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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입가경 Apr 12. 2022

360일만에 감각이 돌아왔다.

1일 차 - 사진 찍듯 매일 기록하기

걷는 게 전혀 힘들지 않은 날이 있다. 풍경을 보는 보폭이 비슷한 사람들과 만날 때 그렇다. 같이 멈춰서 사진을 남기고, 그래 예쁘다 좋다 말한다. 가볍게 점프를 하든, 나풀나풀 춤을 추든 안전한 선 안에서 어떤 움직임이든 그대로 봐준다.


어제는 그런 사람들 셋이서 광합성을 하려고 한참을 걸었다. 우연히 마주 선 길이 아무리 가파르고 숨차도 불평하거나 돌아서는 법이 없이, 즐겁고 끈기있게 올라 정상을 봤다. 혼자 하면 못했을 거다. 했더라도 덜 즐거웠을 거야.


천국 같던 지옥 코스


많은 대화가 있었다. 그 중 곱씹고 있는 건 스스로를 ‘아티스트’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한 삶인데도 사유할 건 많다. 기록하고 싶고, 표현해야 한다. 옌과 비슷하게 나도 글쓰기 전공을 선택해 놓곤 치열하게 예술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부채감이 있었다. 하지만 정의하기 나름이지. 누군가는 쉽게 자기를 아티스트라 칭하기도, 일상 속에서 우리는 모두 조금씩 예술가이기도 하니까.


왜 이 두 사람이 좋을까 생각했는데, 나를 뭔가 하고 싶게 한다. 잘 듣고, 필요한 말을 건네고, 용기를 준다. 나를 풀어 헤쳐서 보여주지 않아도 존재를 있는 그대로 봐 주고 있다. 언니라는 호칭도 털어 내고, 생색 없이 서로를 배려한다. 그 점이 멋있다. 그래서 이 모임 끝에는 늘 또 보자. 또 오자. 자주 봐야 돼. 오늘 너무 좋았다. 이런 말들이 남는다. 정말 너무…엔돌핀 제조기들..


떠날 인사를 하는 봄

옌이 가고, 귭이랑 좀 더 길게 걷다가 바닥에 고인 꽃잎들을 봤다. 휴대폰 배터리가 일찍 나간 언니는 예쁘다며 나더러 대신 찍어 달라고 했다. 나는 공유를 깜박하고, 덕분에 사진첩이 귀여워졌네 생각하다가 넘치게 충전된 영감만큼은 꼭 나누고 싶어졌다. 한 달 넘게 매일 글을 써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는 말을 믿는다. 나의 글을 좋아하고 기다리는 단 한 명한테만이라도 닿으면 돼.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다.




이런 알람도 이제 안녕!

(오래도록 새 글이 없는데도 틈틈이 구독해 주셔서 힘이 났어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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