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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ha Kang Apr 23. 2017

사용자가 3초 이상 생각하게 만들면 안되는 이유, 2부


파충류는 냉혈 동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러한 냉혈 동물이 온혈 동물과 가장 큰 차이를 가지는 점이 바로 ‘에너지’ 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냉혈 동물은 에너지를 보존하는데 취약하기 때문에 실제 파충류들은 먹이를 찾거나 생명의 위협을 피해 도망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땅바닥에 배를 댄 채로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많습니다. 필요 는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이죠.





우리 생각의 90%를 담당하는 간뇌 또한 파충류의 뇌라는 별명에 걸맞게 에너지 보존을 위해 최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특징을 갖게 됩니다.


뇌가 에너지를 쓰면 얼마나 쓰겠는가 싶겠지만, 평소 인간의 몸 전체 에너지의 20%가 뇌에서 소비된다고 하니 절대 무시하지 못할 양입니다.


그럼 뇌가 어떤 식으로 생각을 간소화하는 지 살펴보기 위해 예를 들어 우리가 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과자를 한 봉지 사려고 하는데, 이 과자 값이 합리적인 금액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같은 제품을 팔고 있는 주변의 마켓들의 과자 값들, 이 과자를 만드는 데 드는 실제비용 대비 판매 값이 다른 과자들에 비해 높은 지 등에 여러가지 정보들을 따져봐야 정확한 결론이 나오겠죠.


하지만 실제로 과자 하나를 사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마 우리가 과자 하나를 살때마다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판단을 내리기 시작한다면 우리 뇌는 하루가 다 가기 전에 녹초가 되겠죠.


그래서 우리 뇌는 바로 옆에 있는 과자 값이나, 현재 내가 가지고있는 돈 등을 기준으로 잠시 생각을 해보고 카트에 과자를 넣거나 다시 진열대에 놓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제한된 합리성”이라고 합니다.


최적의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죠.


우리가 이렇게 빨리빨리 결정을 내리도록 진화한 이유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이론이 있습니다.


초기 인류에게 빠른 결정이 생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이론입니다.


야생에서 살아갔을 초기 인류는 매일매일 숱한 목숨이 걸린 위협들에 부딪혀가며 살아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빠르게 내 앞에 있는 존재가 적인지 아군인지를 판단하여야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만일 바로 앞에 위험한 동물이 나타났는데 이리저리 살펴보며 관찰부터 하던 사람들은 오래 생존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게 빠른 판단을 하는 인류만이 살아남아 현재 우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뇌가 이런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UI를 사용할 때도 우리 뇌의 행동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때문에 만약 처음보는 복잡한 UI를 사용자가 맞닥뜨리게 된다면 우리 뇌는 이 UI를 모두 이해할 때까지 꼼꼼히 살펴보지 않습니다.


적당한 선까지 살펴본 후 자기가 이해한 범위내에서 이 UI가 어떻게 사용되는 것이고, 어떤 원리로 움직일 것이다 하는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충분한 이해없이 내린 판단은 UI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죠.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사용하게 되면 UI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작동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결코 서비스에 대한 좋은 경험으로 이어질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누가 보더라도 3초안에 훑어보고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디자인을 하는 프로세스만 살펴보더라도 이러한 뇌의 특징이 고려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는 상세 디자인을 들어가기 전에 우선 레이아웃_Layout을 잡으면서 시선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화면을 구성하는데, 이 시선의 흐름이란 것이 바로 뇌가 화면을 대략적으로 훑어보는 행위입니다.    


레이아웃을 고려하지 않고 세세한 픽셀단위 그래픽 작업에만 집중하다가는 좋은 디자인이 나오지 못하는 것도 결국 우리 뇌의 특징 때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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