게 됩니다.
<달빛탐사대>에서 공연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미원님. 최근에는 공연을 할 장소를 물색하는데 열을 올리는 중입니다. 문경 산양면에 있는 산양정행소를 갔을 때, 시골이지만 공간을 잘 만들고 꾸민 이 곳에 사람들이 꽤 많이 오는 것을 보고 공간의 중요성을 더욱 느꼈다고 해요.
미 : 사실 문경에 올 때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엄청난 기대를 하고 온 것도 아니고, 수익을 내려고 온 것도 아니었고. 이왕 왔으니 괜찮은 공연을 하고 싶은데, 이 지역에 해볼 수 있을까? 평창동 같은 곳에 가보면 과잉처럼 느껴질 정도로 매일매일 문화 이벤트들이 벌어지는 반면, 정작 필요한 곳에선 이루어지지 않죠. 어떻게 하면 지역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나 하는 고민은 있었지만 사실 저도 문화예술은 도시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한계가 있었어요. 산양정행소를 보고 희망을 조금 가졌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 아침 제출된 미원님의 계획서를 보니 공연기획인 만큼 섭외할 사람도 인원도, 예산도 고민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요. 섭외할 인원 중에 조금 특이해 보이는 구성원도 있었습니다.
콘 : 인근 학교의 학생들을 공연의 주체로 섭외하고 싶으신 거죠?
미 : 맞아요. 공연을 구상하면서 <달빛탐사대>라는 사업이 지향하는 바가 뭘지 고민을 해봤어요. 수도권에 편중된 청년들을 지역에 끌어들여 로컬을 활발히, 또는 교류를 활발히 하기 위함이라면 나는 그 뜻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들이 이곳의 아이들을 만나 교육을 겸하며 같이 공연을 할 수 있다면, 이 짧은 시간 안에 뭔가 해내는 게 사실 힘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함께 해보는 의미가 깊지 않을까.
그런데 진행이 쉽진 않아요. 예산에 대한 문제가 특히 진행 측과 협의해야 할 것이 많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오미자 축제가 드라이브 스루로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아...공연이 가능할까? 유의미한 성과를 탐사 끝나기 전에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있습니다. 다행히 서울에 올라가 몇몇 친구들에게 어차피 거기서 공연이 힘드니 문경에 와서 바람 쐴 겸 뭔가 해보는 건 어떠냐라고 물었더니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어요.
가끔은 <달빛탐사대>와 같은 청년 로컬 정착 사업의 취지를 알면서도 반발심이 들 때가 있다는 미원님. 윗 세대들은 다들 서울로 몰려와 온갖 기회를 대도시에 만들어놓고, 왜 지금 청년들에게는 로컬로의 삶을 유도하는 걸까. 이곳에 사람들이 과연 살려고 할까? 아무리 서울이 살기 힘들어도 기회가 그곳에 있어 다들 아등바등 서울에 머물게 만드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최근 탐사대장 빡토님의 바이크를 빌리게 된 미원님은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경치를 만끽하면서도, 문경의 이야기에, 사람에 관심을 가지고 소재를 발굴하려 노력 중입니다. 특히나 다루고 싶은 것은 문경에서 난 유명한 위인보다는, 이곳 사람들 개개인이 몸에 새기고 있는 경험과 같은 것들입니다.
콘 : 미원님께 가장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들은 예를 들면 무엇일까요?
미 : 연출을 공부하다 보면 OUR TOWN이라는 미국 극작가 손턴 와일더의 작품을 한 번씩은 다 접하게 돼요. 저는 굉장히 유명한 우리나라 여성 연출가가 올린 연극으로 보았는데요. 한 사람의 삶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번 빠르게 보여준 뒤, 주인공이 과거의 한 순간으로 돌아갑니다. 과거를 마주한 주인공은 그 당시 왜 이런 아름다움을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모든 순간에 작별 인사를 건네요.
사실 우리도 살다 보면 삶을 순간순간 느끼며 살아가긴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삶의 순간,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좋아요. 걸어가는 할머니의 꼬부라진 뒷모습. 오토바이를 타고 들판이 펼쳐진 곳을 드라이빙하는 것 등등. 의식적으로 더 많이 그런 것을 느끼고 발견하려고 해요.
이런 일상의 장면들은 미원님의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평범한 일상이 갑자기 영화의 한 장면이나 대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건데요. 기본적으로는 집약된 형태인 책이나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지만 이런 일상적인 장면에 살을 붙여 작품을 만들 수도 있는 거니까요.
콘 : 마지막 질문다운 질문을 한 번 드려보려고 해요. 작가들이 이야기를 쓸 때 보통 시작과 결말을 정해놓고 그 안의 이야기를 채운다고 하잖아요. 연출을 하는 사람으로서 미원님의 마지막 작품을 상상해본다면, 어떤 연출을 하고 있을까요?
미 :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이 있어요. 주인공인 작가가 작품을 쓰다 어떤 계기로 인해 유년기로 돌아가서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책의 끝부분에 다다르면 다시 작품을 쓰는 '나'로 돌아오는 구조예요. 나를 돌아보며 그런 이야기를 쓸 수도 있고.
더 깊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어떤 주제에 매달릴 수도 있겠죠. 철학적으로는 어쩌다 이 세계에 왔고 그 의미는 무엇일까를 고민할 수도, 사람들 사이의 갈등 혹은 내면의 수많은 불화들을 다루며 작품 내적으로도, 한편으로는 제 삶도 화해의 지점에 다다르는 걸 목표로 할 수도 있어요.
뭐 어느 순간부터는 작품을 안 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슬쩍 웃어 보이는 미원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다양한 관심과 꾸준한 배움이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많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삶 역시 하나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요?
002. 스태프&참가자 백과
작성 날짜 : 2020년 9월 25일 금요일
작성자 : 플래닛 문 전담사서 무너냥
다음 주는 추석으로 한 주 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