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만 쌉니다
아이들을 모이게 하는 날, 엄마에게는 난데없이 새벽 김밥 싸기 미션이 부여됩니다. 사실 다른 대안이 있긴 한데, '엄마 김밥은 정말 맛있어!'라고 그윽하게 한 마디 하면 그 말이 참 얼마나 고마운지 온갖 수고로운 시간을 기꺼이 하도록 이끌어 주죠.(올해는 사실 기꺼이 하지는 않았어요.1차 2차 3차 내적갈등 끝에 ㅋㅋㅋ)
재료가 대체로 다르니 시중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김밥들과는 맛이 조금 차별화가 있을 뿐, 단단히 말리지도 않고 뭔가 아마추어 스러운데가 있죠. 1년에 단 한 번 특별한 주문에 의해서만 생산하고 있어서 손이 매번 새로운 요리를 하는 듯 그 때 그 때 결과물의 모습이 다릅니다. 재료 조합도 매년 바뀌고, 제 상태도 마음가짐도 그 때 그 때 차이가 있죠.
이제는 어설픈 김밥을 부리나케 싸서 보내고 나서 보니 '이 걸 싸달라고 의뢰하는 것도 몇 년 안 남았네.' 세 번이나 되려나 싶네요.
만들어 먹는 것보다 사먹는 게 훨씬 가성비 좋은 저렴하고 맛 좋은 김밥 가게도 많아요. 김밥 천국의 시대에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김밥 대신 '엄마 김밥 맛있어!' 를 외치면 '이번 한 번은 안 하고 다른 것을 하면 안 될까?' 고민하며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지나 어렵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결심을 하고, 재료 조리과정부터 준비 시간들을 먹는 이나 만드는 이가 같이 볼 수 있는 한 사람을 위한 '내 스타일대로 하는 사랑 요리' 입니다.
누가봐도 잘 만든 빈틈없이 완벽한 비주얼의 작품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속이 다 터지고 어설프게 흐물거리고 모양이 흐트러져도 '이 건 나만 먹을거야! 아무도 안 줘. 맛있으니까 못 나눠 먹어.' 생산자를 새삼 기쁘게 하는 말도 들어보는 그런 시간이어서 제 머릿 속에서 다른 하찮은 일들로 잊혀지기 전에 기록해 봅니다.
오늘 맞이한 저의 생일에는 미역국은 없고 이후에도 없을 예정이며, 제가 간신히 만든 새벽녘 김밥으로 든든히 배를 채워 포만감이 드는 나머지 브런치에 소감을 남겨봐요.
브런치멤버십 글 열심히 쓰다가 긴급한 일들에 밀려서 못 쓰고 있는데, 그 와중에 으리으리한 의리로 첫 구독해 주신 감사한 분도 있어요. 창출된 금액의 숫자나 '수익'이라는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진짜 고마움입니다.
더불어 댓글로 인정사정 볼 것없이 친근하고도 반갑게 다정한 인사나누는 분들이 한 분 두 분 늘어서 내 글도 부지런히 내야겠지만, 마음이 다른대로 가 있어서 글을 못 쓰겠는 시절에도 이렇게 오다 가다 지나치며 보는 축하할 소식에는 '알은 체'도 하고 남 잘 되는 거 '배도 안 아픈 무던함'이 있기에 크게 기뻐하고 있다는 마음을 댓글로 남기는 건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부단히 해야할 루틴이겠죠?
브런치도 제가 사랑하는 이 계절, 가을처럼 애정이 무르익어갑니다. 이 곳에 뭘 바라기보다는 저에게 우연히도 고맙게 여겨지는 인연들을 만들어 주는 것 자체에 대해 '자연 속에서 때가 되면 씨앗이 열매가 되는 것'을 느끼게 해 줘요. 오래 시간을 두고 보면 어디서도 기대할 수 없는 꽤나 좋은 경험들을 하고 있어요. 나에 대한 다른 시선의 이야기들도 상황과 맥락까지 곁들여 들려줄 수 있고요.
제가 구직 활동 할 때마다 회사측 분들께 들은 이야기로도 브런치 속에 심어둔 제 글들은 저에게 플러스만을 더해줬기에, 브런치를 그만두는 일은 당분간은 확실히 없을거예요. 세상에 펼쳐진 누군가의 글에 공감을 하고 매력을 느끼는 건 여운과 감동이 꽤 오래 가죠.
한 사람이 어떤 생각을 평소에 하고 사는지, 겉으로 보이는 거짓 웃음이나 친절한 표정 연기 뒤로 실제로는 어떤 마음인지, 상황에 따라 진심은 티가 나는 법이라서 누군가는 아예 SNS 활동 자체를 안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보안 측면을 생각하면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해요. 하는 일이 그래도 되는 것이면 저도 안 하는 게 맞다고 할텐데, 워낙 좋은 사람 만나서 신나게 이야기하는 걸 또 간절히 바라는 편이다 보니 가끔 참지 못하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브런치 멤버십 첫 달 무료구독 해 보는 것을 독자로써도 경험해 봤는데, 자동연장 동의를 하면 매달 비용이 나가는 것이라서 누구나 부담없이 멤버십 구독을 체험하라는 배려가 돋보였어요. 구독 취소도 어렵지 않으니 누군가에게 내 글이 구독되는 모습을 혹시 바란다면, 나도 구독을 해보면서 그 입장에 대해 사전 연습하는 '입장바꾸기' 경험을 꼭 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경험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깨닫게 하고,
보이지 않던 것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