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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Aug 17. 2023

01. 관광객만을 위한 곳, 다자이후

8월의 후쿠오카 여행기 에피소드 1


2023년 8월 11일부터 14일까지. 결혼 6년 차가 되어가는 저희 부부는 함께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결혼 이후 해외여행은 4년 전 삿포로가 마지막이다보니, 설렘 반 긴장 반으로 비행길에 올랐습니다.


일본어가 가능하지만 소심해서 사람들에게 말을 못거는 아내와, 언어는 몰라도 눈치로 알아듣고 몸이 반응하는 남편의 3박 4일 간의 여행. 즐거웠지만 당황스러웠던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후쿠오카 여행 중 다자이후에 방문했던 이야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여행 둘째 날이었다. 전날 오후 비행기를 예약했지만, 항공기 지연으로 인해 저녁 늦게 일본에 도착한 우리는 꽤나 피곤했는 지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숙소에서 나와 후쿠오카 유명 관광지인 다자이후로 이동했다.


후쿠오카에 여행을 가면 필수 관광코스 중 하나로 손꼽히는 '다자이후텐만구(이하 다자이후)'는, 학문의 신을 모시고 있다고 알려저 시험이나 취업 등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듯 하다. 나 역시 다시금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어 괜한 기대심리에 한번쯤 방문하게 되었다.


하카타역에서 약 50분 가량 걸리는 다자이후는 후쿠오카에서 가장 '관광지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며 우리를 맞이했다. 다자이후 역에서 관광지 입구까지 쭉 늘어서있는 간식거리와 아기자기한 소품샵, 고유의 특징을 지닌 스타벅스 매장까지. 철저하게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었다.


후쿠오카 관광지 - 다자이후 텐만구(출처 : 인터파크)


사실 다자이후 텐만구를 가게된 것은 아내의 역할이 매우 컸다. 아내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이전에 지인들과 여행으로 방문해서 먹었던 '우메가에모찌'와 '매실사이다'를 나와 같이 먹고 싶다"며 나를 이끌었고, 모찌는 모르겠지만 매실사이다는 많이 달지 않고 매실 향이 은은하게 퍼져있어 지금도 기억에 남을만큼 한국에서도 사먹고 싶은 맛이었다.


우메가에모찌(개당 120엔)와 매실사이다(개당 200엔) - 직접 촬영

대부분의 한국 관광객들은 다자이후만을 보러가기엔 메리트가 적어 보통 근처 유명 온천인 유후인과 벳푸 등과 연계한 1일 투어를 통해 방문하지만, 그걸 일본에 도착해서 알았던 우리는 '다자이후'만을 보러 방문했기에 생각보다 볼거리는 많지 않았다. 그렇게 카페인을 충전하고자 스타벅스에 들어갔고, 거기서 우리는 재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지역 한정 굿즈.

평소에 컵을 모으는 취미를 갖고 있는 나에게 이 굿즈는 군침이 싹 도는(?) 상황이었다. 컵은 1980엔이라는 제법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컵은, 내 옆에서 홍차를 한가득 담고 있는 중이다.


스타벅스 다자이후점 후쿠오카 한정 굿즈 - 직접 촬영 / 일본 스타벅스 'BEEN THERE SERIES IN JAPAN'(우)




위에서 언급했듯 다자이후 한 곳만 놓고 보면 그다지 볼 것은 많지 않지만, 다자이후 관광의 포인트는 다자이후까지 가는 과정에 있다.


다자이후를 가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지만, 지하철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하카타역에서 야쿠인역까지 나나쿠마선(지하철)을 통해 이동하고, 이후 니시테츠선(지상 전철)로 환승 후, 또 다시 니시테츠 다자이후선으로 환승해서 가는 이 과정이 꽤나 '일본스럽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일본스럽다는 말은, 일본의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버스를 통해 다자이후로 이동한다. 후쿠오카 및 큐슈 지역 다른 관광지들도 대부분 지하철과 신칸센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로컬 분위기는 충분히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다자이후까지 니시테츠선을 이용할 경우, 현지인들도 이용하는 노선이고, 전철 자체가 한국에서 보기 힘든 형태의 기차들이 많아 여행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비용이나 시간은 조금 더 소모되더라도 현지인들과 섞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지하철 편을 추천한다.


니시테츠선, 니시테츠 다자이후선 기차

 

그리고 이건 우리 부부의 여행 취향이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관광 스팟을 구경하기보다는 관광지 주변의 로컬 지역을 걸어다니며 현지인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여행을 선호한다.


다자이후에서도 관광객들이 주로 다니는 구역에서 1~2블럭만 넘어가도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나있는 구역들이 나타난다. 그 곳에 꼭 봐야 할 관광 스팟은 없지만, 주변 5~15분 거리에 구글 평점이 높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다양한 카페와 맛집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한국 여행객들은 대부분 다자이후를 검색해서 나오는 유튜버들과 블로그의 코스를 따라 관광을 즐기고 바로 이동해버리기 때문에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카페와 맛집에는 한국인 리뷰가 별로 없는 편이다. 그곳에는 생각보다 한국에 호의적인 분들도 많고, 현지 감성을 느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자이후 내 사람들의 소원이 가득한 공간




다음 편에 더 상세하게 적겠지만, 우리 부부는 의도치 않게 낮과 밤의 다자이후를 경험할 수 있었다. 관광객들이 찾아오지 않는 밤의 다자이후는 참 적막하고 고요했다. 역 주변에는 로손 편의점과 경찰서, 그리고 혹시 모를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몇몇 택시들이 다자이후의 밤을 누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소비했던 다자이후는 철저하게 관광객 중심의 공간이 되어 살아 숨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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