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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AI가 찾아온 한국,
AI 인재는 왜 빠져나갈까

AI 특허는 1위, 인재는 순유출?

by Bennett


* 2025년 5월 작성된 글입니다


OpenAI는 왜 한국을 주목했나


[사진 1] 제이슨 권 최고전략책임자(CSO)가 OpenAI 한국지사 설립을 발표하고 있다_출처 joongang.co.kr.jpg 제이슨 권 최고전략책임자(CSO)가 OpenAI 한국지사 설립을 발표하고 있다_출처 joongang.co.kr


최근 OpenAI가 서울에 지사를 설립하고, 개발자 및 기업 영업 등 관련 인재들을 현지 채용에 나서면서 국내 언론은 물론 온라인 상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OpenAI가 아시아에서 도쿄와 싱가포르에 이어 3번째로 지사를 설립한 것입니다.


OpenAI는 한국이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AI 생태계의 전 과정을 갖춘 국가’라며, ‘모든 세대가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국가’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ChatGPT 유료 구독자가 많은 국가이기도 합니다.


또한 AI 서비스를 실제로 빠르게 받아들이고, 다양한 산업과 현장에서 실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국가로서의 가능성을 본 것입니다. 그 결과 ChatGPT의 한국 이용자들의 주간 활성 사용자 수도 1년 새 4.5배 증가하며 단순하게 한국을 시장 확대가 아닌 AI 테스트베드의 관점에서 지사를 설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테스트베드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결국 AI 인재가 얼마나 머물고, 얼마나 혁신을 이끌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OpenAI가 한국에서 원하는 것도, 결국 이런 한국의 인재들이 계속 AI 생태계의 기반을 쌓아나가는 선순환의 흐름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AI 인재 생태계는 그 기대를 온전히 뒷받침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한국 AI 인재 생태계


[사진 2] 국가별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건수 비교.png 국가별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건수 비교


겉으로 보면 한국의 AI 기술력은 강해 보입니다. AI 특허 수에서는 세계 1위(인구 10만명당 10.26건)를 기록했고, AI 반도체·클라우드 인프라·초고속 네트워크 등 인프라도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글로벌 AI 경쟁의 핵심인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서는 지난해 한국이 0건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미국은 109건, 중국 20건, 영국 8건, UAE도 4건을 개발했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명을 내놓고는 있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통용되는 한국산 대표 AI 모델이 드물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인재 흐름입니다.


최근 비즈니스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의 데이터를 보면 한국의 AI 인재 이동 지표는 –0.3으로 나타났습니다. 0을 기준으로 마이너스라는 말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재 흐름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한국은 2020년만 해도 +0.3이었던 것에 반해, 지금은 뚜렷한 순유출 국가로 돌아섰습니다.


OECD도 한국을 이스라엘과 인도, 헝가리, 터키에 이어 세계 5번째 AI 인재 유출국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민간 AI 투자 역시 2022년 13.9억 달러로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습니다. 기술은 앞서가지만 그 기술을 실제로 움직일 인재와 자본의 흐름은 불안한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성과는 나오고 있다


[사진 3]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단장으로 선임된 차미영 박사_출처 기초과학연구원 홈페이지.jpg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단장으로 선임된 차미영 박사_출처 기초과학연구원 홈페이지


한국의 인재 유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해외에서 빛나는 한국 AI 인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AI 연구 분야에서 저명한 연구인인 차미영 박사는, 지난 해 1월 세계적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독일 막스 플랑크(Max‑Planck) 연구소의 연구단장으로 선임되기도 했습니다. 차 박사는 AI 기반 네트워크 분석, 초대형 데이터를 계산하고 분석하는 방법론에 관해 세계적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녀의 논문 피인용 수은 구글 스콜라(Google Scholar) 기준 현재 2만 회를 넘는 AI 분야 저명인사이기도 합니다.


[사진 4] 퓨리오사 AI.JPG 퓨리오사 AI


그외에도 삼성·AMD 출신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엔비디아의 사실상 독점 시장인 AI 칩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H100’ 과 견줄 만한 성능의 AI 추론용 반도체(RNGD 칩)를 개발했습니다. 전력 대비 성능은 엔비디아의 2배, 가격은 절반에 불과한 자체 개발 칩을 기반으로 최근에는 미국의 Meta로부터 8억 달러(한화 약 1조 2천억 원) 인수 제안까지 받기도 했죠.


이러한 사례들은 한국의 AI 인재가 글로벌 무대에서도 환경에 따라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다만 이런 일부 사례들을 제외하면, 성과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나간 한국인들에게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인재들이 해외에서 성장하고 그 성과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적극적으로 설계하지 않는다면, 국내 AI 산업은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바꿔야 할까


[사진 5].png


지금 필요한 것은 보다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정부는 단순히 비자 정책을 늘리기보다, 외국 인재가 머무를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비자 발급, 정착 지원, 생활 인프라, 언어 장벽 등에서 지금까지는 뚜렷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첨단 전문인력 비자’를 발급받은 이들은 고작 23명으로, 1년 전에 58명에 비해 비해 절반이 한국을 떠났습니다.


실제로 해당 비자는 세계 100위권 대학 졸업, 글로벌 500대 기업 경력, 1억4000만원 이상 연봉 등의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탓에 사실상 ‘무늬만 완화’라는 비판도 큽니다. 산업 현장에서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인도 등 개도국 출신 AI 인재가 비자발급을 받을 수 없는 점도 문제로 삼고 있습니다. 단순히 인재 유입이 아닌 유입과 한국 정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갖춘 정책 추진이 필수입니다.


이런 정책이 개선된다면, 관련 스타트업에도 퓨리오사AI 사례가 보여주듯, 글로벌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인재 및 기술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거나 국내에서 성공적인 테스트베드 사례가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인프라와 특허 성과만으로는 테스트베드 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람이 머물고 일하고 싶어야 산업이 성장합니다.


한국은 AI 특허와 AI를 활용한 교육 영역에서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그 잠재력을 산업과 서비스로 얼마나 빠르고 유의미하게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인재가 떠나지 않고, 외부의 좋은 인재도 머물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유출이 아닌 확산과 재유입의 시대.

이 흐름을 만들 수 있느냐가 한국 AI 생태계의 다음 성장을 결정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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