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실직자의 99도 당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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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휴대폰에 당근앱을 깔게 된 이유는 실직을 하고 시간이 널널해진 원인도 있지만 용돈벌이로 집안에 가득 쌓인 물건들을 심플하게 정리해보고자 하는 욕심에서 였다. 진짜? 물론 아니다. 실제 당근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불을 지펴 당근마켓 앱을 깔고 중독이 된 연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보기에도 가련한 본전찾기 미련때문이었다.
그랬다. 나는 억울한 돈의 본전을 찾기 위해서 당근을 시작했던 것이다. 어느날 온라인에서 만원을 입금하면 업체가 랜덤으로 제품을 골라 보내주는 복불복 이벤트가 있었는데, 상품이 내가 좋아하는 안경이어서 그만 혹했다. 일만원은 일반, 이만원은 고급 선글래스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싼게 비지떡이란 소비가치 마인드를 생활의 철떡으로 알고 살던 나에겐 구미도 안댕기는 허접 이벤트였지만 그만 샘플 하나에 혹해버린 거다. 아~~
이후 나의 나름 두근거리는 기대감을 박살낸건 배송된 선글래스를 개봉했을때였다. 그럼 그렇지. 2만원에 대체 뭘 기대했던 것인가. 순간 헛웃음이 나오고 자신이 너무 한심해지는것이 아닌가. 그래서 방 한구석에 처박아놨다가 갑자기 묘한 사탄의 생각이 내 머리를 괴롭혔다. 이 허무감에서 완벽하게 벗어날수 있는 그 방법.
당근마켓 앱을 깔고 선글래스 사진을 찍어 무려 2만원에 올렸다. 새것이라해도 중고는 중고이거늘, 당근의 설립취지를 무시하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제품을 첫번째로 올린 것이다. 알량한 본전찾기 마인드만이 내가 업체에 속았던 감정을 추스릴수 있을것 같았다.
“뭐..안 팔려도 그만이야”
그런데 올리자마자 덜컥 연락이 왔다. 계좌를 주면 바로 구입하겠단다. 얼래? 이게 아닌데. 이거 뭔가 죄를 진것 같은 마음이 가슴을 꽉 누르는데 말을 할수는 없었다. 구매자가 마치 땡잡았다는 분위기로 일사천리 거래를 마친 것이다. 마치 스콜기후의 소나기가 지난 것처럼. 그리고 구매후기가 올라왔다.
“원하던 상품 저렴하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비로소 알았다. 부끄러운 마음은 오직 자신만이 안다는 사실을.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을 남에게 넘겨줄때는 그런 부끄러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없어야 한다는 중고거래의 진리를 당근에서 경험했다. 당시 나의 쪼잔한 마음을 통크게 받아주신 선글래스 구매자에게 난 아직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