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리스 인 보더랜드>
▲ <아리스 인 보더랜드> 스틸 컷 ⓒ 넷플릭스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일본 영화 <배틀로얄> 또는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스위트홈>과 비슷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일본 드라마다. 물론 단순하게 보자면 생존 게임을 하며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에서 <배틀로얄>과 닮았고, 어쨌든 주인공이 역경을 헤쳐나가며 성장한다는 점에서 <스위트홈>과도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드라마 속 암울한 이야기가 이 시대와 맞물려 공감을 자아낸다는 점을 빼곤 완전히 다른 결의 작품이다. 상대방을 죽여야 살 수 있는 <베틀로얄>과도, 주로 '괴물'과의 싸움을 벌이는 <스위트홈>과도 결이 다르다.
그렇다면 <아리스 인 보더랜드>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주인공 아리스(야마자키 켄토 분)는 잘 다니던 상류 대학교를 중퇴하고 집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는 백수다. 의욕도 없고 희망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가 제법 잘 사는 부잣집 자제라는 점. 그리고 절친인 가루베(마치다 케이타 분)와 쵸타(모리나가 유키 분)가 그의 곁에 있다는 것.
아버지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뛰쳐나간 날, 아리스는 친구 가루베와 쵸타를 만난다. 절친 둘은 아리스를 위로하기 위해 횡단보도에서 장난치다 시부야 거리에서 작은 교통사고를 내고, 경찰을 피해 시부야 역 근처 공중 화장실로 숨는다. 키득키득 웃으며 이 상황이 그저 재밌기만 한 셋.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공중 화장실 불이 꺼지고 주변이 고요하다. 조심스럽게 공중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늘 사람으로 가득 찼던 시부야 역이 텅텅 비었다. 모두가 사라졌다. 그들은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것이다.
이 게임을 통과하지 못하면 죽는다
▲ <아리스 인 더 보더랜드> 스틸 컷 ⓒ 넷플릭스
드라마 초반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 얼떨결에 게임에 동참하게 된 셋. 이제부터 게임을 중단할 수 없다. 게임을 중단하는 방법은 오로지 죽음뿐. 눈앞에는 두 개의 문이 있다. 한 문은 그냥 죽음, 또 다른 문은 다른 관문으로 통과하는 문이다. 단순한 복불복 게임으로 보이지만, 아리스는 머리를 굴린다.
"모든 게임에는 이 게임을 기획한 게임 마스터가 있다."
맞다. 모든 게임에는 마스터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깐 이 게임을 기획한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 참가한 게임을 통과할 때마다 비자를 받을 수 있는데, 이 비자가 만료되면 다시 게임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죽음. 한 마디로 모든 게임이 목숨을 건 게임이라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저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가득 찼지만, 죽음이 목젖까지 쫓아온다면 어쩌면 나도 주인공처럼 살기 위해 발버둥 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전보다 더 격렬하게 살아가고 싶어질지도.
다리를 다친 쵸타를 빼고 먼저 게임을 익혀야 한다는 판단하에 아리스와 가루베는 술래를 피해 진지를 찾아야 하는 또 다른 게임에 참여하는데... 결국 적이라고 생각했던 술래 또한 게임에 참여한, 희생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본인들이 이기면 술래가 죽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결국 모두 살기 위해 발버둥 친 것뿐이다. 대체 이 게임을 누가 기획한 것일까! 의문이 더 커져만 간다.
세 사람은 게임 중 '비치'로 가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이번 게임만 통과하면 함께 비치에 가기로 하고 게임에 참여한다. 세 번째 게임은 하트 게임이다. 하트 게임이란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게임. 한 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게임을 말하는데 정말 악랄하다. 이 게임에 참여한 사람 중 딱 한 명만 살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숨바꼭질을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친구가 살면 내가 죽고 내가 살면 친구들이 죽는다
▲ <아리스 인 더 보더랜드> 스틸 컷 ⓒ 넷플릭스
보는 내내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극이 중반으로 갈수록 초반 몰입도에 비해 조금 늘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초반에는 모든 상황을 빠르게 설명하고 게임마저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하게 진행되는 반면, 중반부엔 인물과 스토리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게임에 집중했다면 중반에는 비치에서 생긴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다. 비치에서 일어난 일들은 마치 정치판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각각의 인물마다 과거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걸 차근차근 보여주며 인물의 서사를 착실히 쌓아 공감을 얻어낸다. 물론 신파가 섞인 이야기도 있지만, 신파가 나쁜 건 아니니깐. 어쨌든 '비치'만 가면 이 게임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비치에 도착하니 그곳 또한, 이 암담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 낸 '이상 세계'일뿐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마저도 후반부로 가면서 그 실체가 드러나고 무너지고 마는데...
<아리스 인 보더랜드>를 보며 '삶이란 무엇인가, 왜 저렇게까지 살아가야 할까'라는 심오한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럼에도 각자 다른 이유로 혹은 비슷한 이유로 간절하게 살고자 한다. 그건 어쩜 본능일지도 모른다. 시즌 1에서는 아직 풀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게임 마스터는 누구이고, 왜 이 게임을 기획했는지 그리고 주인공은 이 게임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한 것이 너무도 많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시즌 2에선 또 어떤 게임이 펼쳐질지다. 그것이 내가 시즌2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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