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가 아닌 ‘로켓나우’로 다시 열도에 뛰어든 쿠팡
2025년 1월, 쿠팡이 일본 시장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단순한 글로벌 확장이 아닌,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이후의 ‘재도전’이라는 점에서 이번 진출은 특별합니다. 쿠팡은 2021년 일본 도쿄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2년이 채 안 돼 철수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음식 배달 서비스 ‘로켓나우(RocketNow)’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이커머스·배달 시장 중 하나입니다. 우버잇츠와 데마에칸이 양강체제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견고한 일본의 음식 배달 시장에 다시 뛰어든 쿠팡의 전략은 무엇이며, 이번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쿠팡은 2021년 도쿄 일부 지역에서 ‘주문 후 10분 내 도착’을 내세운 퀵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이며 일본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당시 백화점 다카시마야, 잡화점 다이소와 제휴해 약 5,000개 상품을 배송하며 국내에서 성공했던 ‘로켓배송’ 모델을 그대로 이식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결국 2023년 3월, 쿠팡은 일본에서 철수하며 “시험적 서비스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전략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당시 철수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고령층 중심의 인구 구조와 높은 현금 결제 비중 등 디지털 전환이 더딘 사회적 특성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강력한 현지 경쟁자들과의 격차도 쉽게 좁힐 수 없었습니다. 또한 물류 비용 상승과 라스트마일 배송의 비효율성 역시 수익성 확보를 어렵게 했습니다.
이번 재진출에서 쿠팡은 보다 정제된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우선, 퀵커머스가 아닌 음식 배달 플랫폼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상품 재고를 직접 보유하고 물류 거점을 운영해야 하는 퀵커머스 모델은 고정비 부담이 크고 운영 리스크도 높은 반면, 음식 배달은 플랫폼 중심의 수수료 모델로 수익구조가 보다 단순하며 확장성도 큽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브랜드 전략입니다. 이번엔 ‘쿠팡이츠’가 아닌, 일본어 이름조차 배제한 ‘로켓나우’라는 별도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지 소비자에게 ‘한국 서비스’라는 거부감을 줄이고, 로컬 친화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집중한 모습입니다.
실제로 현재 운영 지역도 도쿄 미나토구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지역은 고소득 직장인과 외국인 거주자가 밀집해 있어 디지털 친화적인 소비 실험에 적합한 테스트베드입니다.
한편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쿠팡이 진입한 일본 음식 배달 시장은 이미 우버이츠와 데마에칸이라는 두 강자가 선점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우버이츠는 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며, 세련된 앱 디자인과 다양한 결제 수단, 빠른 배송 속도 등에서 젊은 세대와 외국인 사용자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데마에칸은 일본 내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브랜드 신뢰도와 전통적인 식당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 속도와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다소 보수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우버이츠는 중소형 음식점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 신규 플랫폼에게는 수수료 부담을 줄인 파트너십 전략이 오히려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쿠팡은 이 지점을 공략해 무료 배달, 저수수료 등 초기 프로모션을 통해 식당과 사용자 모두를 빠르게 확보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략인 친구 초대(추천) 프로모션을 통해 할인 쿠폰을 지급하여 이용자를 조금씩 확보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재진출은 단순한 시장 확장이 아니라, 한국에서 성공한 디지털 플랫폼 모델이 일본이라는 성숙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와 낮은 디지털 전환율이라는 일본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할 때, 쿠팡의 UX 설계나 마케팅 전략이 어떤 방식으로 현지화될 수 있을지 그 진화 과정이 주목됩니다.
또한, 외자 기반 스타트업이 일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는 그동안 내수 중심의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구하는 정부의 정책, 최근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과 경쟁 속에서 점차 개방되고 있습니다. 쿠팡이 장기적으로 현지 물류 스타트업, IT 솔루션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해 나간다면,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시장 활성화를 이끄는 파트너가 될 수도 있습니다.
로켓나우는 배송 지역을 도쿄 미나토구를 넘어 시부야구까지 확장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는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도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트위터 등 일부 SNS에서 사용자 경험이 언급되는 수준이지만, 대규모 확산을 논할 단계는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의 음식 배달 시장이 우버이츠 중심의 과점 구조로 인해 다양성과 경쟁력이 제한되는 상황이라면, 쿠팡의 재도전은 소비자와 파트너 모두에게 신선한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실험과 반복입니다. 쿠팡의 일본 시장 재진출은 실패를 복기하고 다시 도전하는 ‘스타트업 정신’의 실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쿠팡의 이번 도전이 일본 디지털 생태계에 긍정적인 자극이 되길 바라며, 그 결과가 어떤 모습이든 그 과정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