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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n Mar 08. 2017

낯설지만 낯설지 않다

vol. 2  Color Story

 




낯설지만 낯설지 않다





우리의 여행은 다음 여행이 시작될때 끝이난다. baggage tag을 늘 붙혀두는  이유^^






출발 일주일 전부터 커다란 캐리어를 활짝 펼쳐 거실 한 귀퉁이에 보란 듯이 둔다. 여행 생각에 보기만 해도 일상에 힘이 되는 효과도 있지만 한꺼번에 생각하면 놓치기 쉬운 필수품들을 꼼꼼히 챙기기 위해서다. 바쁜 중에도 이건 필요하겠다 싶은 것이 있으면 그 옆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데 이렇게 가방정리를 하다 보면 평소 만물상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모든 아이템들을 달고 다니는 나조차도 불편함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여행을 할 수 있다. 든든하게 꽉 찬 캐리어를 끌고 공항버스를 타러 가는 그 5분이 참 설레었던 기억이다. 앞으로 열하고 이틀을 함께할 천하무적 캐리어들이 '도르륵 도르륵' 우렁찬 구호를 외친다.













12시간쯤 걸렸을까? 오후 5시 조금 넘은 시각에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지연 없이 정시에 도착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입국심사를 받으려는데 수차례 파리를 왔건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단체 관광객들 끄트머리에 우리가 섰고 여권 심사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후 수하물 컨베이어에 갔더니 누군가 내려놓은 듯 낯섦 가득한 표정으로 덩그러니 서있는 우리 가방이 보인다. 좀 더 늦은 환승 항공권을 사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그 생각도 잠시. 환승 편 출발이 두 시간이나 늦춰졌고 식사시간과 티타임은 물론 앞으로 열흘 동안 매 끼니 무엇을 먹을지까지 디테일하게 정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공항에서의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았지만 그만큼 우리의 여행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애써 태연한 척!! 길고 긴 기다림을 견디고 2시간 15분을 날아 Porto에 도착한다.






밤 늦게까지 거리를 헤메는 사람들이 익숙한 듯한 길고양이. 서두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발길을 돌린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 앞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마치 사파리 투어라도 온 어린아이 마냥 택시 창문에 기대어 포르투의 밤거리를 감상했다. 30분 정도 달렸을까?

친절한 기사님이 내려준 곳은 좁고 경사진 도로가 시작되는 사거리. 구글맵으로 걸어서 겨우 1분 거리에 호텔이 있었다. 조금 지쳤는지 차가운 밤기운이 두 볼을 타고 내려가 두툼한 옷 사이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듯했고 골목 여기저기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의 고성방가가 끊이질 않았다. 조금 충격. 모든 유럽지구가 다 닮은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늦은 시각까지 거리를 방황하는 사람들이 놀라울 만큼 의아하고 신기했다. 보통 내가 알던 유럽은 귀가 시간이 칼 같고 주말엔 모든 상점이 문을 닫으며 모든 어른들은 가정에 충실하는 의외성 없는 곳이었는데 그런 면에서 포르투의 밤거리는 다소 충격이었다.

희미한 달빛 아래 시커멓고 오래된 건물들이 아른 거리듯 눈에 들어왔고 보일 듯 말듯한 어두운 그림자들의 아우성은 낯설다가도 익숙한 듯한 느낌으로 포르투의 밤을 가득 채웠다. 지친 몸을 추슬러 샤워만 겨우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저 멀리 취객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시끌시끌 점점 커지는 데시벨에도 꿈쩍하지 않고 잠들 수 있었던 우리의 첫날밤.

고마워요 자장가..









접근성을 고려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을 예약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그 사람들... 불금이란 걸 즐기기 위해 시내로 나온 거였구나 싶었다.

150년의 역사를 지닌 굉장히 오래된 이 호텔은 별 세 개의 아담한 곳이다. 레스토랑 옆으로는 호텔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작은 박물관이 있었고 구석구석에선 마치 집요정이 나올듯한 신비한 기운이 느껴졌다. 기대하지 않았던 호텔 조식은 꽤 훌륭했다. 5성급 호텔 뷔페와 비교 할바는 아니지만, 또한 푸짐하고 다채롭다는 의미도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입맛에 맞았다. 뜨끈뜨끈 갓 구워낸 계란 프라이, 여러 가지 곡물빵, 가짓수는 적지만 프레시안 과일, 정성 가득한 디저트. 수심 1000m에 사는 고래의 숨결 같은 깊~~고 찐한 커피. 모자랄 것 없는 적당한 아침이었다.













포르투 첫 날 첫 사진.  마치 작은 극단의 연극배우 같은 느낌의 아저씨. 근데 아저씨 어젯밤 집에 안들어 간건 아니죠?






한국이 겨울로 내달리고 있을 무렵 포르투갈의 11월은 좀처럼 분간이 안 되는 날씨였다. 청량한 가을인 듯했으나 때론 봄처럼 포근했고, 한여름의 우기처럼 미친 듯 비가 내리치다가도 느닷없이 해가 떴으며 이내 구름이 해를 삼켜버리면 옷깃을 세울 정도로 쌀쌀했다. 단 3일을 가득 채우고 5일을 있었는데 마치 1년 치의 계절을 스친 듯 풍족한 경험이었달까.. 

아마 변덕이 죽 끓듯 해서 우린 더 신이 났을지도.

해만 반짝이는 잘생긴 날씨에선 크게 매력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photo & journey essay

내 마음속 포르투갈

흑백으로 기억하는 남자 X 컬러로 기억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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