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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ulH Oct 30. 2023

가족증명서만 되는 이유(2)

행정 업무 담당자

다음날이 되자, 그는 대리님을 찾아왔고, 대리님의 단호하고도 확실한 대답을 듣고는 어쩔수 없다는 듯 자리를 떠났다. 직급에 따라 말의 힘이 달라지는 것은 어디서나 통하는 사실이다.  


이렇듯 인사직무에서 신입이 보통 처음 맡게 되는 업무는 단순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업무가 대부분이다. 인사행정업무의 대표적인 예로는 매월 급여지급을 한다거나, 복리후생(진료비, 자녀 학자금 지급 등) 관련업무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업무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1원이라도 틀리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2. 문제없는게 당연한 것, 문제가 생기면 큰일나는 일. (= 해도 티가 안난다.)

3. 단순하지만, 심히 노가다스럽다. (단순하기 때문에 주어지는 업무의 양은 개 많다.)  


이를 통해, 직원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자연스레 진상들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서포트를 해야 하는 인사업무 특성상 열의를 갖고 시작했다가도, 민원을 몇 번 겪다보면 인류애가 바스라지는 경험을 흔히 하게 된다. 

 

이 업무를 통해 배운 건 지나친 세심함과 꼼꼼함! 


눈이 빠질 정도로 숫자를 계속 봐야 하고, 금액 반영이 잘못되면, 1개월 뒤 월급을 통해 정산해야 하기 때문에 월급날 전후로는 매우 예민해졌다. 


돈을 더 줬으면 잘못 줬으니, 다음달 급여에서 소급한다는 전화를 해야 하고, 돈을 덜 주면 보통 직원들이 알아서 전화가 온다. 


월급날 전화가 올 때 무시무시 함이란- 만약 금액을 덜 줬으면, 다음달 급여에 이자도 포함해서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 담당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잘못했다고 빌거나, 어떤 담당자들은 개인 사비를 입금해서 무마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제일 기운 빠지는 건, 2번 특성이다. 인사 일이 대개 그렇듯 티가 나지 않는다. 열심히 급여를 마감하고 나서, 돌아오는 건 컴플레인이거나 아니면 무사히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성과가 드러나는 일이 특별히 없기 때문에, 즉각적인 보상이나 가시적인 성과를 원하는 스타일의 소유자라면 인사업무는 잘 맞지 않을 것 같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항상 무결점에 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스스로 셀프 칭찬하며, 일을 해 나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버틸수가 없….드아.


미래의 인.담.들이여- 어떤가? 민원인들을 버텨내며 인류애를 상실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최근에는 급여지급, 복리후생 영역은 아웃소싱을 하거나, RPA(자동화)를 통해 단순반복 업무를 줄인다든지SSC(Shared Service Center)를 통해 처리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잠깐! 등본은 안되고 가족관계서만 되는 이유? 

주민등록등본은 가족관계와 상관없이 주소지에 거주하는 세대원을 모두 표기하고, 가족관계증명서는 가족구성원을 표기 및 증명하는 서류로 '가족'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가족관계 증명서'를 확인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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