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말고 자사몰을 해야 하는 진짜 이유를 찾아야.
1.최근 자사몰에 대한 문의가 많이 늘었다. 자사몰 붐이 다시 올 거라고 작년부터 생각은 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의 3가지 이해관계자인 소비자 / 유통처 / 브랜드 중에서 브랜드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편익이라는 이름으로 유통처들이 시행하는 정책이나 수수료를 브랜드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건 결코 지속 가능한 상태가 아니다. 3자 구도가 적절하게 균형이 있어야 시장이 돌아가는 것이다.
2.물론 1~2년 전에는 자사몰의 주된 마케팅 수단인 퍼포먼스 광고의 효율이 낮아져, 이보다 낮은 유통 수수료 베이스의 판매가 매력적인 때도 있었다. 이것도 점점 옛날 이야기가 되어간다. 앞으로도 유통채널은 브랜드의 볼륨/이익을 챙기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겠지만, 고개 돌려보면 올리브영과 쿠팡 등쌀에 못살겠다는 브랜드들은 점점 늘어가고, 유통수수료에 광고비에 이거저거 떼어가면 사실상 ROAS 200~250%짜리 채널이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유통 채널이 그냥 어느 날 손절 해버리면 브랜드는 대책이 없다. 그런 마당에 플랫폼들도 실적 악화로 전전긍긍이니 결국 판매할 곳은 필요하고, 그러면 또 자사몰 카드를 검토할 수밖에.
3.그러나 자사몰로의 이동이 또 쉬운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특히 기존에 온라인 유통 중심으로 판매하던 브랜드들이 자사몰로 넘어가고 싶다고 할 때 하는 이야기가 크게 두가지다.
a. 유통 수수료와 광고비를 더는 감당할 수 없다.
b. 우리 브랜드의 데이터를 쌓고 싶다.
4. 여기에 대해서 내가 드리는 답변은 항상 비슷하다. 첫째. 자사몰도 비싸다. 생각하시는 것 보다 자사몰에서의 비용은 매우 클 가능성이 높다. 지금 유통에서 광고비+수수료를 포함해 매출의 3~40%를 쓰고 있다면 자사몰 세팅 초반에는 어쩌면 50%를 생각해야 할 수도 있다. 유통채널은 트래픽 속에 우리 상품을 배치하는 것이지만, 자사몰은 내 돈 써서 트래픽을 끌고 와야 한다.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가?
5. 둘째. 데이터를 쌓으면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단순히 CRM 메세지를 날리기 위해서? 단순 용도라 하더라도 의미있는 규모로 매출을 내는 CRM 대상자를 확보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든다. 제품기획에 참고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요컨대 이러나 저러나 자사몰에서 일정 규모의 판매가 누적되지 않는다면 데이터가 의미있을 만큼 쌓이지 않는다.
6.무엇보다, 기존의 메인 판매채널이 있었다면 그 브랜드의 제품은 유통채널향으로 기획된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스토어나 쿠팡에서 판매되는 저단가의 콘텐츠 포인트가 적은 생활용품. 29cm에서 판매되는 디자인 중심의 고단가 인테리어 소품. 에이블리에서의 저가 소품 등등. 이러한 제품은 마케팅에서 내세울때 트래픽을 끌고 오기가 매우 어렵다.
7. 자사몰은 내가 자신있게 트래픽을 몰고 올만한 제품군이 갖춰졌을때, 그리고 그 제품군을 4~5만원 정도로 팔 수 있을 때 그나마 용이하게 육성이 가능하다. 콘텐츠가 적더라도 그 이하의 객단이라면 현재의 광고시장에서 좋은 효율을 내기는 어렵다.
8.그러면 자사몰을 포기해야 할까? 앞서 말한 이야기들은 자사몰을 ”빨리“ 키우고 싶은 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국 자사몰을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자사몰은 분명 매력적인 수단이다. 결국은 내 가게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도 좀 더 많다. 최적의 가격, DP, 배치 등을 찾아내고 그것을 통해 성과를 개선해내는 과정도 훨씬 다양하다. 상품이 받쳐준다면 유통 수수료 부럽지 않은 효율로 운영할 수도 있다.
9.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우리 제품을 정말로 잘 써주는 사람들을 안착시켜 이 사람들에게 좀 더 좋은 혜택을 주고, 지속적인 판매관리를 진행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이곳을 하나의 브랜드 쇼룸으로서 기능하게 하려는 것인지 등에 따라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핵심은 자사몰도 이제는 꽤나 비용과 시간이 드는 채널이라는 것이고, ’유통이 비싸니까‘의 대안으로 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왜 해야 하는가? 남들도 하니까. 지금 하는 게 비싸니까. 이런 것들은 좋은 이유를 찾는 데 방해되는 질문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