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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이 Apr 06. 2023

엿보던 작가가 사라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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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그리 거창한 이유가 없었다. 해리포터를 만들려면 글을 써야 했다. 그래서 뭐라도 공책을 펴고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꽤 흐르고 입시가 다가왔다. 문창과를 갈 거라고 노래를 불렀다가 영화과로 바뀌고. 그럼에도 시나리오를 써야겠다고, 왠지 글을 붙잡고 있어야 내가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입시쯤에 한참 빠진 블로그가 있었다. 어떤 가수의 팬 블로그였다. 카테고리에 잡담에 가까운 사설을 늘어놓는 메뉴가 있었다. 당시 일기를 그렇게 멋지게 쓸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되었다. 그 사람이 쓰는 픽션이든 일기든 주소를 쳐서 들어가서 보곤 했다. 왠지 모르게 이웃추가를 하지 못하고 항상 훔쳐보는 것 같이 들어가서 보곤 했다. 지난한 입시가 지나고 문득 검색한 그 닉네임의 블로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상한 허탈감.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이 썼던 문체를 기억해 내며 괜한 멋이 들어간 일기나 픽션들을 쓰게 되었다.


대학에 들어가 또 그 사람과 비슷한,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외국 배우의 팬 블로그였고 사담을 매끄럽게 잘 녹여내는 글을 썼다. 그런 글들에 매혹되어 그녀가 블로그를 옮기는 것까지 팔로우를 했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내가 누군가를 봐왔듯, 예전부터 지켜봐 오던 블로그가, 자신이 동경하던 글을 쓰던 블로그가, 육아일기로 바뀌어져 있는 것을 보며 글 쓰는 것은 결국 다른 일에 밀어져 버리는 것이라고. 자신의 글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이 글도 지울 것이라고 하는 것에.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럼 나는 뭐가 되는 걸까. 그녀의 글에 댓글을 달아줄 수 없었다. 나는 그냥 멀리서 보는 사람일 뿐이고. 글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결국 그렇게 되어버리는 건지, 위선 떨면서 댓글 달아줄 자신이 없어요.


내가 매혹되어 왔던 글들은 왜 사라지고 없어지나요. 해리포터도 끝나버리고. 당신들은 사라지고, 사라지려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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