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살 여자 아이는 골목진 동네 끝자락에 위치한 친구네 집 대문 앞을 오랫동안 서성인다. 금방 나오겠다던 친구는 아무리 불러도 기척이 없다. 만남을 포기하고 제 집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웬 아저씨가 여자 아이 손목을 움켜쥐고 성큼성큼 어디론가 걸어간다. 친구의 옆옆옆옆 집 대문 앞에서 멈춰 섰다. 아저씨는 자기 바지를 엉덩이 밑까지 내렸다. 곧이어 팬티도 내렸다.
"아저씨 여기가 간지러운데 좀 도와줄래? 어려울 거 없어. 손가락으로 톡톡톡 쳐주기만 하면 돼."
얼어붙은 여자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아저씨가 가르쳐 주는 대로 검지 손가락을 펼쳤다. 흐물거리고 거무튀튀한 그곳을 오랜 시간 톡톡톡. 일정한 박자와 속도로 두드렸다.
"그래 아주 잘하는구나. 계속 그렇게 하면 돼."
여자 아이는 그 일이 나쁜 일이라는 것을,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골목엔 개미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았다.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세상이 멈춰 선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멈추고 움직이는 건 오직 아저씨의 추잡한 그곳과 7살 여자 아이의 깨끗한 검지 손가락뿐이었다. 아저씨가 수고했다며 주는 100원을 꼭 쥐고 집까지 미친 듯이 뛰어갔다. 무섭고 두려웠다. 울고 싶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7살 여자 아이는 왜 아무것도 못했을까?
많이 무서웠지?
겁먹지 말아. 넌 아무 잘못이 없어.
2. 10살 소녀는 파란색 하트 모양이 크게 그려진 민소매 티를 입고 잠이 들었다. 한 여름밤의 더위가 소녀의 밤잠을 해친다. 선잠에서 깊은 잠으로 넘어가려 할 즈음, 술 냄새가 풍긴다. 곧이어 소녀의 옷 속으로 낯선 손길이 느껴졌다. 앙상한 갈비뼈 위로 얇은 살가죽이 덮여있고 쇄골 아래엔 봉긋하다 만 멍울이 있다. 낯선 손길은 멍울 언저리를 수없이 왔다 갔다 한다. 차마 눈을 뜰 수 없었다. 소릴 지를 수도 없었다. 소녀의 머릿속은 요동쳤지만 소녀의 몸은 바보처럼 깊은 잠에 빠진 척 가만히 있었다. 여전히 무섭고 두려웠다. 울고 싶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10살 소녀는 왜 아무것도 못했을까?
많이 괴로웠지?
두려워 말아. 넌 아무 잘못이 없어.
3. 18살 여고생은 여름 교복을 입고 골목길을 걸어간다. 배달 오토바이가 부르릉하고 좁은 골목을 지나간다. 갑자기 그 오토바이는 좁은 골목길을 유턴하여 다시 여고생에게 다가온다. 순식간에 불현듯 번개같이 오토바이를 타던 남자의 손길이 여고생 하복 블라우스 위 가슴을 강하게 움켜쥔다. 여고생은 놀란 나머지 소리가 목구멍에 걸려 터져 나오지 않는다. 온몸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한 여름의 더위도 여고생의 몸을 녹여주진 못했다. 뜨겁고 끈적한 날씨처럼 기분이 몹시 더러워졌다. 18살 여고생은 왜 소리치며 화내지 못했을까?
많이 힘들었지?
괜찮아. 넌 아무 잘못이 없어.
4. 무더운 여름날, 26살 성숙한 아가씨는 오피스텔 건물 6층에 위치한 자기 집에서 외출을 하기 위해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가 3층에 멈추더니 낯선 남자가 탔다. 남자는 아가씨를 스쳐 지나가 아가씨 등 뒤에 섰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좁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문이 닫히자, 낯선 남자는 아가씨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저기요,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연락 처 좀 주실래요?"
아가씨는 남자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세상에... 남자는 바지 밖으로 자신의 무기를 꺼내어 놓고 그것을 잡고 재빠르게 흔들더니 순식간에 더럽고도 허연 액체를 뿜어냈다. 아가씨의 가녀린 팔뚝에 그 남자의 추잡한 물이 투두둑 떨어졌다. 아가씨는 새하옇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외쳤지만,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아가씨는 미친 듯이 뛰쳐 건물 밖으로 나갔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 더러운 세상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비참했지?
괜찮아. 이 모든 건 네 잘못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