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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n Mar 08. 2017

여행을 준비하다

vol. 1  Color Story




여행을 준비하다




한대 겨우 지나가는 좁은 길에 트램이 등장!! 벽에 바짝 붙어 길을 내어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귀여웠다




리스본에서 즐겨 탔던 28번 트램은 연중무휴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고개고개 말 못 할 사연들을 싣고 알파마의 꼬불꼬불한 길을 부드러운 익숙함으로 달리고 있었다. 현지인만큼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타는 이 트램은 리스본의 유명한 관광지들을 꼼꼼히 훑으며 좁은 거리도 당차게 오르내린다. 애정을 가지고 찍었던 이 한 장의 사진을 시작으로 포르투갈의 기억들을 꺼내어볼까..















개인적으로 단풍을 즐기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해 본 적은 없다. '가을'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한 동요는 되지만 굳이 단풍 구경을 위해 보폭을 더해가며 이동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몇 그루 나무들의 변화에서도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일정한 패턴 중에 하나는, 뭔가 찌뿌듯하다 싶을 때 머리를 빗는 것이다. 거울을 보거나 바깥 구경을 하거나는 그날그날 다르다. 그날은 아마 베란다로 나가 놀랍도록 노랗고 붉은 창을 뚫어져라 보았나 보다. 헝클어진 머리를 꼼꼼히 빗어 내리니 마음의 정리도 되는 듯 한결 시원해진 느낌이었는데 창문마다 뿌연 회색 테두리가 영 불편해 보인다

(손가락 끝으로 문질문질)

선명히 다가오던 다음 타자.

이미 코앞에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특별히 애써 뭔가를 한 것 없는 한해였는데 벌써 다음 해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에 막막했달까?

정말이지 며칠 지나지 않아 꽤나 으슬으슬한 아침이 찾아왔고 침대 밖으로 나오기가 몇 번의 다짐과 함께 이뤄졌으며 가방끈 하나 제대로 지탱 못하는 좁은 어깨는 슬금슬금 목을 죄어왔다.

작은 구슬 전구로 한껏 멋을 낸 누군가의 거실, 앞다투어 니트 의류를 홍보 중인 쇼핑몰들의 행진.

겨울은 우리 집 창문뿐 아니라, 온갖 SNS에서 또는 문득문득 지나치는 검색엔진에서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자연스럽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은 뒤숭숭.

약간의 기분전환을 다짐했고 마침 그만큼의 여유들이 적당히 들어맞아 어김없이 우린 여행을 준비한다. 장거리 여행을 위한 준비로 2주는 넉넉하다 여겨지지 않지만 그만큼 최선을 다해 계획이란 걸 세우기 시작했다.



인천공항-파리 샤를 드골-포르투(5일)-리스본(5일)-로마 레오나르도 다빈치-다시 인천공항



아주 신나는 하루하루였지만 충분하지 않은 시간 탓에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허 구언 날 연발하는 항공편 덕에 질색팔색 했던, 떠올리기 싫은 기억들은 생각을 쌓고 쌓아 골칫덩어리처럼 느껴진다. 준비과정이 탄탄할수록 안정적인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A안에 착오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소환되는 B안 C안 등이 든든하게 보탬이 될 때도 있다.

나름 완벽하다고 장담하는 12일의 여행 일정이 노트 다섯 면을 빼곡히 채웠다.

멀고 먼 타지에서의 짧고 굵을 작은 인생.

결코 쉬이 볼 수 없다.





특별히 포르투갈 여야 하는 이유는 없었다. 여러 곳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고민하던 중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고 천천히 느리게 여행하는 우리에겐 짧은 시간 적당한 곳이라 여겼을 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리스본의 트램 사진. 지금 생각엔 적어도 그 이후 포르투갈은 아주 당연하고 간절한 목적지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가녀린 바람결에 분홍색 벚꽃이 나비처럼 흩날리던 밀라노의 봄. 빛이 바랜 개나리색 트램은 따스한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는 나빌리오 거리를 천천히 달렸다. 언뜻 무심코 봐버렸고 그 순간부터 눈을 떼지 못하였다. 마치 영화 '시네마 천국'의 한 장면처럼 애틋했는데 사전적 의미 그대로, 섭섭하고 안타까워 애가 타기도 하면서 정답고 알뜰한 맛이 오감을 물들여 찐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걸 지도 모르겠다. 벅찬 기분에 가슴이 뛰던 몇 년 전 이탈리아 여행에서의 잔잔한 여운을 그 한 장의 사진에서 떠올렸을지도..






우리 부부는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다. 비록 여행을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의 스타일은 있는데, 음식점이든 특정한 장소든 서로에게 공감이 되었다면 빨간 깃발을 꽂아두고 꼭 다시 찾는다. 매일매일도 상관없고 몇 년 후에도 상관없다. 주인은 기억 못 하겠지만 우리에겐 단골집인 샘이다. 여행지에서의 추억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주는 곳이 생긴다는 건 매우 신나는 일이라 생각한다.

또한, 관광지나 문화재도 좋지만 현지인들의 발걸음을 쫓으며 그들의 시각을 통해 좀 더 자연스러운 융화의 시도를 선호한다. 사진을 사랑하는 우리 부부의 주된 대상은 '사람' 이기에 이러한 여행 방식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상황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편이다.



뭉클뭉클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보자

그곳으로!!










photo & journey essay

 마음속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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