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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ulH Nov 07. 2023

입이 무거워야 하는 이유(1)

인사는 발령으로 말한다. 

#회사에 로또가 있다면?


우리 회사는 내부 부서 이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각 부문에서 새로운 사업이나, 퇴직 등으로 신규 인력의 충원이 필요할 때, 내부공고를 통해 적합인력을 선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직원들에게 로또라고도 불린다. 왜냐하면, 현재 있는 조직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현재 직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거나, 상사와의 관계가 껄끄럽다거나, 근무지가 불만족스럽다거나 등의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지원하게 된다. 

 

#007작전 

사내에서 이동하는 것인 만큼, 이동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지원자와 지원희망부서 간 이동 관련해서는 철저히 비밀로 부치는 것이 불문율이다. 


만약, 이동에 실패했는데, 현 부서에서 타 부서 지원사실을 알게 된다면, 배신자로 낙인 찍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제도를 운영하는 인사담당자들은 007작전처럼 제도 운영을 해왔다. 


서류전형시, 해당인원의 이름 등과 같은 인적사항은 마스킹해서 해당부서에 제공하고, 면접은 주말에 진행하는 등 지원자의 보안과 편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여기서 인사담당자의 주말 출근은 필수! 하하.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그러나, 가장 큰 관문이 있었으니…! 전형을 끝마치면 합격자가 1차로 걸러지는데, 관건은 합격한 팀의 원 소속 팀장이 합격자의 이동을 허가할지 여부이다. 


그래서, 합격여부에 대한 통보를 누구에게 먼저 할 것인지가 논란이 되었다.  

먼저, 합격자에게 합격을 통보하더라도 해당부서장이 허가하지 않는다면, 합격자는 이동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합격자의 팀장에게 먼저 통보한다면, 합격자는 본인의 합격여부를 모른 채, 갑자기 팀장한테 불려 가서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구조가 된다. 


결국, 아무리 은폐엄폐를 한다 해도, 마지막 순간에는 배신자가 될지, 자유의 몸이 될지는 팀장의 손에 달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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