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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박선영 Oct 29. 2018

내 삶의 무게는 157kg이다

슬픔 + 고통 + 기쁨 + 애틋함 + 절실함 + 외로움이 빠져나가면...


어디를 가든, 누구와 만나든, 무슨 일을 하든...내가 느끼는 삶의 무게는 157kg이다.

무게란 중력, 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며 발생하는 힘이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그려지듯 인간이 허공에 표류하지 않고 땅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것은 무게와 중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 무게라는 게 위치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같은 물체도 어디에 놓여지느냐에 따라 더 가벼워질 수도 더 무거워질 수 도 있다는 말이다.네이버 지식백과를 참조하면 쉽게 알겠지만 달이나 우주, 바다, 땅 속 등 물리적 공간이 바뀌면 무게도 바뀐다는 게 무게의 상대성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이런 물리학적 설명보다, 난 사람들을 통해 이 무게의 상대성을 절감한다.

그러니까 이 지구, 거기에 같은 한국이라는 공간에서조차  삶의 무게를 잃고 표류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공존함에 무게가 저마다, 장소마다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삶의 무게를 다르게 하려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소속을 바꾸거나 이사를 가기도 하나보다. 사람들은 그렇게 살기 위해, 삶을 지탱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인다.


사람들 이야기 할 것 없다. 문제는 나다. 내 삶의 무게다. 어느 날 나는 내 삶의 무게인 157kg이 너무 버겁다고 느낀다. 또 어느 날은 생각보다 무겁지 않고 상쾌하게 산책을 즐길만한 무게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대체 157kg의 진실은 뭔가.


나를 잡아당겨 표류하지 않고 발붙이게 하면서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주저앉히는 이 무게는...가족이다. 아이들이다. 남편이고 또 나 자신이기도 하다. 이 모두를 합쳐 157kg이라는 무게가 탄생된다. 누구에게나 가족은 삶의 무게일 것이다. 내가 가족인지 가족이 나인지 이 무게가 처음부터 나의 것인지 내가 가족에게 지워준 무게는 또 얼마인지...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다 어느 날 사건이 생긴다. 가족이 사라지는 것이다. 죽음을 맞이하거나 독립을 한다거나 새로운 가정을 맞는 것이다. 내 삶에서 차지하고 있던 어떤 무게만큼 빠져나가면...그 한 사람에 대한 애틋함과 분노, 친밀감...


부모님을 잃은지 9년이 다 되어간다. 최근에는 친구도 잃었다. 잃은 게 그 뿐이랴. 얻은 것도 있지만 거저 얻은 건 없다.


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몸무게를 재어본다. 어떤 날은 전날 저녁보다 800g 가까이 빠져나갔을 때가 있다. 그저 눈을 감고 아침이 왔을 뿐, 특별히 저녁을 먹지 않은 것도 아니고 다이어트 식으로 때운 것도 아니고 격렬한 운동을 하지도 않았다. 그냥 좀 슬펐을 뿐이다. 무언가를 잃어가며 산다는 생각에 유난히 슬픈 밤이었을 뿐인데 하루 아침에 난 내 삶의 800g을 잃었다. 화들짝 놀라 거울을 보며 호들갑을 떨어대자 아이들이 말한다.


"와~ 800g이라니라니라니~~엄마 그럼 난 몇 그람이야?"


어쩐지 엄마에게 관심을 갖나 했더니 이내 자기들 몸무게 재어보느라 여념이 없는 아이들을 보며 800g의 상실감이 채워진다. 그렇게 다시 내 삶의 무게는 157kg이 된다. 아니 지금은 157kg이지만 내 삶의 경험이 더해지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 무게는 계속 늘어날 것 같다.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애쓰고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에 지나치게 예민해지는 걸 보면...어쩌면 그 무게에 짓눌리면서도 나는 내 삶의 무게를 불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고 그에 몰두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토록 하고 싶던 일이 깊은 무게감으로 다가올 때...그렇게 불어나버린 과중한 업무들과 늘어난 삶의 무게를 보며 내가 자초한 모든 악순환을 반성해본다. 어쩌면...이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성숙'인가보다. 내가 좀 더 성숙해진다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짊어지는 어리석고 위험한 짓은 하지 않을테니...


어느 한 선배가 그녀 인생의 전반에 걸쳐 '성숙'이라는 지상과제를 끌어안은 듯 공부하고 일하는 모습을 보며 다소 숨이 막혔었는데...이제야 그녀의 지상과제를 깊게 이해하겠다. 내가 이제껏 불려오고 나를 짓누르던 무게를 삶의 이유로 긍정할수 있으려면...그리고 그 무게를 쓸데없이 부풀려 진짜 짓눌리고 결국 나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까지 다치게하는 상황을 방지하려면...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성숙은 유일한 처방약임을 이제야 알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내 삶의 무게를 인식하고 긍정하는 방법부터!!! ^^*


이걸 먹는 것은 긍정일까? 타협일까? ...ㅋㅋㅋ


p.s 긍정과 타협은 다르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긍정은 좋은 점을 발견하고 그 외의 것들을 버리거나 그 외의 것들과 싸울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타협은 부정 혹은 그 무엇도 아닌 것을 무엇으로든 바꾸겠다는 의지이다. 그러니 긍정은 본인이 취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고 타협은 내가 가진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물론 내 생각은 언제나 변할 수 있는데 그것은 내 인지능력은 딱 여기까지 이기 때문에...지금 당장은 긍정해야 하는 상황, 타협해야 하는 상황을 구분하기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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