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아이도 어른도 꼭 읽어보시길 바라마지 않는 책
누군가 이 것을 묻는다면, 단 한 권의 책만 고를 수 있다면 주저 없이 <데미안> 을 꼽겠어요.
책 취향이 사람마다 워낙 다르니 저는 적극적으로나 부러 책을 꼭 읽으라고 추천하거나 권하지는 않으려고 조심하는 편인데도, 일 년이 두달 정도 남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이 때 딱 어울리는 기운을 담고 있어서 데미안 만큼은 '아직 연이 닿지 않아 안 읽었다면 꼭 보시라'고 하고 싶어졌어요.
책을 아끼고 아끼며 끝장까지 아주 알차게 잘 읽고나서 너무 뿌듯해서 잔뜩 상기된 얼굴로 드리는 말씀이에요.
우리는 매일같이
자기의 마음속에서
세계를 혁신해야 해.
내가 아는 것이나 살며 생각하던 것을 책을 거울 삼아 비춰보고 내용을 따라가며 시끄러운 주변 소음들을 자체 노이즈 캔슬링 걸어놓고 아주 조용하고도 깊게, 고요히 들여다 보는 시간을 소중하게 만든 다음, 저자가 들려주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근사하게 깨닫고 난 뒤 기쁨이 가득한 음성으로 어떤 것들이 그렇게 공감되었는지 말로 쉼없이 들려드리고 싶어요.
와, 이런 책이었네!
당신이 나를 축복하지 않는 한
나는 당신을 놓아줄 수 없습니다.
여러모로 이 책을 세상에 띄워보낸, 지금은 별이 되어 이 작은 곳에 사는 저에게도 밝은 빛을 비춰주는 헤르만 헤세 작가님께 성큼성큼 다가온 시원 서늘한 가을 바람에 감사와 고마운 마음을 실어 멀리까지 보내봅니다.
유년
시대
너는 요원한 나의 골짜기.
마술에 걸려 가라앉아 버렸다.
내가 고난 속에서 괴로워할 때, 나는 때때로
너의 그늘 나라에서 손짓을 하며
동화 같은 너의 눈을 살며시 떴었다.
그러면 나는 잠자는 시간의 환상에 젖어
너에게로 돌아가
나 자신을 잃었다.
오! 암흑의 문이여,
어둑한 죽음의 시간이여,
나에게로 오라.
내가 건강해져,
이 삶의 공허에서,
나의 꿈으로 돌아가도록!
읽어야 할 좋은 책은 무척 많지만, 지금은 제 상황과 처지상 더 알면 '읽고 싶은데 못 해서 저 스스로 안달복달하며 볶아댈 가능성이 높아' 곤란한 상황이니 '데미안'까지만 읽고 올해 독서는 잠시 쉬어가야겠어요. 명작이자 걸작, 위대한 시대의 대작을 끝으로 야무지게 책 사이를 거닐며 2025년을 그 어느 때보다 꽉 차게 채운 것 같아 추수 후 꽉 찬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듯 흐뭇한 마음이 듭니다.
글을 욕심만큼 많이 쓰지는 못했지만, 다독이라도 해서 다행입니다. 독서든 운동이든 좋은 말을 주변 사람에게 들려줬든 소소하고 사소하고 하찮게 여겨질 법한 작은 그 무엇이라도,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게 나다운 꿈을 꾸고, 성실하게 반복한 하루 하루 실행의 누적으로 보람찬 한 해를 결산하며 약간이라도 플러스로 만들어 놓은 건 부러 꺼내 기록해보며 뿌듯한 2025년 마무리 하시길 바랄게요.
10월
모든 나무들이
노란 빨간 고운 옷을 입고 있다.
그들은 조용히 죽어 가는 것이다.
고통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 채.
가을이여!뜨거운 나의 심장을 식혀다오.
보다 잔잔히 고동치며
이 금빛 나날을 지나
조용히 겨울로 건너가도록
올해는 빼빼로데이도 그냥 아무 날인듯 무심히 보낼 것 같아요. 일전에 초콜릿 만드는 체험을 하러 갔더니 그건 초콜릿도 아니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 사실을 알기 전에는 무심코 쟁여두고 사 먹던 최애 과자중 하나였는데, 아쉽지만 알고 나서는 이제 그 과자는 제 선택지에서 제외되었어요. 양이 적어 아무리 할인해도 세트를 사도 가성비도 떨어지고 진짜 초콜렛도 아니니까요.
어떤 사실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 같은 행동을 해도 되지만, 알고 나면 찝찝해서 께름직해서 한 번 더 이성의 여정을 굽이굽이 더 거치니 소비가 자연스레 줄어들죠. 햇반도 못 사먹겠고, 생수도 진짜 부득이한 경우 아니면 안 사고, 비건 선언하는 분도 '아마 그런 마음일테지'하고 감히 따르지는 못하겠지만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요.
책을 많이 읽으면 뭐가 달라지는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죠. 병원에서 대기하는데, '제가 이 치료를 몇 번 받아야 제 통증이 사라질까요?'이 질문을 데스크 병원 관계자분께 묻는 환자분이 있더라구요. 고가의 치료이다보니 수중의 돈, 소요시간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을텐데, 애석하게도 답변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시더라구요.
'통증 회복 여부는 환자분의 생활 습관, 근무하는 업무 특성, 한 쪽을 과도하게 반복하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장담할 수 없어서 몇 번만 치료받으면 무조건 통증이 완치된다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장사꾼이라면 최소 기준 횟수를 무조건 말하고 호언장담하듯이 지갑을 열게 한 후 그 때가서 환자분이 '왜 안 낫냐?' 따지듯 물어보면 저 이야기를 나중에 해도 될텐데, 정말 신중하고 솔직한 의료인의 양심에 따른 답변이라는 생각을 속으로 잠시 했어요.
어떻게 하기만 하면 무조건 이렇게 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누군가가 명문대를 나왔는데 왜 시험 성적과 높은 등수에 맞게 월등히 잘 살지 못하냐?'고 하는 건 질문이 애초에 우문이 아닐까요? 정해진 분량의 내용을 반복 숙지해서 기억한 후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최적의 조건과 돈을 잘 벌고 사람 간의 신뢰를 유지하며 투자를 잘 하며 굴리고 삶속 손실과 손해가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분야를 대비하며 사는 능력은 아예 다른 영역일 수 있으니까요.
어떤 분야에 몸담고 있으면 책이나 철학도 문학과도 아예 거리가 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선입견이죠. 덕업일치는 드물고 대체로는 많이들 생계용 업과 내 안의 꿈을 분리해서 살아요. 일터, 취미 공간 내가 접속하는 진입 지점에 맞게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각각 다른 자기의 모습을 꺼내니까요.
저는 토요일을 맞아 잠시 시간이 나서 글을 쓰러왔고, 다음 주부터 연말까지는 치열하게 달려오는 일거리들을 모두 물리쳐야해서 다음에 또 필 받으면 만나뵈러 올게요! 제 글 발행 소식이 반가운 알림이 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런 삶을 살아볼 수 있게 틈틈이 잔머리를 굴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