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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서로를 사랑해서 함께 살기 시작한 두 사람이 늦은 밤, 등을 돌리고 각자의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장면을 떠올리다 시작되었다.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들리는 방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방해하지 않으려고(그러면서도 그가 무슨 말을 하면 놓치지 않고 들으려고) 한쪽 귀에만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태로 있다가 괜스레 서글픈 기분이 되어버리는 한 사람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살기 위해 자신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매일 말없이 놓아버리는 사람을 생각했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일까? 오래전에 나는 사랑이란 책상을 붙여놓고 서로를 마주 보며 열심히 자신을 가꾸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침대도 식탁도 아니고, 내게는 그저 책상이었다.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서로에게 등을 돌린 시간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사랑 이야기를 쓰겠다고 생각하자 곧바로 두려움, 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건 아마도 내가 성숙한 사랑에 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말보다 두려운 침묵과, 침묵보다 두려운 말에 관해 생각했다.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냉동실에 넣어둔 어떤 침묵이, 냉장고가 고장 나는 바람에 조금씩 녹고 있는 상황을 떠올렸다. 처음에 서로를 누구보다 경건하게 마주 보게 하고, 서로의 차이를 대하며 미지의 신에게 보내는 기원 같은 소중한 마음을 품게 했던 바로 그 감정이 전혀 다른 일을 하라고 자꾸만 부추기는 상황을 생각했고, 그 앞에 던져진 민감한 두 마음을 떠올렸다.
윤이형, 「루카」 작가노트 中, 『2015 제6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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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아는 것은 두렵지 않다, 싫을 뿐이다. 두려움은 모르는 것에서 온다. 경험해 본 적 없는 것. 사랑이라고 같은 단어로 발음되어도 다른 사람과 시작하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에 모든 사랑은 무지의 공포로 시작된다. 내가 이 사람을 열렬히 사랑한다는 뜨거움과, 그도 나를 사랑한다는 달콤함이 주는 행복이 커질수록 그 근원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두려움도 함께 커진다. 날 사랑해? 왜? 얼마나? 물음이 붙을수록 사랑은 두려움으로 변모해 간다. 우리 헤어질 수도 있을까? 헤어지면 어떡하지? 사랑의 시작이 갑작스럽듯, 이별의 시작도 갑작스럽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을 잘 모르기 때문에, 매일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