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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직은 May 30. 2024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그래도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13년 전 즈음 페이스북 희망 나눔이라는 모임에서 웰시코기 희망이를 입양했었다.

태어난 지 15일 정도 된 강아지를 안고 온 아이는 마루에 내려놓고 눈에 신기함을 담으며 한마디 했다.

“엄마, 얘가 강아지야? 너구리야?”

얼마 후 강아지가 왔다는 소식에 놀러 온 조카는 직접 말은 못 하고 전화기 속의 친구에게 소곤거리며 말했다.

”강아지가 아니고 송아지야.. “ 그럴 만큼 희망이의 성장속도는 놀라웠다. 다리만 빼고.


웰시코기는 다리가 짧다. 그 짧은 다리로 기가 막히게 빠르고 민첩하다.

수풀 속으로 들어가면 꼬리만 왔다 갔다 하는 코믹함조차 귀여운 몸에

힘도 천하장사,

식탐도 천하장사.

산책을 하면 우린 늘 끌려다닐 정도였는데 11살이 되면서 의사로부터 산책을 15분 이내로 하라는 소리를 들었고 희망이는 양에 안 차는 산책을 해야 했다.

18~19킬로를 왔다 갔다 하는 희망이에게  “살 빼야 한다. 다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디스크 조심해야 한다.” 했었지만 희망이는 건강 그 자체였다. 더 뺄 살이 없었다. 오히려 산책이 줄어 근력으로 탄탄했던 다리가 부실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희망이의 뒷다리가 이상하다는 것이 느껴져 병원에 데려가니 디스크 증상이 아닐까 싶다고 mri를 찍어봐야 안다고 했다.  침치료라도 먼저 해보고자 했지만 희망이의 힘이 워낙 세고, 완강히 거부해서 약만 타왔다.

평소엔 약마저도 맛있게 먹는 식성이었는데 그 약만큼은 받지 않았다.


발은 만지지도 못하게 하여 발톱을 병원에서 자를 수 있기를 바랐지만 의사 선생님과 능숙한 스태프들도 엄두를 못 내서 긴 발톱도 자르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왔다. 이젠 이 병원에서 해결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하루, 이틀, 시간은 흐르고 상태는 점점 심해져 뒷다리가 버텨주질 못했다

똘망한 눈, 빠른 상황파악 등 너무나 건강한데..

무엇보다 걷기가 힘이 드니 물을 마시려 하질 않았다.

가까이에 배변패드를 깔아주어도 그건 용납이 안되는지 참는 것을 택한 것 같았다.

정 참기 어려우면 기어코 베란다로 가서 볼 일을 보는데 뒷다리에 힘이 없는지 그대로 주저앉고는 망연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더 이상 시간이 흐르면 안 되겠다 싶어 주말 아침 일찍 예약한 전문병원에 갔다.

동물병원에 들어서며 규모에서 놀라고 인테리어에 놀라면서 외적인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런 모든 것이 비용에 포함되는 걸 알면서도..

무엇보다 들어서며 스태프들과 의사 선생님이 희망이를 대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녹았는지도 모르겠다.

접수를 하고 진행과정의 설명을 들으며 긴장하고 있는 희망이를 안정시키는데 안에서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렸다.

저곳으로 혼자 들어가야 하는구나.. 어쩌니.. ㅜㅜ

mri와 피검사를 하려면 4시간이 소요된다고 해서 희망이만 진료를 보는 곳으로 들어가고 우리는 로비에 덩그러니 있다가  근처의 카페로 옮겨 5시간을 기다렸다.


x-ray, mri 영상을 보며 설명을 들었고, 디스크라는 진단과 수술이야기가 오갔다.

13살 희망이가 수술 후 회복이 가능한지 우려도 되고,

수술에 재활치료까지 하려니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수술을 하면 3년은 더 건강히 살 수 있다는 말에 그 후의 일을 미리 생각지 않기로 했다.


반려동물의 보험. 정말 필요하구나..

희망아, 조금만 더 같이 살자. 조금만 더 힘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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