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랜드에 있어서 깊이를 갖춰야 한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삶에 진짜 필요한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사랑받아야 한다...이런 이야기들이 참 많다. 많은 부분 공감하고 어려운 조건에서도 규모를 키우고 이익을 내며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세금을 잘 내고 있는 멋진 브랜드들은 마땅히 그러한 존경과 찬사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일반적 해법이나 모두가 바라봐야 하는 북극성으로 제시될 때, 내가 드는 생각은 하나다. "왜 모두가 저기를 목표로 해야 하는가?"
2. 나는 때때로 내가 모든 것이 변하고, 쇠퇴한다는 사실과 일/사업을 하는 동기는 다양하다는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깊이감을 가지고 브랜드를 시작하지만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지금 이게 돈 벌것 같으니' 시작하지만 다른 종류의 깊이감을 가진 경우도 있다. 둘 중에 뭐가 더 맞다고는 얘기할 수가 없다. 기질의 문제다.그럴싸하거나 좋은 스토리는 없지만 기민한 움직임을 통해 자리잡은 브랜드들도 있다. 실패도 마찬가지다. 진정성이 없어서 실패한게 아니라 운영 미스땜에 실패했을 수도 있다. 몇백억 하는 회사에서 배운 노하우를 나와서 활용하면 그래도 10-20억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거면 충분하다 생각해서 시작한 경우도 있다. 이걸 모두 브랜드-의 뭔가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 기묘하게 들린다.
3. 많은 이들이 브랜드의 철학과 본질을 이야기하지만 내가 생각할때는 '이거 돈 되겠는데?' 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여기서 그 돈의 기준은 다 다른 것이고. 거기에 나름의 설득력있는 스토리와 철학까지 있다면야 금상첨화겠지만. 후자 없이는 브랜드가 성장해도 전자 없이 성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4. 사람들이 내세울 수 있는 스토리라는 건 사실 비슷비슷한 패턴인 경우일수도 있어서, 꼭 스토리를 갖춰야만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얼굴이 드러나는 브랜드가 좋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 구체성이 브랜드의 확장을 가로막기도 한다. 성장의 요인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는데 어떤 분의 말씀처럼 '성공한 브랜드의 훈장'을 가지고 마치 저 훈장이 있어야만 성공하는 것 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5. 많은 이들이 애플과 같은 기라성 같은 브랜드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카테고리 불문 그들을 모범으로 삼는 것은 오히려 몽상에 가까워보인다. 우리는 몸을 가지고 물리적 세계,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우리가 하는 일들도 이런저런 물리적/재무적 제약을 받는다. 이 제약을 같이 이야기하지 않고, 각자의 다양한 목표와 이유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것은 항상 어렵다.
6. 시장을 바꿔보겠다는 목표라면 그에 걸맞는 방법론과 리스크 테이킹, 자본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남들에게도 팔고 싶은 거라면 거기에 대한 것들이 또 있다. 내 경험상 둘은 기질이나 방법에서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이들 얘기하는 0->1과 10->100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7. 한때는 공식이 있는 것 같았지만 없다. 있어도 그냥 지엽말단의 기술적 요소일 뿐이다. 팬을 만드는 브랜드를 많은 사람들이 희망하지만, 이 풍요의 시대에 브랜드와 사랑에 빠질 일은 잘 없고, 코카콜라 마저도 매년 마케팅 계획을 고민한다. 성공한 브랜드들의 물리적/재무적/환경적 요인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재현 가능한 요인인지, 내가 속한 카테고리에 맞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