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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Mar 14. 2024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판단하는 법

사회심리학 실험들에서 배워야 할 것들

심리학에는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류 역사상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되는 악명 높은 실험 탑 10’ 같은데 들어가는 실험들이 많다.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의 복종 실험이 대표적이다.



밀그램은 지원자들을 선발하여 선생과 학생 역할을 맡겼다. 학생들에게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어려운 단어들을 외우게 한 뒤 선생들로 하여금 학생들을 테스트 하게 했고, 선생들은 학생들이 답을 틀릴 때마다 전기 충격을 주어야 했다.

연구자들은 선생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도덕성에 따라 학생들에게 지나친 전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참가자 전원이 300V까지 전압을 올렸고, 위험 표시(XXX)가 되어 있는 450V까지 전기 충격을 가한 이들이 전체 참가자의 65%에 달했던 것이다.

밀그램의 이 실험은 사회적 상황, 특히 권위자의 존재가 도덕성 같은 개인의 일관성을 얼마나 쉽게 버리게 만드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단지 명령해 복종했을 뿐인 평범한 이웃들이었던 것이다.



‘악의 평범성’에 대한 실험으로 스탠퍼드 대학의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감옥실험을 빼놓을 수 없다. 짐바르도는 심리학부 건물의 지하에 감옥 세트를 만들고 지역신문을 통해 실험 지원자를 모집했다. 간수와 죄수 역할은 동전 던지기를 통해 무작위로 결정했고 각각 간수복과 죄수복을 착용하고 감옥 세트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실험은 첫날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각자가 맡은 역할에 몰입하면서 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점점 더 잔인하고 가학적이 되어갔으며 죄수들은 공포를 느끼고 살아남기 위해 간수에게 복종해야만 했다. 결국 한 죄수는 36시간 만에 신경 발작 반응까지 보였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연구자들은 2주로 예정된 실험을 6일 만에 중단하고 말았다.

밀그램이 권위에 복종하는 인간의 취약성을 보여주었다면 짐바르도는 사회적 역할이 개인의 개성(individuality)을 빼앗을 수 있다는 사실을 조명했다. 이른바 몰개성화(deindividuation)라는 현상이다.



짐바르도는 대부분의 피험자들이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면서 “진정한 ‘죄수’나 ‘교도관’이 되고 말았으며, 역할 수행(role-playing)과 자기(self)를 더이상 분명히 구분할 수가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인류의 역사에 있다. 인간들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집단생활을 선택했고, 집단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조직과 역할을 나누어 수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인간에게는 권위자의 명령에 복종하고 부여받은 역할에 충실할수록 생존에 이롭다는 사실과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생각이나 행동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유전자 레벨에 새겨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역사가 증명하듯 권위에 복종하고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언제나 정당화될 수는 없다. 물론 조직의 지시에 따르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에는 무비판적으로 위의 명령을 따르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던 이들에 의해 초래된 위기 또한 적지 않다.



사회적 역할과 개인적 양심이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떤 쪽을 선택해야 할까. 과연 그런 선택권을 가지고 있기는 한 걸까? 밀그램의 실험에서 선생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은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명령을 따르기로 했다. 짐바르도의 실험에서 일부 참가자들의 고뇌는 간수들의 권력과 동조행동에 묻히고 말았다.

실험의 결과는 부정적이지만, 역사에서는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자기(self)를 잃지 않는 이들이 꾸준히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내가 그 입장이라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 과거에 비해 조금씩 나아져 왔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만의 결정을 내렸던 그들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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