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Color story
포르투, 안녕
곧 포르투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내일 이 시간에는 리스본에 있겠지 했다. 분명 리스본도 좋겠지만 이별은 늘 아쉽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어딜 갈까 생각하다 호텔 앞 피자집이 생각났다. 토핑이 적고 치즈향 가득한 피자와 맥주 한잔이면 딱 좋을 것 같았다. 마침 호텔에 가지러 갈 것도 있고 해서 옳다구나 하던 참!!
그 당시 우리가 걷던 곳은 호텔을 기준으로 큰길 두어 개 정도 윗동네였다. 목적지가 정해지니 좀 더 서두르며 길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는데 낯익은 골목길에 반가움을 한껏 표출하며 거의 뛰어갈듯한 자세를 취하던 찰나에 느닺없이 또 비가 내렸다. 그런데 이번은 좀 다르다. 여우비였다.
해가 든날 잠깐 다녀가는 결코 흔하지 않은 비.
여우비.
갑자기 옅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거리에 하나의 골목길을 꽉 채우며 빠른 속도로 다가온 강한 햇살은 마치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처럼 물방울 하나하나를 밝혔다. 시간의 옷자락이 어딘가에 걸려 늦춰진 듯 멈춰진 듯 바람 한점 없는 조용한 하늘에서 마치 눈이 오듯 비가 내렸다. 방울방울 빛을 머금은 비는 중력의 존재는 까맣게 잊고 깃털이 떨어지듯 여유롭고 사뿐히 무대 위에 내려앉았다. 반짝이는 공기와 반짝이는 보도블록. 반짝이는 그 사이 어디쯤... 온 시야가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 혼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포르투가 선사하는 마지막 선물일가?
실제 비가 내린 시간은 5분 정도. 벅차고 숨찬 짧은 시간이었지만 순간 모든 사물이 슬로모션이 되고 정적이 감도는 듯, 오롯이 나와 피사체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최고의 시간이었음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한 번도 영화감독을 해보진 않았지만, 만약 이게 하나의 작품이었다면 훌륭한 배경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을 테지 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그 때 그 공간, 맹세코 한동안은 그 어떤 성대한 파티나 퍼레이드도 이보다 가슴 벅차게 감동적이진 않을 것 같다.
나의 입장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현실을 잠시 떠나 마음을 정리하고 쌓인 피로를 날려버리기 위한 목적을 채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공원을 크게 한 바퀴 뛰며 숨을 헐떡일 때 거친 숨과 함께 뭔가 엉키고 답답한 마음을 쏟아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데 이는, 휘몰아치는 감정이입으로 한 편의 영화를 봤을 때의 정신적, 심리적 쾌감과도 비슷하다. 체력의 한계를 견딘다는 것, 짧은 시간 고도의 집중력으로 간접경험을 한다는 것 그리고 수많은 시간, 수많은 셔터를 누르다 번뜩이는 한순간 지금껏 찍어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사진을 찍었을 때의 환희는 가끔 무엇이든 잘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용기가 되어 다가오기도 한다.
또한 굉장한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 날 호텔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든든히 먹고 - 우린 늘 따뜻한 식빵에 갓 구워진 계란 프라이로 샌드위치를 만들었었다. 매일 아침의 샌드위치와 식빵 가득 묻어 나오던 뜨거운 노른자. 평범해서 더 특별했던 그 날들의 아침- 리스본으로 갈 준비를 한다. 도우로 강가로 내려가던 매일매일, 기차를 타지 않아도 수시로 들어가 구경을 했던 상 벤투 기차역이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내 마음이 너무 질척대지 않도록 아주 쿨하게 떠나야지... 유치한 다짐을 한다.
우리가 포르투를 떠난다 한들 누가 우리를 기억해줄까.. 포르투의 하늘도, 도우로 강도, 수많은 바다새와 들고양이들도 우리의 존재에 대해 단 1%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늘 여행자들은 떠나온 곳에서 뭔가의 아쉬움을 느낀다. 기회에 된다면 다시 꼭 오고 싶다는 맹새도 함께.. 세상 모든 사람들이 지나간 곳이라 해도 늘 풍족하고 여유가 넘치며 차별 없이 다 허락하고 받아주는 것이 아마 '여행'이지 싶다. 지금 우리가 위치한 모든 곳이 '여행'이라면 보다 여유가 넘치고 긍정적인 세상이 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에 잠겨보며... 이제 리스본으로 가자!!
photo & journey essay
https://www.instagram.com/leicam_sh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