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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프리랜서 Jan 31. 2019

배달의민족 이야기

배달의민족 초창기 이야기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는 배달의민족~

내가 다니던 초창기와 비교하면 규모와 매출, 직원수가 늘어나 이제는 스타트업의 유니콘(회사평가액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이 되었다. (현재 3조2천억원 상당)

과연 초창기 배달의민족의 영업과 마케팅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던 터라 배달의민족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수백명의 직원과 배민라이더스(주문부터 배달까지 해결)라는 서비스로 확장되어 있고 국내 배달앱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적 브랜드기업이다. 월요일 오후1시부터 출근하는 4.5일제와 육아휴직, 도서지원 등의 복지제도가 타사에 비해 잘 갖추어진 것으로 유명하며 작년부터는 신입사원의 연봉도 파격적으로 인상되었다. 


 이번 글은 배달의민족 초창기에 이루어진 영업과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이다.


 1. 영업

 2. 유저중심 UI

 3. 재미있고 기발한 마케팅

 4. 적절한 시기에 확장


 1. 영업  


 오래전 내가 영업매니저로 입사할 당시 배달의민족은 생소한 스타트기업이었다. 기존 전단지, 책자를 대신하여 음식점에 배달주문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회사라고는 하는데 그다지 알려진 것도 없고 회사직원도 수십명 밖에 없었다. (지금은 수백명)

 배달의민족 영업이라는 건 배달음식점에 방문해서 배달의민족 어플에 유료광고를 노출시키는 일이었다. 결국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건 영업이기 때문에 무료업소를 유료광고로 전환시키는 건 회사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했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많이...

(전단지, 책자의 업소들을 이미 앱에 무료로 등록해서 업소들은 전화주문 효과를 보고 있었고 더 많은 주문전화화 효과가 있는 유료광고로 전환시켜 매장을 상단에 이미지와 함께 노출시켰다.) 그러나 초기 스타트업 특성상 영업에 대한 메뉴얼도 없었고 당연히 전문적으로 가르쳐 줄 선임도 없었다. 기존 선임 영업매니저와 잠깐 동행영업해보고 바로 현장으로 나가서 개별방문영업을 해야 했다. 방문할 곳과 설명내용, 멘트는 모두 정해진 것 없이 각자의 재량이어서 꽤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배달의민족은 영업계약을 맺은 협력사들과 본사직영 영업매니저가 영업을 담당했다. 전단지, 책자업체들로 이루어진 협력사들은 배달의민족 본사 영업매니저들보다 모든 지역에서 매장광고 계약률이 높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수십년전부터 각자의 지역에서 전단지, 책자를 음식점 매장에 공급하던 업체들이니 기존 거래처와 계약을 맺는 것이 아주 쉬웠다.) 


 본사 영업매니저들은 지역별 터줏대감(협력사)들보다 더 많은 광고계약을 하는 동시에 유료광고매장이 저조한 지역을 집중 공략하여 서울/경기 평균 광고매장을 늘리는 것이었다. 강남은 매장이 많은데 서울 은평구는 광고매장이 거의 없다면 강남지역만의 배달어플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에서 배달의민족 앱을 켰을 때 배달음식점이 별로 없다면 고객은 실망하고 바로 이탈할 것이다(탈퇴 후 앱삭제). 특히 치킨, 중식, 한식, 족발 등 자주 시켜먹는 업종들은 시급히 노출되어 유저가 배달음식을 주문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했다.


 우선 서울을 구별로 나누어 배달의민족 앱에 유료광고 매장비율이 적은 곳부터 팀별로 나누어 공략했다. 영업매니저들은 하나의 구(예를 들어, 관악구)의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각자 1개의 출구를 맡아 서로 겹치지 않도록 해당 블록의 배달음식점들을 방문영업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구별/업종별로 유료광고매장들을 일정비율 이상 노출될 때까지 영업한 후에 다른 구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음식점들을 찾는 방법기존에 무료광고로 전화주문이 많은 업소들을 기준으로 삼아 골목마다 돌아다니며 배달오토바이가 있는 매장을 찾아 방문하는 식이었다. 치킨집을 먼저 방문하는 이유는 그날의 영업을 시작할 때 계약에 성공하면 기분 좋게, 편안한 마음으로 영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은 그날 그날의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하루의 시작이 이상한 매장방문으로 시작되면 부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져 가끔은 영혼이 탈탈 털려서 그날은 영업을 접는 수도 있다. (매장에서도 첫 손님이 진상손님이면 똑같이 그날은 하루종일 안 좋은 것과 같다. 역시 서비스업은 힘들다 ㅜㅜ)


 예전에는 전단지, 책자가 있는데 왜 배달주문앱에 돈 주고 광고하느냐고 반문하는 매장이 많았다. 배달의민족을 통해 무료 전화주문이 많이 들어온 업소에 유료광고로 전환하면 주문이 더 늘어난다고 했을 때 '배달의민족보다 배달통'이 더 효과가 좋다며 거절한 경우도 있었다. 

