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e Dec 03. 2018

내일, 오빠가 결혼한다

우리는 조금 특별한 남매였다

우리는 조금 특별한 남매였다. 네 살이나 많은 오빠를 종종 '준똥이', '멍충멍충!'이라고 부를 만큼 자매 못지않게 가까운 사이였다. 물론 눈만 마주치면 "왜 그렇게 생겼냐"며 헐뜯기 바빠서 서로에게 칭찬 한번 해본 적 없지만, 새로 나온 무료 이모티콘을 누가 먼저 받나 배틀을 할 만큼(?) 보통의 남매 사이와는 조금 달랐다.


그런 우리 오빠가 바로 내일 결혼한다.



D-2

두툼한 극세사 이불 안에서 뒹굴거리던 아침, "야, 이제 너 깨워줄 사람 없어. 오늘이 마지막이야"라는 말에 잠이 달아났다.


그러고 보면, 오빠는 내가 비몽사몽해 하고 있을 때마다 나를 깨웠다. 십 년 전 군대에서도 매일 전화를 걸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수험생 동생을 깨워주었고, 근 2년 동안에는 매일 아침이면 알람끄기신공을 발휘하는 직딩 동생의 근태를 관리(?)해주었다. 그런 오빠였다. 잠에 취한 동생에게 깨우지 말라며 욕을 먹어도, 열심히 깨웠지만 왜 안 깨웠냐고 욕을 먹어도, 열심히 깨워주는 사람이 우리 오빠였다.


그런 오빠에게, '마지막'으로 "잘 다녀와" 인사를 건넸다. 늘 당연했던 인사말이 내일부터는 "잘 가"로 바뀐다. 잘 다녀오라는 말은 매일 집으로 퇴근하는 동거가족에게만 건넬 수 있는 인사니까.


함께 해야만 하는 시간들이 당연해서 싫었던 날도 있었고, 함께 하는 시간이 당연하게 줄어들어 서운했던 날도 있었다. 도깨비의 말을 빌려서, 돌이켜보면 그 모든 날들이 좋았다. 서로를 할퀴며 크게 상처를 주고받았던 기억마저도, 우리를 '가족'으로 성장시켰다.


결혼 전에 함께 하는 '마지막' 주말, '마지막' 식사, '마지막' 인사. 최근 며칠의 나날에 마지막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순간순간마다 울컥할만한 의미를 부여하는 딸내미에게, 엄마는 눈시울을 붉히시며 그만하라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고 거듭 말해야 조금 멀어진 뒤에 오는 허전함이 덜 할 것 같아서, 오늘도 '마지막'을 붙인다.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D-1

내일이면 오빠가 결혼한다. 신혼집에 누워있을 오빠는 어떤 느낌일까. 결혼이 바로 내일이라면 나는 무슨 생각이 들까.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는 엄마는 정말 아무렇지 않을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결혼 D-1이 찾아온다면, 불안과 걱정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 오빠에게도 오늘이 그런 날이길.

매거진의 이전글 그런 당신이라서 참 고맙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