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돌아다녀야 하는 몸을 가지고서는
제게 남은 건 계속 과열된 몸, 얼굴을 가득 채운 열과 두통 뿐이더라구요. 오래 앉아서 집중해서 공부하는 게 이렇게 몸에 나쁜 습관이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고 그 전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자각이 들었어요.
알았으면 행동으로
그냥 하고 또 하기
아프고 나서 배웠다면, 또 그 방식으로 더 아프게만 살려는 미련한 행동은 지워야겠죠. 천천히 꾸준히 방향을 돌리고 있어요. 내게 이로운 쪽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니까, 내 몸의 소리가 이번에도 다른 소음 뒤로 숨어들어가지 않게 조용하게 아무 말 없이 들어봅니다.
다 같이 모여서 하는 명상은 혼자서 자유롭게 하고 싶어하는 저에게는 다소 신경쓰이는 의식적인 일이 되어서, 제 소리에 귀 기울일 에너지를 다른 사람을 향해 퍼뜨리느라 정작 제 자신에게 소홀해지니 그런 점을 고려해서 지금은 하지 않기로 합니다.
이 순간은 그 누구를 위한 에너지가 아니라, 지친 나를 스스로 알아차려야 하는 고요한 집중의 나 홀로 시간으로 채워야 해요.
명상, 호흡 이 두 가지가 정말 제 몸에 중요한 거더라구요. 5분이라도 바닥에 편하게 누워서 편안한 몸과 마음 만나기, 오래 깊이 숨 들이 쉬고 천천히 끝까지 내 뱉기 (큰 한숨쉬기 반복) 단순해 보이지만, 매일 수시로 반복해 보려고 합니다.
나를 위해 '한숨' 쉬는 것,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싸돌아 다니는 것, - 이와 반대로 '내 한숨소리도 불편할까봐 얕은 숨만을 반복하고, 엉덩이 무겁게 자리에 오래 앉아있기 - 남들이 대단히 좋게 보는 모습들은 점작 나를 아프게 했던 몸과 신경에 매우 해로운 습관이었던 거죠.
자각하기 어려웠던 것을 누군가 예민하게 체크해 줘서 제 온 머리를 감싸쥐고 내내 뜨겁게 달아오르던 묵직한 두통과 이젠 헤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뜨거운 느낌까지 들면 당장 일어나서 걷고 크게 깊은 호흡을 반복하셔야 풀려요. 내 일상 생활 습관은 그대로 두고 두통약만 먹는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어요.
글을 한동안 쉼없이 막 쓰고 싶어서 쓰다가, 머리가 이제 잠시 쉬어갈 때라고 신호를 보내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중입니다.
운동할 때, 살아갈 때 호흡은 8시간 이상의 '잠'만큼이나 중요한 거구나에 잠시 집중해 보며 살고 있는 10월, 분명 가을인데 여름 같은 비만 내내 내리는 이상 기후 속 시월, 하늘은 높고 청명해서 고개 들어 올려다 보기 좋은 계절입니다. 고개 숙여 책 보지 말고, 하늘 올려다 보세요.
책은 잠깐 안 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즐기긴 했지만 좋아하는 것을 넘어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을 스스로 만들어낸 경향이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유난히 집중하고 싶을 때, 그 것에 집중할 수 있을 때, 다 그에 맞는 때가 있을 테고, '나홀로 다독모드(손 가는대로 책 많이 읽기)'를 일시정지로 돌린 와중에 드문드문 나눠보는 데미안은 또 엄청 재미있긴 해요.
충분히 잘 쉬다가 또 궁금하면 마저 읽어야죠. 꼭 이번 주에 다 끝내지 않아도 괜찮은 거니까요.
원래의 제 행동과 거의 다 반대의 방향으로 돌리는 큰 흐름을 만드는 일이라 신중하고도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하고 있어요.
다음에 또 들려드리고 싶은 말이 저를 깨우면, 바람처럼 돌아오겠습니다.
이제는 별다방도 드문드문 가고, 음료도 벌컥벌컥 마시지 않고, 라떼도 잘 참고, 뭐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 덕분에 제 몸이 조금씩 나아지니까,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고 신호를 주니까, 좋은 것을 더 먹으려고 하기 보다 나쁜 것을 덜 먹는 게 어렵다는 건 잘 아니까 요즘은 나름 노력하는 제 모습에 기분이 좋습니다. 운동하고 나서 땀방울이 비처럼 맺혔다가 뚝뚝 떨어지는 경험도 괜찮고, 어쩌면 마침내 드디어 저에게 두통이 과거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복잡한 일들은 언제나 다가오긴 하지만, 제 작은 능력과 상황의 제약으로 영화가 아니면 풀 수 없는 것 빼고는 차근차근 해 볼 수조차 없거나 제가 아주 쉽게 놓아버리거나 해서(손 대기도 전에 포기하는 건 일말의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 봤을 때 한정) '이도 저도 아무 것도 아니었던' 적은 없으니 남은 2025년의 두 달 마저 노력해보려구요.
하려던 것은 꾸준히 천천히 이루시고, 상쾌 통쾌 편안하고 시원한10월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