(매장전화를 통해 들리는 멘트가 '배달~통'이 임팩트가 강한 것도 있었고 먼저 출시된 배달통 전화주문이 더 많은 업소들이 실제 많았다. 오히려 배달의민족은 배달대행회사로 오해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한 광고비 출금을 위한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 통장계좌번호)를 제공하는 것이 불안해서 계약직전에 불발되는 경우도 있었다. 워낙에 광고 관련해서 사기를 당한 업소들이 많아서 안타깝지만 이해는 갔다. 


 그럼에도 새로운 광고를 하려는 매장들과 전화주문효과를 본 매장들이 점차 많아지며 계약률이 높아져갔다. 아이폰 출시 이후 바야흐로 앱의 시대가 오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전단지, 책자의 광고비(인쇄, 디자인, 배포)가 너무 비싸고 제대로 배포되지 않는 문제점은 100% 광고노출되는 앱의 장점과 저렴한 광고비는 비교되었다. 


 서울을 구별/업종별로 유료광고 노출비율을 어느 정도 높이고 수도권도 영업하면서 점차 배달앱의 효과를 경험한 매장들이 많아지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방문상담요청도 늘어났다. 아울러 배달앱으로 주문하는 유저들이 늘어나면서 전화주문과 유료광고 매장이 증가하는 선순환 과정에 들어섰다. 그런 가운데 배달의민족, 배달통이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요기요'가 등장하게 된다. (독일계 회사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인 '요기요' 이야기는 다음 글에 자세히 이야기해보겠다.)



 2. 유저중심 UI


   배달의민족은 대표가 디자이너 출신이다 보니 어느 회사보다 디자인을 중시하고 퀄러티 높고 개성 있는 디자인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지만 배달주문어플의 선두주자는 '배달통'이었다. 배달통은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배달주문앱을 만들어 출시했고 배달의민족은 그보다 약간 뒤에 나왔다. 선두주자의 메리트는 커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배달의민족'보다 꽤 앞서나갔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1위 '배달통'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귀여운 캐릭터와 일목요연한 디자인, 간단한 주문절차였다. 배달의민족 앱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해서 UI(User Interface)를 개선했던 점은 고객(특히 여성유저)들에게 호감을 얻었고 배달의민족만의 컨셉을 만들어나갔다. 배달의민족다운 브랜드컨셉은 초창기부터 디자이너 출신이었던 김봉진 대표가 항상 강조하던 내용이었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회사가 성공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첫째도 고객, 둘째도, 셋째도 고객이 우선이다. 



 3. 재미있고 기발한 마케팅


 초기 스타트업은 마케팅에 투자할 자금이 별로 없다. 결국 아이디어로 승부해서 최소의 자금과 인력으로 최고의 효과를 내야한다. 당시 배달의민족도 여러가지 아이디어로 시도했었는데 개인적으로 봤을 때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은 '소녀시대'가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던 비타500을 활용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비타민 음료인 비타500에는 소녀시대 멤버 9명이 각각 인쇄되었는데 소녀시대 팬들을 위해 9명 완전체를 모아서 당첨자에게 주는 마케팅이었다. 9명 모두를 모으느라 고생을 많이 했지만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언론에도 회자되는 등 성공적인 마케팅이었다. 이런 소소한 아이디어들이 모아져서 '치믈리에' 이벤트 등 배달의민족다운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4. 적절한 시기에 확장


 투자 받은 자금으로 개발, 디자인, 영업,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직원을 채용해서 회사가 과부하걸리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타트업은 조금씩 성장하다가 회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갑자기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배달통은 초창기 인원들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사업을 진행하다 유저의 배달통 이용증가에 따른 과부하를 막지 못해 유저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고 그에 비해 배달의민족은 안정적으로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며 유저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처음에 잘 나가더라도 시기에 따라 필요한 전문가를 영입하여 확장을 해야되는데 타이밍을 놓치면 도태될 수 밖에 없고 IT 분야에서는 조금만 늦어도 회복이 어렵다.


 영업, 유저중심 UI, 배달의민족다운 재미있고 기발한 마케팅, 적절한 시기에 확장하며 배달의민족은 독특한 컨셉을 꾸준히 어필하며 배달주문앱 1위 기업이 되었다. 현재 2위는 '요기요'인데 후발주자로 늦은 시기에 설립되었지만 2위로 성장하며 배달통까지 인수합병한 회사이다. 


 딜리버리 히어로라는 독일계 회사가 영국, 러시아 등에서 성공적으로 론칭 후 한국에 설립한 '요기요' 초창기를 다음글에 이야기해보겠다~ (배달의민족에서 이직한 곳이 우연히도 설립한지 얼마 안 된 '요기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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