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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0일

by 꽃반지

작업실에 앉아 처음 쓰는 일기.

얼마만이지.


자리에 앉아 밀크티와 토스트를 먹고 있는데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느 때보다 쾌활한 목소리였다.


아침은 드셨어요.

먹었지.

뭐 드셨어요.

계란 두 개, 참치 한 캔.


아버지에게 뭘 드셨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계란 두 개와 참치 한 캔이다. 그걸로 밥이 되냐, 부실하다, 반찬을 좀 보내드리겠다, 매번 이야기를 해도 아버지는 매번 거절한다. 쾌활한 오늘의 아버지는 계란 두 개에 참치 한 캔에 뭘 좀 더한 모양이다. "마늘 다섯 알 쫑쫑 썰어 넣고, 냉동실에 깨도 털어 넣고..."


아버지가 마늘을 깠어?

시장에 마늘 까서 파는 거 있잖아.

계란에 참치에 마늘에 깨를 넣어서 먹는다고? 그게 무슨 맛이야?

밥 맛이지. 가끔 꽁치도 넣는다.

꽁치에 김치 넣으면 맛있어요.


파이팅!이라는 내 말에 파이팅!으로 화답하며 아버지는 전화를 끊었다. 맛을 그려보아도 잘 그려지지가 않지만 아버지는 그걸 먹고 씩씩하게 세상 밖으로 나갔다. 엄마가 없는 자리를 계란과 참치, 가끔은 마늘과 깨로 대신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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