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나
내 마음이 편해지는, 스타벅스에 앉았다. 학교 근처는 언제나 마음이 편해진다. 학생들이 있는 곳이라 그런가 모든 것이 파릇하고 상쾌한 느낌이었다.
대학은 아름다웠다. 건물, 정원, 구조.... 모두 '빈이구나!'할 법한 느낌으로. 유나 언니가 동유럽을 다녀오면 언니의 시니컬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묵직한 분위기의 도시와 사람들. Gloomy Sunday의 배경이 된 부다페스트의 우울한 공기. 급격히 변화하는 날씨. 스페인 애들처럼 걱정 없어 보이는,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그런 시끄러운 사람들이 이 곳에는 없다. 진지한 표정으로 책을 읽고 신문 읽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독일과 같은 느낌으로. 아주---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 남유럽의 시끌벅적함과 대비되는 이 곳의 무거움은 나의 마음을 짓눌렀다.
여행이란 언제나 다른 것 같다. 내가 여행을 많이 했다고 해서 잘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그 전에 여행에서 그렇게 경험했다고 해서 그것이 똑같이 지금 여행에선 반복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내가 이 사람과 이런 관계를 맺는다 해서 같은 관계를 다른 사람과 이을 순 없다. 맥락을 읽는 그 눈과 감각이 중요한 듯한데, 이건 알면 알수록 아리송하다.
어제 지니 언니가 지갑을 잃어버린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안전히 다닐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안전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고, 나에게도 위험이 도처에 널려 있구나! 그 위험을 간과하면 아무리 내가 여행 배테랑이라 해도 순식간에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Wien대학 앞, 스타벅스, 2013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