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로 겪은 세 가지 변화

3일 차 - 글쓰기가 쉬워졌다

왜 글이 써질까 생각하다가 이원쌤이 말해주신 글 습관이 떠올랐다. 휴대폰 메모장에 엄지손가락으로 쓴다. 수첩이랑 펜이 없어도, 휴대폰은 매일 있으니까. 펜촉의 맛은 덜해도 빠르게 글감을 붙잡아 둘 수 있다. 책상에 앉아서 스탠드를 켜지 않고, 아침의 이부자리 위에서 쓴다. 참 쉽다.

매일 쓰기 3일 차, 벌써 겪은 변화가 세 가지 있다.

백지를 채우는 속도가 빨라졌다. 어떻게 쓸지 보다 쓰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 그런가. 양도 질도 정해진 게 없으니 일단 적어 내려가게 된다.

아침이 가뿐하다. 밤잠이 많아서 업로드 시간을 아침으로 정해두었더니 눈이 빨리 떠진다. 그래야 더 오래 글을 쓰고, 고칠 수 있으니까. 또 아침에는 밤사이 한차례 걸러진 알맹이들만 남아 글감을 찾기가 수월한 것 같다. 여러 자극에 감정이 얽힌 밤과는 다르게 기상 직후의 건강한 감수성은 글을 쓰기에 더 좋은 연료가 된다.

하루를 뚜렷이 기억하기 시작했다. 매일의 데드라인을 맞추고 싶어서 평소보다 더 두리번거린다. 어제는 하루 만에 꽃비가 되어 내린 벚나무들을 오래 보고 있었다. 며칠을 축제처럼 기쁘게 꽃망울을 터뜨렸다가 흩어졌다. 아쉽게 아름다웠다.

며칠이나 지속될진 모르겠지만, 계속해본다. 하루를 거르게 되더라도, 다음날 다시 시작할 용기만 잃지 말자. 오랜만에 글쓰기가 재밌다.

2년 만의 윤중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