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ulH Nov 19. 2023

인사담당자가 될 결심(1)

장래희망 없음.

나는 왜 인.담.(인사담당자)가 되었는가? 


# 장래희망 없음  


어렸을 적 나는 꿈이 없었다. 꿈은 없었지만, 남들 시선이나 눈치 보는데 탁월한 삼남매에 둘째라서 인지, 나의 생각보다는 대중의 생각이 내 생각인냥 살게 되었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대중 속에서 선호를 쫓다 보니, 좋은 학교 - 좋은* 전공 - 좋은* 기업을 꿈꿨다. (‘좋은’의 정의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인기가 많음을 의미)


인사담당자가 된 것도 우연한 기회였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같은과 동기가 본인은 ‘인사담당자’가 될 것이라는 말에 당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지만, 친구 말이라면 해봐도 괜찮을 것 같아 인사팀 인턴을 하게 된 것이 나의 커리어의 시작이었다. 


# 회사생활이 적성인줄 알았는데


나는 기름집(정유사)에서 인사팀 인턴을 시작했다. 배부르고, 따뜻하다는 기름집 명성에 걸맞게, 나의 인턴생활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왜냐하면, 나의 하루 일과는 선배의 친절한 업무 OJT, 데일리 HR관련 뉴스 스크랩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다만, 유일하게 힘들다고 생각했던 일이 두가지 있었는데, 한가지는 팀 점심식사였다. 구내식당이 없는 회사라 매번 밖에서 식사를 했는데, 메뉴가 생태찌개였다. 



막내로서 호기롭게 국자로 한토막씩 생선을 배분하는데, 그릇도 뜨겁고, 콩나물은 왜 이렇게 줄줄이 딸려 나오는지, 거기에 하필 입은 흰 자켓까지 진땀나는 순간이었다. 밥 먹는 속도도 우사인 볼트급이라, 나는 항상 말없이 밥을 우겨 넣었다. 나는 그 이후로 1인 1메뉴인 식당을 찾아 나섰고, 씹지 않고 밥 넘기는 연습을 했다.


두번째로는, 회식 문화였다. 대학교 때도, 칵테일이나 과일맥주정도만 먹었던 알쓰였던 나는, 회식도 회사생활의 연장선이라는 꼰대 동기의 말을 듣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러시아 KGB가 먹었다는 알유21과 스테디셀러 여명808을 마시고 마치 전투하러 가는 장군처럼 결전의 날에 임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술을 들이킬 때마다 내 정신은 혼미해져갔고,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허벅지를 꼬집기 시작했다. 


몽롱하고, 허리가 앞으로 숙여질 것 같은 상황속에서 허벅지를 한번, 두 번… 그렇게 무사히 회식은 끝이 났다. 


다음날 나는 영광의 상처를 얻었다. 양쪽 허벅지가 파랗게 멍들어 있었다. 내 생애 그렇게 파란 허벅지는 지금까지도 본적이 없다.  



나는 어쨌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2개월의 인턴생활을 마치며, 회사가 잘 맞는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그렇게, 나는 2개월의 짧은 인턴생활을 통해 인사팀 직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작가의 이전글 입이 무거워야 하는 이유(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